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공황 시대 미국 66번 국도에서 일어난 일
이 사진은 1930년대 미국 대공황(Great Depression)의 참상과, 그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도 끝내 꺾이지 않던 한 어머니의 위대한 생존 기록이다. 어머니라는 그 무거운 이름을 한 풀 벗기고 보면 그는 이런 큰 짐을 지기에는 너무 어린 32세의 여인(내가 아직도 철없는 애기로 보는 내 딸이 33세이니)일 뿐이다.
당시 미국은 대폭락한 경제와 더불어 '더스트 볼(Dust Bowl)'이라는 극심한 황사 가뭄까지 겹쳐 수많은 농부가 대대로 일궈온 땅을 잃고 서부 카지노나 일자리가 있다는 캘리포니아 농장을 향해 66번 국도로 몰려들던 시대였다.
이 모진 역사의 한복판을 맨발로 걸어간 32세 여인, 마사 에반스(Martha Evans)의 여정을 따라가 보자.
- 66번 국도의 어머니 마사 에반스, 사진에 담지 못한 위대한 걸음
1930년대 대공황의 한 가운데서, 미국에서 가장 황량하고 험준한 66번 국도 위를 걷는 한 여인이 있었다. 서른둘의 마사 에반스, 그의 곁에는 홀로 책임져야 할 여섯 명의 아이가 있었다. 그는 해진 옷을 입고 다리에 피 묻은 붕대를 감은 채, 쌍둥이 젖먹이들이 누워 있는 작은 수레를 끄는 손을 결코 놓지 않았다.
때마침 정부(재정착 관리국. 나중에 농업안전청으로 개칭) 소속 사진작가가 이 처절한 풍경 앞에 차를 멈추어 세웠다.
“제 차에 태워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만 괜찮습니다.”
“아이들이 몹시 지쳐 보입니다. 차를 타시는 게 좋겠습니다.”
“한 번이라도 호의에 기대어 도움을 받기 시작하면, 앞으로 다가올 무수한 고난과 시련 앞에서 우리 아이들이 의존하는 법을 먼저 배울까 두렵습니다. 이대로 걷겠습니다.”
마사는 고개를 저으며 수레를 끌었다.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차를 얻어타면 당장은 이 어려움을 피하겠지만 대공황이 몰아닥친 이 험한 미국에서, 그것도 살아남기 위해 다투는 이 절망의 한가운데서 살아남으려면, 마사는 이 아이들이 스스로 이 어려움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믿었다.
“이름이라도 알려주시지요”
“예, 마사 에반스입니다.”
“걷고 있는 아이들은 몇 살입니까?”
“뒤에 아이들은 6살, 5살, 4살, 3살입니다. 수레의 쌍둥이는 11개월입니다.”
사진작가는 마사 에반스의 허락을 받아 사진을 찍었다.
마사 에반스는, 그러고는 그 황량한 66번 국도를 그대로 걸어갔다.
사진작가는 마사 에반스의 의견을 존중하여 사진만 찍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이 사진을 신문사로 보냈다.
대공황으로 저마다 생존 위협을 받고 있던 미국인들이, 자기 사정도 힘든데 남의 일까지 알고 싶어하지 않던 그 비극의 적나라한 참상의 한가운데서 마사 에반스 가족의 사연이 신문에 등장하자마자 온 미국이 난리가 났다.
대공황의 폭풍에 휩쓸린 채 고통스럽게 걸어가는 아이들, 32세 어머니의 처절한 눈빛, 미국인들은 이 사진 한 장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66번 국도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편지를 쓰고, 먹을거리를 담은 봉투와 작은 기부금을 부쳤다.
바스토우 우체국의 작은 사서함으로 모인 200달러의 돈과 버스표 덕분에, 마사 에반스는 잠시 체력과 걸음 수로 거리를 계산해야 하는 고통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캘리포니아 베이커스필드의 삶 역시 낭만적이지 않았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이주 노동자들과 포도를 따며, 장거리 걷기로 닳아버린 마사의 손은 힘든 노동을 해내야만 했다. 그래도 살아야 했다. 고되지만, 아이들이 있는 한 무너질 수는 없었다.
그런 마사의 끈질긴 의지 끝에서, 66번 국도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미래가 나타났다. 여섯 아이들 중 세 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마사 에반스는 1978년, 자녀들이 모두 어른이 되어 독립한 뒤 세상을 떠났다.
그가 쌍둥이를 태우고 66번 국도를 가로질러 밀고 가던 낡은 수레는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가 남긴 유산은 역사책에 박제된 사진 한 장이 아니다. 포기하는 것이 계속 나아가는 것보다 훨씬 쉬웠을 그 절망의 66번 국도에서, 피로와 절망에 굴복하지 않고, 시련과 고난에 저항하며 살아남은 자식들의 삶 그 자체가 바로 마사가 남긴 인생 최대의 걸작이다.
확신도 없고 피난처도 없고, 도움의 손길도 없던 대공황의 한복판에서, 마사는 마차 한 대와 여섯 아이를 품에 안고 끝없는 길을 향해 그저 계속 걸어갔을 뿐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
.
.
.
.
.
여기까지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진 분들을 위해 서늘한 진실의 소나기를 퍼붓겠다.
이 글은 사진과 함께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그뿐이다.
그러나 나는 의심이 많은 사람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형이 <의심하는 인간(Homo Dubitans)>라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의심했다.
마사 에반스가 누군지 더 알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여자는 지구에 태어난 적이 없다. 그렇다. 거짓말이다. 저 사진은 AI가 만들어낸 가짜다. 대공황이라는 시대 배경을 교묘하게 짜깁기한 거짓말이다.
그럼 어디서 어디까지 거짓말일까?
그 진실을 곧 알려주겠다.
젊은 시절에는 이 신문, 저 신문에 연재소설을 많이 써봤지만 지금은 연재 자체가 사라진 시대다. 신문이 망하고 방송이 망하는데 뭐.
그래서 이 공간에서 오랜만에 사치를 부려본다. 곧 다음 이야기를 올리겠다. <다음 회에 계속>
https://cafe.daum.net/biocode/3w8I/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