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기자의 시각
“불법집회에 법대로 하니 시원” 경찰다운 경찰이 불러온 평화
[기자의 시각]
조선일보
신지인 기자
입력 2023.06.02. 03:00업데이트 2023.06.02.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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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지난달 31일 오전, 경찰청장 주재 회의에서 한 간부는 “오후 5시 20분에 해산 명령하고, 그 뒤부터 우리는 전투태세로 임하겠다”고 했다. 전날 경비대책회의를 주재한 윤희근 경찰청장이 “경찰로서 할 역할을 당당히 하겠다”고 다짐한 것을 뒷받침하는 말이었다.
서울경찰청 기동대 대원들이 25일 서울 중구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 불법 집회 대응 훈련을 하고 있다. 2023.5.25/경찰청
경찰의 다짐은 현장 곳곳에서 실제 행동으로 나타났다. 사전 집회신고 시간이 지나자 경찰은 곧바로 세 차례 해산 명령을 내렸다. 또 경찰 지휘부는 조합원들이 청계천광장에 불법 분향소 설치를 시도한 지 1분도 안 돼 기동대원들에게 무전으로 ‘철거 명령’과 ‘현행범 체포 명령’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경찰을 폭행한 조합원 4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엄정한 경찰 대응의 결과는 평화였다. 서울 도심에 모인 2만명의 민노총 조합원들은 불법 집회를 자진해서 해산했다. 2만명이 넘는 인원이 8시간 가까이 모여 집회를 열었는데, 경찰 진압 과정에서 다쳐 병원으로 이송된 사람은 ‘0′명이었다. 민노총 조합원들은 “폭력경찰 물러가라”고 구호를 외쳤지만 정작 폭력의 시작은 그들이었다. 이날 조합원들은 경찰에게 “개새X들” “정권의 개”라며 쉴 새 없이 욕하고 멱살을 잡고, 형광 조끼까지 벗기려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 기동복 차림으로 경비대책회의 주재를 위해 도착하고 있다. 윤 청장은 전날 상황점검 회의에서 이날 5만 명이 참여하는 민주노총집회에 대해 "불법집회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에는 캡사이신 분사기 사용도 준비해야 한다"며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2023.5.31/뉴스1
일사불란한 대응을 위해 경찰은 최근 대대적인 훈련도 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시작해 6월 12일까지 실시하는 ‘경찰청 및 각 시·도청 경찰 부대 훈련’이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했던 2017년 이후 처음으로 강제해산 훈련을 재개했다. 캡사이신을 활용해 불법 집회 참가자를 진압하는 훈련도 했다. 또 집회 소음이 기준치인 95dB(데시벨)을 넘기면 스피커 전원을 뽑거나, 불법 무대차량을 견인하는 등의 실제 상황 맞춤 훈련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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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경찰은 민노총 등의 불법 집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민노총의 집회 행태는 국민들께서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불법 시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촉구하자 180도 달라졌다.
집회를 막는 일선 경찰도 지휘부의 바뀐 기조를 반기고 있다. 이날 집회 현장에 있던 한 기동대원은 “해산 명령 3회를 해도 불응하면 강제 해산이 원칙인데, 얼마 전까지도 해산 명령만 10번, 20번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원은 “집회 시간, 장소를 어기고 경찰에게 욕을 해도 참을 수밖에 없었는데, 법대로 하니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한 민노총 조합원은 이날 집회 전 연설에서 “정권 1년 만에 민주‧민생‧평화 파괴로 지옥에 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불법으로 도심의 차로를 점거하고, 시민의 일상과 자유를 빼앗고, 평화를 빼앗은 건 정작 누구인지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