결국 누구를 위한 싸움이고 누구의 복수극인가? 생각해보면 대단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그것이 마지막의 반전입니다. 그것을 보고야 이야기의 앞뒤가 정리되는 듯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작은 머리로는 마지막 총성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아직도 생각 중입니다. 답을 그냥 남겨두었나 봅니다. 아니면 정말 머리가 모자란 탓이겠지요. 그래도 긴 시간이 다소 정리되어 나옵니다. 처음의 하얀 눈 풍경과 마지막의 비슷한 풍경이 시끄럽고 더러운(?) 장면들을 지워주는 느낌도 듭니다. 사실 이렇게 깨끗한 풍경을 더럽히는 것은 바로 우리 인간들입니다.
마약반 형사는 강력계를 맡은 형사보다 한 가지 일을 더 맡아 하는 것 같이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마약 단속을 위해서는 거의 대부분 폭력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소량으로 거액을 만질 수 있는 사업, 어쩌면 마약이 가장 적절합니다. 때문에 이 사업에는 조직 폭력배들이 몰려있게 마련입니다. 그 이권경쟁 때문에 서로 물고 뜯고 싸우며, 때문에 마약수사와 더불어 한바탕 소탕작전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는 만만찮은 조직이고 그 휘하에 역시 만만찮은 폭력배들이 엉겨 붙어 있습니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전쟁이 다반사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조직 안으로 위장하여 스며들면 더 위험한 일과 마주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 만들어낸 마약의 효능을 직접 알아봐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래 그것을 업으로 하는 우두머리 급 조직원이라면 어차피 늘 해오던 습관대로 흡입하는 것이 대수로운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 자리를 위장한 형사가 앉아 있다면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본인이 직접 그 마약을 흡입해야 합니다. 얼마나 당황스러운 일입니까? 그렇다고 이제 와서 못한다고 삐져나올 수도 없는 상황이지요. 꼼짝없이 그 마약을 들이마셔야 합니다. 죽을 수도 있습니다. 평생 장애를 지닐 수도 있습니다. 모든 수사가 헛수고로 끝날 뿐 아니라 상대방인 악의 조직에 더 큰 힘을 실어줄 수 있습니다. 낭패가 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폐해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연관된 수사요원들의 생명이 달려 있으니까요.
일단 광고에 나와 있는 간단한 줄거리를 보겠습니다.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 실체 없는 적을 추적하라!
의문의 폭발 사고 후, 오랜 동안 마약 조직을 추적해온 형사 ‘원호’(조진웅)의 앞에 조직의 후견인 ‘오연옥’(김성령)과 버림받은 조직원 ‘락’(류준열)이 나타난다.
그들의 도움으로 아시아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김주혁)과 조직의 숨겨진 인물 ‘브라이언’(차승원)을 만나게 되면서 그 실체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잡게 되는데…
끝까지 의심하라!>
참 간단합니다. 그러나 사건의 해결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그 실체 곧 ‘이 회장’이란 인물을 찾아내는 작업이 시작됩니다. 형사 원호는 이를 위해 살아남은 ‘락’을 최대한 이용합니다. 락 또한 형사가 자기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마치 찰떡궁합처럼 짝이 되어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합니다. 차분하면서도 말이 적은 락은 이미 그 조직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곧 마약을 생산해내고 배달을 맡은 자입니다. 이 회장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어도 찾아가는 안내자 역할은 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간 연결고리입니다. 구매자, 아시아 마약시장의 거물에게 이 회장을 대신하여 마약을 생산 연결해주는 역할입니다.
그런데 그 중간 사이에 또 하나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아마도 이 회장과의 사이에 매우 중요한 앞잡이인 듯합니다. 물론 그만한 힘을 과시합니다. 그런데 매우 유벌난 인물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대목에서 꼭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마치 전도사나 목회자 티를 냅니다. 나중에 뒷조사를 해보니 신학교를 다녔답니다. 참 별나지요. 물론 교계에도 하나님 팔아서 자기 배 불리는 사람들 있습니다. ‘브라운 리’라는 이 인물이 마치 자기 세계에서 신이라도 된 듯한 꼴을 보입니다. 결국 회장 자리를 노려왔고 자신이 회장임을 드러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하는 것은 끝까지 가봐야 알 것입니다. 자신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중간 다리 역할을 무난히 하고 있던 락을 제거하려 합니다.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하다가 갑작스런 사고가 터집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다 꼬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이 회장’은 가려있습니다. 그리고 자칭 ‘이 회장’이 처참한 꼴로 붙잡힙니다. 매스컴에 대대적인 보도가 나옵니다. 사건은 그렇게 종결됩니다. 그러나 목숨 걸고 쫓아다닌 형사 원호에게는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남아있습니다. 마음에 짚이는 것이 있지요. 끝난 듯 끝나지 않은 수수께끼를 남겨두고 지나갈 수는 없습니다. 함께 하던 락이 마지막 일망타진 사건 현장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디 갔지? 영화 ‘독전’을 보았습니다. 형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습니다. 형사는 언제 행복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