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에는 공주와 계룡산으로 일박 이일을 했었어요.
하루 날 잡아 훌쩍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 일박 하는 기분이 나름 색달라서 올해도 역시나
구정도 지나고 방학도 끝나는 겨울 끝 자락, 28일과 공휴일인 3월1일에 나가보기로
일찌감치 날짜를 정해놨었어요.
돈들어오기전에 돈 나가는 구멍이 먼저 생긴다고...
아직 멀리 남아있는 집안 행사를 28일로 당겼다고 통보가 옵니다.
내가 나간다고 발설도 안 했으니 기밀이 샜을리 만무하건만,
하여간 내자리에 봉투로 대신 보내고 과감히 일상탈출입니다.
떨치고 나와서 간 곳은 천안에서 50분,
고속버스 차비는 3500원, 진천 입니다.
아침부터 주섬주섬 싼 가방안에는 떡과 커피 찐 밤과 쵸콜릿...
버스에 오르자마자 떡과 커피를 꺼내어 잠시 요기를 합니다.
먹다보니 뭐 그리 멀리 간다고 간식까지 챙겨 먹는지 ..
이 수선함 때문에 깔깔 웃습니다.
아직 떡이 넘어가기도 전에 , 커피가 식기도 전에 진천 도착입니다.
알고보니 천안IC 로 빠져나가 목천 IC 로 들어와서 병천을 지나니 진천입니다.
이런 된장~
이건 완전히 경복궁에서 챵경궁 가는 거리 이군요.
진천에 내려서 버스 터미널에서 관광지도 찾기를 포기하고
일단 점심을 먹고 진천 농교 부터 가보기로 합니다.
점심 메뉴는 자장과 짬뽕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집을 찾아야 하는데 시내 전역을 돌고 돌아도
어디 숨었는지 절대로 나타나지 않는군요.
이 골목 저골목, 돌고돌아 제자리도 서너번.
메이커 가게들이 줄 지어 있는 중앙통도 지나고
재래시장에 오일장 시장까지 뒤지고 뒤지다.
읍 사무소에서 위쪽으로 쭉 올라가다 보니 세상에나 그 토록 찾 던 중국집이
두 개나 있는 거예요.
처음 발견한 낮으막한 지붕의 중국 집 문을 열었더니 배달 갔다고
조금 오래 기다려야 한다네요.
배달원 월급이 비싸니 직접 배달하면서 차라리 한 그릇 덜 파는게 나을 거라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와 하면서 다음 집으로 가보니 어이구~ 여기는 식탁이 모자라 합석을 해야할판 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빨갛고 매운 짬뽕과 국물이 시원해보이는 우동으로 배를 든든히 채운 다음에
다시 터미널로 내려와 언제 갈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느라 오후도 반 나절 버리는 중 입니다.
드디어 시골 아줌마 서너명과 함께 버스를 타고 십 여분 가니 농 다리 도착입니다.
진천 구곡리에 있는 지네 모양의 돌 다리로 28칸이었는데 지금은 25칸만 있다고 합니다.
대바구니를 엮듯이 돌들을 지그재그로 쌓아 만든 천년된 다리라는데 가만히 물속에 잠긴 돌을 보니
정말 천년을 지나왔나 싶게 단단하고 변함이 없습니다.
초평 저수지 입니다.
그리 크지않은 저수지인데다가 가까이로 겹쳐지는 산 봉우리들이 굉장히 부드럽고도 아름다와 보입니다.
어찌나 날이 따뜻한지 바로 지금 봄이 온듯 언 땅도 녹아서 질척거리는 사이로 자잘한 풀들이 뻩쳐 올라오는데.
다음날 전국적으로 비가 올것이라는 얘기에 아래위, 두툼한 솜으로 차려입었다가
언덕 하나 넘고서 훌쩍 벗어버립니다.
옷 벗기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햇빛이 맞나봅니다.
오늘의 일정은 농다리 하나로 끝낼 예정이어서 일찍 시내로 나가봤자 할일도 없고 볼 곳도 없어서
이곳에서 해가 질때까지 이쪽 저쪽으로 산책을 하며 돌아다니는 중 입니다.
농 다리가 지네 모양이라는데 가까이서 보니 네몬지 동그라미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언덕위에 올라보니 살짝 휘어지고 등어리가 거칠거칠한것이 지네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농 다리를 나오다 한 쪽 을 보니 작은 옹달샘이 있습니다.
반석사이에서 연중 마르는 법 없이 흐르는데 풍습과 안질에 좋다고 합니다
세종 대왕이 안질 치료차 초청에 가던중 이 샘물을 마시어서 "어수천"이라고도 불렸다는데
지금은 관리가 되어있지 않은지 작은 팻말 하나만이 옛날의 영화를 대변해주는듯 합니다.
버스에서 내릴때 나가는 버스 시간을 물어보니 저녁 6시쯤이라 하였건만.
도무지 버스 올 생각은 안하고...
하는 수없이 나이도 어리고 미모도 빼어난 내가 히치를 감행했습니다.
나름 법칙이 있다고 하는데 , 이럴땐 봉고나 트럭을 세워야 한다는군요.
그러다 조개잡이로 팔려가는거 아닌가 몰러~
기다리는 장소가 언덕 밑이어서인지 모든 차들이 쏜살같이 달려가는 중에
만만한 트럭이 오길래 슬쩍 손을 들어봤더니 저만큼 가서 섰는데,
공사판에서 왔는지 온통 흙 투백이 입니다.
운전자는 차가 더러워서 타겠느냐고 하고 우리는 그것도 감지덕지..
제대로 10분만에 진천 입성 입니다.
농다리 전시광에서 얻은 진천 관광 명소 지도에 찍혀있는 기름이 자르르한 쌀밥 집을 찾아
헤맨 끝에 한 정식 집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7000원 정식인데 어찌나 잘 나오는지 다시오고픈 집으로 별점 다섯개 입니다.
이제 배도 부르니 몸 누일 곳을 찾아야하는데.
많은 모텔을 지나쳐 이름이라도 수수한 곳을 찾으려니 그것도 만만치 않아 운동삼아
진천 시내를 돌고돌고...
지도를 그리자면 김정호보다도 더 세세히 그리고도 남겠더라구요.
거리에서 날 밤을 새울수도 없으니 만만한 모텔가서 숙박비도 조금 깍아가며 하루밤이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