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프렉탈 곡선이나 그리고 있는 머리로 그날 경기에 대해 제대로 쓴다는 것이 가능할까 걱정스럽지만 그나마 부끄러워 못 올릴 정도의 뒷북은 면해볼까 하고 몇줄 적습니다. 두서없고 어수선하니 그날 같이 오신 분들 서슴없는 첨삭 부탁드립니다. (_ _)
새벽 4시 무렵까지 전날 벌려놓은 이런 저런 일을 정리하느라 시간 보내다 한 시간쯤 눈 붙이고 깨었습니다. 수면부족과 긴장 피로가 겹친 탓인지 그날 결국 일 쳤습니다.-_-;
제 기준으로는 상당한 거액이 들어있는 지갑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89년에 지하철에서 날치기 당한 이래 처음으로 지갑을 분실하게 되어 좀 멍한 기분이더군요. 허코치님 마지막날 액땜인가 생각도 들었지만 구제불능의 낙천주의자답게 어쩌면 이것도 좀 비싼 값의 진정제일지도 모른다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이래저래 소동을 벌인 탓에 원주에 도착한 시간은 9시가 넘어 버렸습니다. 그날 개인적으로 미리 시간 약속한 분들도 계셔 정말 죽도록 미안했습니다. 그 시간에 이미 번호표를 받고 입장줄을 서 계신 관중들도 계시더군요. 다만 생각보다는 사람이 적었습니다. 어찌 보면 예상했던 일입니다. 무료표가 많은 사람들에게 경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일이 되었으니까요.
<<경기장 가는 길>>
경기장으로 가는 길은 온통 허재선수의 은퇴경기를 기념하는 플랭카드와 가로등을 장식한 은퇴기념 깃발들로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습니다. 하늘은 비둘기 빛으로 흐렸지만 다행히 비가 쏟아지지 않아 혼잡을 면할 수 있었고요. 오히려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팬들에게는 고생을 덜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래저래 하늘도 협조해준 것 같습니다.
곳곳에는 방송중계차가 있었고 기다리는 팬들을 상대로 인터뷰도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했습니다.
11시가 거의 다되었을 무렵 허재선수가 체육관 뒤쪽으로 차에서 내리는 장면을 봤습니다. 밝은 표정에 환한 웃음을 띄고 있었지만 얼굴엔 약간 술기운이 남아 있어 피식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좀 있다가 입장이 허가되었습니다.
경기장 천장에는 상명초등학교시절부터 TG의 영구결번 유니폼까지 허재의 농구인생이 유니폼으로 남아 걸려 있었고 코트 벽면과 천정에는 불같은 농구인생 30년이라는 플랭카드로 장식되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선수들이 입장하는 출입문에는 허재선수 얼굴로 입구를 만들었습니다.
털털하고 무심한 구단행정에 많은 아쉬움을 있었는데 코트에 들어서서 그런 섭섭함을 적잖게 버릴 수 있었습니다. 비록 몇가지 시행착오가 있다고 하더라도 구단에서 허재에게 써주는 씀씀이는 팬들마저 감격할 만 했습니다.
그 외에도 경기장을 뺑 둘러 팬들이 그동안 들고 다녔던 수많은 플랭카드들이 벽에 붙었습니다. 중앙대에서 준비해온 플랭카드도 있었고 용산중·고에서 준비한 플랭카드도 있었습니다. 그중 즐거웠던 플랭카드는 "허재 교수님 사랑합니다"란 건양대 학생들이 붙인 플랭카드 였습니다. 허재교수님이란 어감도 무지 좋았고...(흐흐흐)...잊지 않고 와주었다는 것이 더욱 기특했...(퍼억)
1인당 한권씩 "굿by허재"라는 고별경기 기념화보집이 나누어졌습니다. 대개는 봤던 사진이긴 했지만 파일로만 있었고 게다가 못 본 사진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가슴이 두근두근했습니다. 중간중간 쓰여진 허준옹이 쓴 기록도 감동적이었고 특히 뽀샤샤한 소년기 미공개 허재사진이 다수 포함되어 더욱 흐뭇했습니다. 후후후
자리에 착석이 무섭게 롤링페이퍼를 작성하라고 종이가 나누어지더군요. 밤낮 길어지는 글을 주체를 못하는 주제에 왜 그런걸 쓰라면 꼭 한마디도 생각이 안날까요.-_-;; 고심고심 하는 가운데 은퇴경기 기념으로 판매했던 액자가 거의 다 팔렸다는 쓰라린 소식이 들려오더군요.(훌쩍) 각 사진마다 한 장씩밖에 판매하지 않아 가보니 간직하고 싶었던 사진이 한 장도 남지 않아 쓸쓸하게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덴장!! 이럴 때 기념유니폼도 좀 팔고 팬들이 원하는 만큼 사진도 좀 팔아서 구단재정도 보태고 본인도 돈 좀 벌고 하면 얼마나 좋아! 그래봐야 뒷풀이에 마실 술값도 안나올텐데...투덜투덜
꽉 막힌 구단과 허코치님 흉을 봤지만 어쩌겠습니까. 그저 스포츠마케팅이 뿌리박지 못한 척박한 시대의 팬인걸 서운하고 아쉬워할 수밖에요.
<<용산중학교 vs 피닉스>>
식전 행사로 용산중학교와 연예인 농구팀 피닉스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적당한 흥분상태였던 허재팬들은 편파적으로 용산중학교를 응원했습니다. 아무래도 중학생들이 큰경기장에서 이렇게 응원 들으면서 뛰면 어렵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다는 잘 뛰더군요. 연예인농구팀은 연습이 부족한지 포청천 팀과 뛸 때보다는 상당히 어설펐습니다. 용산중학교에서는 6번(단신), 7번(6번보다 조금 큼), 14번(장신) 선수가 잘 했는데 7번 선수가 그중 눈에 띄었습니다. 6번선수는 득점력이 뛰어나다면 7번 선수는 자기가 서야할 위치를 잘 파악하고 농구에 대한 이해력이 뛰어나 보였습니다.
사실 실력으로 따진다면 용산중학교가 이겼어야 했지만 연예인팀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노련한 모습을 보여줬고 특히 손지창의 어메이징한 아줌마슛이 백발백중 해서 역전극을 보여줬습니다.
간단한 시합이 끝나고 좀(상당히^^;;) 지루한 원주시 환영행사 및 식전행사가 있었습니다. 사실 은퇴경기에 포함시키는 게 이상하지만 따로 날잡아 하는 것도 번거로웠을 것이니 이날 같이 행사를 했던 것 같습니다.
원주시에서 선수들에게 보여주는 관심이나 애정은 나쁠 것 없었지만 교장선생님 훈화를 방불케 하는 길고 요점 없는 원주시장님 연설은 상당히 지루했습니다. 더더구나 다음 순서로 강원도지사가 나와 축사를 할 땐 벌써 관중석에선 약간의 한숨이 새어나왔습니다. 옆에 친구랑 이러다 강원도 국회의원이 나오는 게 아니냐며 농담을 했는데 말이 씨가 됐는지 이계진 당선자까지 나와 축사를 전하더군요.-_-;;
그나저나 언제 봐도 허코치님 센스 좋습니다. 한톤 다운된 금색넥타이와 푸른 셔츠와 암청색 정장까지 배색이 한눈에 들어와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은퇴경기>>
드디어 초조하게 기다리던 은퇴경기가 시작됐습니다. 화이트팀과 블루팀으로 나눠 각팀에 12명씩 선수가 선발됐는데 화이트팀은 신기성, 김영만, 김승현, 전희철, 문경은, 김주성, 추승균, 조성원, 조상현, 김승기, 임재현, 김희선이 멤버였고 블루팀으로는 강동희, 현주엽, 서장훈, 이상민, 양희승, 양경민, 주희정, 황성인, 김 훈, 신종석, 김병철, 이규섭이 나왔습니다. 국내선수들로만 이루어져 어찌 보면 차라리 올스타전보다 더 화려한 멤버구성이었습니다.
국내 최정상급 선수들이 Farewell game과 HJ라는 이니셜이 세겨진 유니폼을 입고 나왔습니다. 낯선 유니폼에 좀 쑥스러워하고 어색하게 웃고도 있었지만 모두 표정만은 한없이 밝았습니다.
화이트팀 감독은 정봉섭 중앙대 체육부장이 블루팀은 양문의 용산고 감독이 맡았는데 뭐 실제 경기에서는 진두지휘는 허코치님 마음대로 였던 것 같습니다.^^;;
원정팀 입장문으로 화이트와 블루팀 선수들이 전부 입장하자 장내에 불이 꺼지고 레이저쇼와 함께 허재가 입장했습니다.
그 순간 기쁜 건지 슬픈 건지 단순히 뭐라 말할 수 없이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이게 마지막이구나 하는 망연함도 없지 않고 그래도 선수로서 갖은 영광과 또 여러 가지 좌절, 부상 온갖 거 다 딛고 아직까지 이렇게 많은 후배들과 함께 은퇴경기를 갖는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쉽게 분위기 타는 편이 아닌데도 온갖 감회로 마음이 복잡하더군요.
팬들이 기립해 박수로서 허재를 맞자 치어리더들은 은퇴경기를 기념하는 카드섹션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염불보다 젯밥에 관심 있는 저로서는 치어리더의 안무보다 그녀들이 입은 넘버 9 유니폼이 더 기억에 남는군요. ^^;;
경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끊임없이 모두들 웃어가며 진행됐습니다.
다만 다들 훈련 부족을 느끼게 해주더군요.^^ 우선은 허코치님도 몸이 안 풀린 듯 초기에는 득점이 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너무 몰아주는 공에 좀 쑥스러웠을지도 모르고...
일단 상무 출신들이 가장 좋아 보였고 블루팀에서는 서장훈 선수가 번번이 기막힌 미들슛을 선보여 슈터 이상 가는 슛감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기뻤던 건 현주엽 선수가 많이 좋아졌다는 점입니다. 살도 7-8kg 이상은 뺀 것 같고 몸도 상당히 가뿐해 보입니다. 워낙 부상이 고질이라 안심은 안되지만 재활훈련은 충실히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이날 주인공을 빼고 은퇴경기의 실질적인 MVP를 뽑으란다면 저는 서장훈 선수를 뽑겠습니다.
허코치님이 작년 챔피언전 6차전에 신종석이 예뻐 쓰러질 뻔했다고 했죠. 저는 이날 장훈이가 예뻐 쓰러질 뻔했습니다. 정말 최고의 쇼맨쉽과 탁월한 감각을 보여줬습니다. 매 순간 허재가 어디 있는지 예리하고 파악하고 패스를 넘겨주더군요. 뿐만 아니라 허코치님과 1대1로 매치업해서 포스트업 해 들어가다가 블록슛 당해주는 거 하며 시시때때로 장난치면서도 게임에서는 어떻게 해야 좀더 허코치님이 돋보일 수 있나 세심하게 신경 쓰는 모습이 팬의 마음을 흡족하고 기쁘게 해줬습니다. 말 잘하지, 머리 똑똑하지, 재미있지, 서장훈 선수가 쌍둥이들만큼만 호감 가는 외모였어도 KBL 인기 판도가 완전 뒤바뀌었을텐데 생각이 또한번 들더군요. 솔직히 서 선수가 어렸을 때부터 사랑 받았다면 지금과는 성격 면에서도 확연히 달랐을 것이고...
반면 워스트(??) 플레이어라면 이런 시합에 와서도 여전히 "농구"를 하고 있는 이상민 선수 T_T;;; 그리고 비슷한 모습의 조성원, 양경민;; 뭐 이런 말하는 나도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상민 선수가 KBL 최고 인기인인 건 암만 봐도 미스테리합니다. 아니 이상민군 어디가 좋은데요? 저렇게 재미없는데...^^
쇼농구를 하고 싶은데 몸이 잘 안따라주는 우리 기성이 두다다다 달려와보니 공을 줘야 할 허재는 저만치 뒤에 있고...^^
허재에게 공은 안주고 냉큼 받아서 번번이 자신이 슛을 쏘다 원성어린 야유를 받은 끝에 벤치로 쫓겨간(?) 문경은은 그래도 중간에 부정선수 노릇을 해줘서 톡톡히 관객을 웃겨주었으니 면제...
정말 느닷없이 나와 3점슛 쏘고 도망쳤을 땐 포복절도했습니다. 우리의 심판들은 못본건지 못본 체 한 건지 휘슬 한번 없었고...
사실 40분 풀로 뛴다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 허코치님 내내 그래도 잘 뛰어 줬습니다. 아니 그냥 뛰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아니라 하프타임이나 매쿼터 쉬는 시간마다 감사패 받고 상 받고 하는 일로 잠시 앉아 있을 틈이 없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간간이 멋진 모습도 보여줬고...
그래도 제일 좋았던 건 좋아하는 후배들과 내내 장난치고 웃는 모습이었습니다. 블루팀과 화이트팀 주요 선수들 전부 허재와 매치업 해서 1대1 하는 모습도 보여줬고 이런 날 특히 더더욱 지지 않으려는 듯 멋진 모습 보여주는 강동희 선수, 여전히 이런 자리에서는 분위기 잘 맞춰주는 김승현, 그 멋진 폼으로 이지슛을 번번이 실패해 더 눈에 띄었던 전희철(<-골프 치느라 연습 하나도 안했지?-_-),
조상현이 허코치님 슛을 블록하자 쫓아와서 야단치는 시늉을 하는 현주엽, 그런 현주엽에 아랑곳없이 조상현은 허재를 코트 밖으로 마구 밀어내고 조상현을 쫓아내는 현주엽과 그 상황에서도 웃느라 정신없는 허코치님
그래도 씩씩하게 끝까지 허코치님을 괴롭(?)히던 조상현 선수. 허재의 등에 찰싹 달라붙어 옷까지 잡아 다니며 방해하고 쫓아다니던 김영만... 그런 두 선수를 견제하는 현주엽, 나중에는 두사람을 막기 위해 블루팀과 화이트팀이 연합해 인간 스크린이란 농구사상 초유의 전법으로 허코치님에게 오픈찬스를 마련해주기도 했습니다. ^^
플레이를 보러 왔다기 보다 허재를 보고 싶고 허재의 모습을 하나라도 기억에 남기고 싶었던 팬들에게 정말 너무나 소중한 추억 남겨줬던 선수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순간 서장훈, 김영만, 김주성이 함께 들어올려 만들어주었던 덩크슛도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조금 아쉬웠던 것은 그 자리에 꼭 현주엽이 꼈어야 했는데 그 점이 좀 섭섭하더군요.
누구보다 그 타고난 자질을 아끼고 농구재능을 사랑해 소중히 여겼던 후배인 서장훈, 현주엽, 김영만, 김주성,(공교롭게도 4명이 전부 A형이다. ^^) 친분의 경중을 떠나 가드인 후배에게 가졌던 애정과는 좀 다른 무조건적인 애정을 받았던 선수라는 공통점이 있는 이 4명의 선수들 사이에 현주엽이 빠져있는 게 무척이나 아쉽더군요. 무엇보다 허재형님의 일인데 현주엽이 뒷전에 서 있는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년 시즌엔 펄펄 날아서 자신감 넘치는 현의 모습을 보고 싶더군요.
<<옥의 티>>
기왕에 얘기가 길어졌으니 이날 보면서 좀 아쉬웠던 얘기도 씁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무료표여서 관중들의 순수성이 많이 깎아 먹었다는 점입니다. 허재가 입장하는 순간에도 멀뚱멀뚱한 눈으로 앉아만 있어 팬들을 답답하게 했던 일부 관중들...
비록 자기가 팬이 아닐지라도 이런 경기에 무료 입장씩이나 했으면 일어서 박수치며 맞는 것이 상식일텐데 많이 아쉬웠습니다. 더더구나 게임이 진행되며 뭔가 볼거리를 기대했던 일부 관중들은 게임이 무료해져서 점점 분위기가 다운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다른 한쪽에서 허재팬들이 열광의 도가니 상태로 반쯤 미쳐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극히 대조적이었습니다.
유명선수가 잔뜩 나온다니까 뭔가 대단한 구경거리일까 싶어 왔겠지만 사실 이 시합은 경기로서 의미가 있는 시합이 아니라 허재와 허재팬들을 위한 기념이자 보은 행사입니다. 그런 소중한 자리를 뺏어 앉아 재미없는 경기에 지루해 하는 관객들을 원망해야 할지 불쌍하다 동정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이 부분은 구단행정부에서 잘못 판단했다는 아쉬움이 큽니다.
유료표였다면 그것도 입장료가 좀 비쌌다면, 비록 3000석의 작은 체육관이라도 4면을 팬들이 환호와 열광으로 가득 채웠을 텐데 안타깝더군요.
생각해보십시오.
허재가 잠실 체육관이면 못 채우겠습니까? 허재가 10분도 못 뛰는 이번 시즌조차 서울 경기라면 7, 8천석은 거뜬히 채웁니다. 그중 상대팀 팬을 빼고 적어도 4,5천명은 허재를 보고 싶어 온 팬들입니다. 올스타 게임은 매년 1만명 이상 3층까지 객석을 채웁니다.
그런데 허재가 40분 내내 뛰고 상대는 올스타멤버입니다. 아마 어디서 했든지 예매 당일로 표는 동났을 겁니다. 돈을 내고라도 보고 싶어 온 팬들이라면 차라리 허재의 팬이 아닌 누구의 팬이라 해도 같이 열광해주고 같이 환호해줬을 겁니다. 훨씬 능동적인 팬이니까요.
게다가 이제 많은 스타선수들이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다른 팬들이라도 자기 일처럼 여기고 환호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게다가 차라리 이럴 거라면 좀더 사람을 입장 시켜서 좌석을 꽉 채우던가...
지난 일이지만 이런 시행착오들이 조금쯤 아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들어가자마자 다량의 좌석을 선점해 맡아 놓는 일부 서포터즈 회원들
분명 원주의 각 서포터즈 마다 그런 일이 없도록 하자고 미리 의논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메일도 간 걸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좋은 뜻도 개인의 추한 이기심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 경기도 아니고 특별한 날 경기에 꼭 저랬어야 했나 한심하고 아쉽습니다.
또 한가지는 경기장 안을 돌아다니며 TG선수들의 사인 받아다 주고 사진 찍어다 주던 구단 여직원(정확히 구단직원인지는 모르겠지만 경비에 제지도 받지 않고 코트를 누비고 다닌걸로 봐서 행사진행요원으로 보입니다.)
시즌 중에도 해선 안될 추태를 이런 특별한 행사에 보이다니 직원들 교육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에필로그>>
어떤 행사라도 아쉬움이 없을 순 없겠지요. 몇몇 기술적인 아쉬움은 없었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정말 신경 써서 성의 있는 행사 치렀습니다. 이번 행사로 많은 고생하셨을 TG농구단 사무국의 모든 직원들 수고하셨습니다.
가슴에 오래도록 추억으로 남을 행사였습니다.
이번 행사가 앞으로 많은 스타선수들의 은퇴식에 전례이자 교과서가 되겠죠. 그렇다고 다음 선수들의 은퇴행사가 너무 삐까뻔쩍 하면 좀 배아플지도 모르겠지만^^;;; 여기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잘 살려 구단들이 팬들에게 좋은 추억들 남겨줬으면 좋겠습니다.
헹가레가 끝나고 불이 꺼지고 팬들에게 남기는 허코치님 인사말이 있고 좀더 코트 가까이로 다가갔습니다. 침착하게 인사를 남기는 목소리를 들으며 온갖 감회가 교차했습니다. 허코치님도 그랬는지 눈시울이 붉어지고 상기된 모습이었습니다.
코트에서 허준옹에게 넙죽 절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참 이게 유니폼 입은 허재의 마지막 모습이라니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누가 이 사람처럼 사람을 격동시키고 반쯤 미치게 만드는 그런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으려나, 누가 이토록 재미있는 농구, 이야기가 담긴 농구를 코트에서 펼쳐 낼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아깝고 아쉽고 안타까움이 더했습니다.
넘치는 미련을 코트에 그대로 남긴 채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데 하늘도 같은 기분인지 빗방울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 사족
1. 왠지 찡한.
행사가 모두 끝나고 수고해줬던 양팀 선수들을 위한 뷔페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양팀 선수들이 하나같이 허재선수에게 다가와 자신의 유니폼에 사인을 받았다고 한다. 진짜 이날 뛰어줬던 선수들 하나같이 너무너무 고맙고 예쁘다.
2. 세대차
이날 3쿼터 휴식 때인가 장윤창씨가 나와 허코치님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행사가 있었다. 순간 허재팬들 사이에서는 "꺄악"하는 환(괴)성이 터져 나왔는데... 외부행사관계자중 유일한 환호성을 받은 인물. 근데 젊은 농구팬들에겐 아무래도 낯선지 일각에선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
3. 아까움
이번 행사에 우선수가 빠진 걸로 설왕설래 추측이 많다. 구단측이나 우선수측에도 여러 가지 일정이 있었겠지만 역시 오이밭에서 신발끈 매지 않는 것이 좋은데... 우지원 선수 개인을 봤을 때는 자신의 이미지 제고와 다른 선수들과 친목도모의 좋은 기회를 잃어버린 것 같아 좀 아깝다.
첫댓글 아마 표를 유료예매가 가능했다면 저같은 팬들도 갔을껍니다..아쉽죠../무료입장이라 멀리서 고속버스타고가도 못보는 상황이 발생할수있기에 그냥 티비중계를 택할따름..-.-/나중에 서장훈 은퇴경기두 해주겠죠..재밌겠습니다..^0^a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와우~~글 잘 읽었어요~~
저또한 유료였다면 갔을겁니다..uptempo1님 말씀처럼 저도 서울에서 원주까지 갔는데 입장을 못할수도 있다는 생각때문에 집에서 봤다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