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사람의 일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관심을 끌고 싶어하는 사람이 들으면 섭섭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누가 무슨 옷을 입고 어떤 가방을 들고 어떤 시계를 차고 어떤 신을 신고 혹은 슬리퍼를 끌며 어디로 가던 바람처럼 생각한다.
사정이 급해서 길가에 몰래 실례를 해도 대지가 벌떡 일어나서 여기다 무슨 짓을 하느냐고 시비를 걸지 않는 것처럼, 거울 앞에서 폼을 잡고 엉덩이를 씰룩쌜룩 쇼를 하다 방구를 뀌어도 거울은 심통을 부리지 않고 웃거나 화를 내거나 쭈굴쭈굴한 얼굴을 내밀고 봐달라해도 언제나 친절하게 맞아 주듯이미소 한자락 건네줄 만큼의 애교는 있지만 남의 일에 이렇쿵 저렇쿵 관여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설령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크게 미워하거나 기뻐 날뛰지 않으며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할지에 대하여도 대체로 무심하다. 다만 사고방식이 건전하고 진실하며 사리사욕보다 나라와 백성을 깊이 배려하는 분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일반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나는 여러 명의 대통령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나쁜 짓은 절대 하지 않고 국민을 왕처럼 존중하고 받들어 섬기며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서 행복과 만족을 느끼며 사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외치며 만나는 사람마다 악수하며 지지를 부탁한다.
그러나 공약은 대통령이 되는 다음 날부터 퇴색하여 제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며 임기가 끝날 무렵이면 초심은 까맣게 잊혀져 빈 약속이 휴지통에서 펄럭인다.
대통령이 누가 된다고 해도 모든 사람들의 욕망과 문제점을 다 만족시켜 주지는 못한다. 자신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숙제와 같은 것이다.
전에는 술자리에서 지인들과 만나 이따위로 정치를 한다느니 잘 할 줄 알고 뽑아줬는데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독재정치를 하다느니 열을 내곤 했지만 지금은 초연하다. 이젠 내 자신의 문제를 다른 사람이 책임지거나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기의 문제나 장래를 남에게 의지하여 해결하려는 것은 마치 남의 텃밭을 빌려서 농사를 지으려는 것과 같다. 남의 텃밭을 빌려 농사짓는 것보다야 내 텃밭에 내가 원하는 좋은 씨앗을 뿌리고 정성스럽게 가꾸어서 수확하는 편이 훨씬 낫지 않겠는가!
그래서 난 남의 밭에 농사를 지으려는 생각을 오래 전에 포기하고 오직 내 마음의 밭을 옥토로 만들어서 좋은 씨앗을 뿌리고 정성스럽게 가꾸려 한다.마음에 악하고 그릇된 망념의 잡초를 뽑고 자라지 않게 하며 겸손과 인내와 성실과 평안과 지혜를 심고 가꾸는 일에 전념하느라 남의 제사에 감 놔라 대추 놔라 신경을 쓸 여가가 없는 까닭이다.
누가 재벌이고 누가 장관으로 임명되었는지 잘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 사람들은 이런 멍청이를 세상에 어둡다고 비웃겠지만 그래도 난 빙그레 미소하며 뚜벅뚜벅 내가 가야할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
몇개씩이나 가지고 있다는 흔한 모임도 없는데 돈을 벌거나 높은 자리에 앉을 뜻이 없으므로 얻어야할 중요한 정보나 자료가 필요치 않고 남의 허물과 흉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는데 근심 슬픔 원망 분노와 같은 풀어야할 산적한 스트레스도 없으니 빌딩숲에서 마치 없는 듯 조용히 산다.
이러한 삶에 대하여 누군가 비난하고 흉을 본다고 하더라도 상관이 없다. 그 자신의 스트레스 때문에 비난하고 흉보는 것인데 그 대상이 설사 나라고 해도 삿대질하며 분노하여 따질 성격은 아닌 것 같다.
불타는 욕망이나 심각한 고민이 없고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다름없는 고요하고 평온한 나날 속으로해야하고 가야할 길을 묵묵히 가는 것을 숭고한 삶이라고 여기며 사는 얼뜨기 촌부의 흰구름처럼 한가로운 풍경화다.
첫댓글 수행자의 일기 같습니다.
즐겁게 읽었습니다._()_ 합장!
^^* 글을 읽은것만으로도 맑아집니다.
그래서 오늘도 좋은날입니다. _()_
감사합니다 ^^**
정말로 자연인의 삶이이지여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이미 벗어 던진 귀거래사. 한 포기 자운영 같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