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만족의 대이동
375년경, 중앙아시아 훈족이 서쪽으로 진격하자 게르만족 가운데 가장 동쪽에 거주하던 고트족이 이에 압박을 받아 다뉴브 강을 건너 로마 영토 안으로 대거 이동하기 시작했다. 훈족은 흑해 북쪽의 초원지대에 살던 기마민족으로 용맹하고 잔인하기로 유명했다. 이런 훈족이 아틸라 왕의 지휘하에 고트족을 침공, 약탈하자 서고트족이 먼저 이동을 시작하고, 이어서 게르만족의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이미 무력해진 로마는 게르만족을 물리치지 못하고 동맹자로 인정하여 제국 내에 정착을 허용했다. 게르만족들은 정착금을 받은 대가로 로마의 용병이 되어 로마군은 차츰 게르만 군대로 대치되었다.
5세기부터 6세기 말까지, 게르만족들은 허약한 로마 내부에 각기 자신들의 왕국을 세웠다. 무차별적인 문화재 파괴를 뜻하는 ‘반달리즘’(vandalism)의 어원을 제공한 반달족은 북아프리카로 건너가 카르타고를 수도로 삼고 로마 내부에 최초의 게르만족 독립왕국을 세웠다. 알라만족은 오늘날 독일 남부에, 서고트족은 에스파냐에, 수에비족은 포르투갈 지역에 정착했다. 동고트족은 이탈리아로 진출했으며, 앵글족과 색슨족 등은 연합하여 바다 건너 브리튼 섬(영국)에 왕국을 세웠다. 프랑크족은 북프랑스 지역에, 부르군트족은 프랑스 남부 론 강 유역에 왕국을 세웠다. 롬바르드(랑고바르드)족과 헤룰리족도 이탈리아에 각각 왕국을 세웠다.
그러는 동안 한때 갈리아 지방까지 침입하려던 훈족은 서로마-게르만 연합군에게 크게 패하고(451년), 아틸라왕의 사망으로 급속히 세력이 약화되었다. 476년, 게르만족(헤룰리족)의 용병대장 오도아케르는 서로마 최후의 황제 로물루스 아우구스툴루스를 폐위시킴으로써 서로마제국을 멸망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