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직의 동시집 『엄마를 탈출하라』는 어린이의 시선과 마음을 빌려 세상과 가족, 특히 엄마에 대한 깊고 따뜻한 통찰을 풀어낸다. 어쩌면 어린이에게는 세상의 전부라 할 ‘엄마’라는 존재를 중심으로 한 시들은 일상 속 장면들-빵 가게, 자전거, 열매, 휴대폰, 풀꽃, 의자 등-을 통해 사랑과 유대, 그리움과 성장의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짧은 시구 속에 정서적 깊이를 더한다. 특히 「봄이 아프다」, 「연어」, 「떠났다 오는 일」 등의 작품에서는 자식의 성장과 엄마의 헌신이 교차되는 감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며 시적 울림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시들은 유려한 언어와 따뜻한 시선으로 독자에게 감동을 전하고, 동시가 단순히 어린이의 감정을 담는 장르를 넘어 보편적인 삶과 사랑의 진실을 담아낼 수 있음을 제시했다. 작품성 면에서도 주제의식, 구성, 언어적 감수성에서 높은 완성도를 지니며,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엄마’를 중심으로 한 시들이 티격태격 다툼을 통해 포근한 사랑과 화해를 이야기했다면, 다른 시들에서는 그 시선이 가족 전반과 세상으로까지 확장된다. 「아빠가 울었다」, 「구멍」, 「어마어마한 일」, 「삐딱한 것」, 「구석」 같은 동시를 통해 작가는 어린이의 마음속 세상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때로는 유머로, 때로는 날카로운 통찰로,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세상이 드러난다. 「숨 막힐 때가 있어요」, 「모순」에서는 어른들의 이중성과 일방적인 판단에 대한 어린이의 의문과 반항이 담겨 있으며, 「감자 캐는 사람들」, 「등대」, 「미래를 향한 투자」 등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어린이들의 긍정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엄마에 대한 불만이 곧 세상을 향한 불만인 어린이들, 그것은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이해받고 싶은 마음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엄마를 탈출하려는 아이들의 시도는 결국 엄마와 「한통속」이 되고, 이를 지켜보는 독자들을 울컥, 울리고 마는 위대한(?) 작전이다.
이처럼 시인은 ‘사랑받고 싶은 아이’와 ‘자식을 위해 잘하려고 애쓰는 어른’ 사이의 어긋난 틈을 따뜻한 언어로 잇는다. 시는 상처와 울컥함을 품은 채, 그 경계에서 조용히 우리 모두의 마음을 다독인다. 그 결과, 이 시들은 동시의 언어로 삶의 본질과 관계의 진심을 담아내며, 아이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어른에게는 깊은 반성과 따뜻한 회복을 건네는 문학적 메시지가 된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봉직
인물정보
현대문학가>시인
동아일보, 매일신문,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제1회 눈높이문학상과 제3회 열린아동문학상을 받았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작품이 수록되었습니다.
동시집 『어머니의 꽃밭』 『내 짝꿍은 사춘기』 『웃는 기와』 『우리들의 화해법』 『새싹 감별사 모집』 『시 쓰는 아이는 뭐가 달라도 달라』 『신라의 아이』 『백제의 아이』 『니체의 철학 동시』등이 있고, 청소년시집 『요즘애들, 밥보다 밥』이 있습니다.
목차
첫댓글 이봉직 선생님, 제목부터 눈길을 확 끕니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이봉직 선생님 잘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