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아유 - 학교 2015] 15
#1. 이안의 방. 밤
이안, 결심한 듯 메달이 걸린 벽을 향해서 손을 뻗고, 하나를 낚아채는.
#2. 거리 일각. 밤
막 주머니에 뭔가를 쑤셔 넣으며,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하는 이안.
#3. 은별의 집 앞. 밤
태광과 은비 나란히 걷고 있다.
집 앞에 다다르자 멈춰 서는 두 사람.
태광 : 들어가라!
은비 : 공태광, 혼자 있을 때 시간 빨리 가는 법 알려줄까?
태광 : 야! 그런 게 어딨냐? 나한테 시간 빨리 가는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어.
은비 : 뭔데?
태광 : (담담히) 너랑 있을 때..
#은비, 못 말린다는 듯 미소 지으면, 태광 은비를 예쁘게 가만히 본다.
태광의 얼굴 은비를 향해 서서히 다가가면 은비 웃음기 사라지며 눈 동그래진다.
#태광 깜짝 놀라 커진 은비의 눈 보다가, 다정하게 다가가 입술이 닿기 직전 볼에 살짝 입 맞춘다.
#정신없이 달리다, 은별의 집 앞에 거의 다다라 우뚝 멈춰서는 이안.
#이안의 시선에서 태광과 은비의 뒷모습, 마치 입맞춤 하는 듯 보이고,
이안, 상처 받은 얼굴로 우두커니 서 있다.
#은비의 볼에 닿았던 태광의 얼굴이 서서히 멀어지고,
놀란 눈의 은비, 쑥스럽고 설레는 태광 마주 본다.
두 사람 마주 서있는 모습을 화나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보다가 어쩔 수 없이, 구석으로 몸을 숨기는 이안.
은비 : (당황해서 시선 피하며) 야.. 공.. 공태광.. 너 뭐야....
태광 : (수줍고 떨려서 괜히 큰소리치며) 야! 나.. 지금 니 말 하나도 안 들리거든!
은비 : (말 자르며) 야아...
태광 : 에이씨.. (눈 질끈 감고, 얼굴 내밀며) 칠거면 한 대 치고!
은비 : (가만히 보는)
태광 : (은비 시선 피하며) 아님... 니 얼굴 못 보겠으니까 빨리.. 들어가.. 너!
은비 : (어색한) 나... 갈게..
은비, 대문 쪽으로 가고, 태광, 휙 돌아서 몇 걸음 걷다가,
태광 : (다시 뒤 돌아, 손 흔들며) 야! 나, 간다!
인사 마치고 돌아서는 태광의 얼굴에 미소 번진다.
은비, 집으로 들어간다.
차갑게 보고 서있는 이안의 앞으로, 미소 띤 태광이 스쳐 지나간다.
혼자 남겨진 이안의, 가슴 아픈 그 얼굴에서.
#타이틀 <후. 아. 유?>
#4. 세강고 전경. 아침
#5. 교무실. 아침
교감선생님 자리 앞에 서 있는 준석.
교감 : 김선생, 그 사건 무혐의 처리되고, 다 끝났는데 왜 사표까지 쓰시려는 겁니까?
학교 측에서도 감봉 3개월정도 생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김준석 : ....제가 아이들을 계속 가르칠 자신이 없어서요. 학기 중인데 정말 죄송합니다, 교감선생님.
김준석의 자리에 걷어 온 수학노트 올려놓던 민준, 교감과 김준석의 대화 듣고 놀라서 나간다.
교감 : (딱하게 보며) 그래요. 정 그러시다면..어쩔 수 없죠.. 후임교사 구할 때까지, 아이들 섭섭하지 않게 정리 잘 하세요.
김준석 : 네..(꾸벅하고 자리로 가는)
교감 : (짠해서 본다)
그때, 안주리, 샘 해밍턴과 함께 교무실로 들어와 교감 자리로 온다.
안주리 : 교감선생님, EPIK(에픽)으로 오신 원어민 보조교사 샘 해밍턴 선생님이세요!
샘 해밍턴 : I'm honored to meet you. I'm Sam Hammington.
교감 : (악수하며 긴장해서) 엄..나이스 투 미츄. 투! ...웰컴..!
샘 해밍턴 : (능숙하게) 교감쌤.. 나 한국말 잘해요! 편하게 해요!
안주리 : (웃고) 호주분인데 한국말도 잘 하시더라구요.
교감 : (큼...) 그럼 그렇다고 미리 말씀을 좀... 암튼! 수고들 하시고 안쌤이 많이 도와주십시오.
안주리 : 네, 교감선생님!
교감 : 그만들 가보세요.
안주리, 샘 해밍턴 자리 뜨면, 긴장 풀려 털썩 앉는 교감쌤.
#6. 복도. 오전
태광, 가방 메고 등교하는 길이다.
복도에 기대서 태광을 기다리는 이안.
태광, 무심히 이안의 앞을 스쳐 지나가면 이안, 태광의 어깨를 탁 짚으며.
이안 : (낮게) 공태광! 옥상에서 좀 보자.
태광 : 야! 무슨 일인데?
이안, 대답 없이 앞서 가면, 태광 궁금함으로 돌아본다.
#7. 옥상. 오전
기다리는 이안의 앞으로 껄렁껄렁 다가가는 태광.
태광 : 뭐냐? 니가 옥상엘 다 올라오고?
이안 : (단단하게) 공태광! 너한테 더 늦기 전에, 꼭 해야 될 말이 있어서.
태광 : (삐딱하게 서서) 뭔데?
이안 : 내가 그동안 너무 혼란스러워서.... 내 맘을 나도, 정확히 모르겠어서... 니 질문에, 대답 못했던 게 있는데.
태광 : (심상치 않은 분위기 느끼고, 마주서며) 말 해!
이안 : (낮지만 단호하게) 나는... 이은비를 싫어한 게 아니더라고!!
내가 화가 났던 건! 걔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좋아했기 때문이더라고!!
태광 : (놀랐지만, 침착하게) 야.... 한이안!!
이안 : (어제의 기억 떠올라 화나지만, 꾹 참고) 내가 뭘 봤든! 뭘 들었든! 아무 상관없어.
태광 : !!! 야...
이안 : (말 자르며) 니가 무슨 얘길 하든! 무슨 욕을 하든! 그것도...아무 상관없어.
태광 : 그래서... 어쩌자는 건데?
이안 : 아직... 끝난 거 아니라고.
이안, 뚫어져라 태광을 보면.
태광 : (질 수 없다.) 야! 한이안! 난 처음부터 그랬어! 이은비 말고, 다른 건 아무 상관 없었다!
이안 : 그러니까... 제대로 말하면, 나는, 이제 시작이라고!
이안, 태광, 한치도 물러섬 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데서.
#8. 교실. 오전
안주리, 샘 해밍턴 교탁 앞에 서 있고 아이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고 있다.
이안과 태광, 둘 다 정면을 보고 있지만, 눈빛에서 신경전 느껴진다.
안주리 : 자, 다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씩 웃으며) 못 알아들어도 애써서 잘 들어보도록 하고!
(영어로) 샘 해밍턴 수업 시작하시죠?
샘 해밍턴 : (영어로) 오늘은 자막 없이 영화의 일부를 보고 그 장면에 대해서 서로 자유롭게 이야기해 보는 수업을 하겠습니다.
샘 해밍턴, 영화를 틀려고 하는데,
윤재 : (장난스럽게) 샘쌤! 하우 올드 아 유?
샘 해밍턴 : (능숙한 한국말) 먹을 만큼 먹었다!
기태 : 오오!! (탄력받아) 샘쌤!! (해나를 가리키며) 디스 이즈 마이 걸프렌드!
샘 해밍턴 : 안물안궁.
기태 : (화들짝 놀라며) 헐..
#9. 급식실. 낮
아이들 삼삼오오 모여 밥 먹는다.
소영, 식판 들고 가며 앉을 자리 찾지만, 마땅치 않다.
기태, 민석, 진권, 해나, 효은, 모여 앉은 자리 끝 쪽으로 소영, 기죽지 않고 꼿꼿하게 다가가 식판 놓으면
아이들 맘에 안 드는 표정으로 일제히 본다.
소영,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밥 먹기 시작한다.
해나 : (소영 들으라는 듯) 뻔뻔하고 센걸로 치면, 나두 어디 가서 빠진단 소리 안 듣는데,
강소영 앞에서는 이름도 못 내밀겠다야..
소영 : (찍 노려보는)
기태 : 우리 해나 센거는 시크 한 거고, 쟤는 그냥 범죄고...
민석 : 이야... 이렇게 까는데도 밥만 잘 먹네?
소영 : (숟가락 들고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먹는다.)
#10. 화장실. 낮
우엑... 속 게워내고 물 내리는 소리 들려온다.
잠시 뒤, 무표정한 얼굴로 나오는 소영.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얼굴을 가만 들여다보는.
물기 어린 눈으로 손 씻다가, 약해지지 않으려는 듯 표정을 다잡는데.
은별, 들어와 소영 옆에서 무심히 손 씻으면.
소영 : (낮게) 야 고은별.. 너 내가 이대로 찌그러질 거 같지? 너랑 이은비 둘 다 살아서, 애들 갖고 논 걸 내가 아는데
니들 무사할 거 같아?
은별 : (손 다 씻었다. 물기 닦으며 거울 속 소영을 빤히 응시한다) 강소영, 거울 좀 봐. 지금 니 얼굴 어떤지?
그리고, 여유 되면 니 맘도 좀 들여다보고.
소영 : 뭐?
은별 : 센 척 하면서 소리만 질러댄다고, 감춰지니? (차갑게 말하지만 진심이다.) 나도 겪어봐서 알아.
속으론... 지우고 싶고, 도망가고 싶어 미치겠는, 니 마음!
소영 : !!!
은별, 무표정한 얼굴로 나가면
소영, 천천히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본다. 보기 싫다.
세면기 위에 놓인 비누받침 잡히는 대로 거울 향해 집어던진다.
#11. 학교 도서관. 낮
은별, 책장 앞에 서서 책 보고 있는데, 이안 다가와 옆에 선다.
은별, 이안을 무신경하게 한 번 슥 보고 다시 책 보면.
이안 : (예쁘게 보며) 고은별. 또 책보냐?
은별 : (책 흔들어 보이며) 보면서 뭘 물어..
이안, 피식 웃고, 책장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털썩 앉는다.
이안 : 고은별. 기억 나냐? 나...옛날에, 너 책 다 읽을 때까지 하루 종일 옆에 앉아서.. 이렇게 기다렸는데...
은별 : 칫.. (웃고) 공차다 와서, 다 읽었어? 딱지놀이 하다 와서, 다 읽었어? 나 엄청 귀찮게 했지.
이안 : 야! 그 때 얼마나 심심했는지 아냐?
은별 : 가라는데도 안가고 끝까지 붙어있던 게 누군데?
이안 : (웃고) 가기 싫었으니까...... (편집해주세요)
은별, 또 말없이 책 보고 있으면, (편집해 주세요.)
이안,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올라 아련하게 은별을 본다.
은별 : ...... (시선 느끼고 이안을 본다. 약 올리듯, 장난스럽게) 나보다 키도 작고, 공부도 못하고,
소리 빽 지르면 눈물 찔끔하던 한이안 어디 갔을까? 응?
이안 : (다정하고 진지하게) .... 니 말이 맞아. 우린 너무 컸고... 많은 게 달라졌다. 그치?
은별, 장난에 진지하게 반응하는 이안이 이상해, 다시 본다.
이안 : 고은별...나 말야... (뭔가 말을 꺼내려다)
은별 : 뭐? 말해!
이안 : (말 삼키고, 일어나 장난치며) .... 훈련 간다구!
이안, 웃어주고 가면,
은별, 이안의 뒷모습을 보며 쓸쓸하게 웃는다.
#12. 은별모의 가게. 오후
카운터에 선 은비. 능숙하게 계산을 하고 포장을 하는 모습.
계산을 마치고 돌아서는 손님에게 싹싹하게 인사를 한다.
은별모 신기함 반, 대견한 반으로 은비에게 다가오는.
은비 :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은별모 : (밉지 않게 흘기며) 엄마보다 더 잘해, 너?
은비 : (자랑하듯) 통영에 있을 때 나, 알바의 여왕이었어, 엄마!
은별모 : 으이구 그랬어?
은비 : (마주 웃는)
은별모 : 근데 너 학교 알아 볼 동안 이렇게 엄마나 돕고 있어도 돼? 전학 간 학교에서 진도 안 맞음 어떡해?
은비 : 그래서 학원이라도 좀 다닐까 하는데... 그래도 돼?
은별모 : 그래도 돼가 뭐야, 당연히 해야지. 엄마가 알아봐 줄게.
은비 : 응.
은비, 은별모 마주 보고 웃는데, 손님 들어온다.
반색하며 나가려는 은비를 말리고, 응대하는 은별모.
그때 은비 핸드폰 울린다. 화면 보면 <공태광>
은비 순간 긴장하고,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는다.
은비 : (아무렇지 않게) 왜, 공태광?
#13. 공원 일각. 오후
교복차림의 태광, 벤치에 앉아 은비와 통화 중이다.
긴장되는 표정으로, 한 쪽 다리를 달달 떨지만 목소리는 멀쩡한 척,
태광 : 할 말 있으니까 나와. 공원!!
대답도 안 듣고 전화 끊고는, 긴장 풀려 심호흡하는.
#입구 쪽을 연신 바라보는 태광인데, 반대편에서 나타나 옆에 앉는 은비.
태광, 화들짝 놀라고는, 애써 태연한 척.
태광 : 왔냐...
은비 : (안 보고 끄덕이는) 할 말이 뭔데?
태광 : 야 어제... 많이 놀랬...(냐?)
은비 : (얼른) 공태광!
태광 : 어?
은비 : (어색하고 어려운) 나는...잘 모르겠어. 그러니까 나한테 아무것도 물어보지 마.
태광 : (빤히 보다가 씩 웃는) 됐네. 미안하단 말은 안했으니까. 그럼 나도 미안하단 말 안한다?
은비, 긴장해서 후다닥 일어나 걸어가면
태광, 피식 웃고 따라가 어깨로 툭 치며,
태광 : 야, 근데 너 얼굴 좀 빨개진 거 같다?
은비 : (당황해서, 버럭) 아니거든!
태광 : (은비에게 얼굴 들이밀며) 빨개졌는데?
은비 : (더 빨리 가며) 아니라니까?
은비, 태광을 밀어버리고 가는데, 태광, 더 따라붙으며 놀리는.
아옹다옹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14. 수영장 일각. 오후
훈련 마친 선수들, 트레이닝 복 입고 코치 앞에 대열해 있다.
코치 : 내일부터 대통령배 수영대회 참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출전 종목 신중하게 찾아오도록!
선배1 : 한이안은요?
코치 : 당연히 불참이지.
이안 : ......(열외라는 사실이 속상하고)
선배1 : 그럼 한이안이 도맡아 나갔던, 자유형 100, 200, 400미터 자리 다 비어있는 거죠?
코치 : 그렇다. 비록 대회는 출전 못하지만, 이안인 꾸준히 예전 기량 되찾기 위한 연습 게을리 하지 말고!
이안 : 네!
코치 : 해산!
코치 나가고, 민규 이안에게로 다가온다.
민규 : (괜한 미안함에) 이안아..
이안 : (민규 툭 치고 애써 웃으며) 야, 나 지금 재활 속도 얼마나 빠른지 아냐?
나 없이 가는 대회 이게 첨이자 마지막이니까, 잘해라?
민규 : (장난 받아주는) 에이씨...
민규와 같이 웃지만, 마음 무거운 이안의 얼굴에서.
#15. 소영의 집 거실. 저녁
소영부 소파에 앉아 시사잡지 보고 있고,
소영, 눈치 살피며 조심스럽게 다가가 옆에 앉는다.
소영 : 아빠, 차 한 잔 드릴까요?
소영부 : 됐다.
소영 : 그럼...과일이라도...
소영부 : (슥 한 번 보고) 필요 없어.
소영 : (망설이다가) 아빠... 저희 반에 걔 있잖아요...
소영부 : (말 자르고, 잡지에 시선 그대로 고정한 채) 셰익스피어 희곡에 말이다. 이런 말이 나와.
잡초를 뻗어 퍼지게 하는 것은... 바람이 너무 부드럽기 때문이다.
소영 : (두려운 눈으로 아빠를 본다.) ...네?
소영부 : ......어설픈 온정주의는, 잡초 따위나 무성하게 만드는 법이지. 밟히기 싫으면 방법은 딱 하나다. 먼저 밟아버리는 거!
소영 : 아뇨...저 그냥 전학...
소영부 : (말 자르며) 아빠 공천 임박해 있는 거 몰라! (서늘하게) 안 그래도 니 문제로 신경 곤두서있으니까, 쓸데없는 소리 말고!
당분간 조용히 살던가, 먼저 밟아서 조용히 시키든가, 둘 중에 하나만 해!
소영, 원망과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아빠를 본다.
#16. 양재천. 아침
은비, 자전거 끌고 가는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이안 : 야!! 이은비!!
은비 깜짝 놀라서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멈춰 서 있으면.
이안 : 이은비!!!
은비, 천천히 뒤 돌면, 달려오는 이안 보인다.
은비, 이안이 불러주는 이름 들으니 왠지 마음이 벅차다.
은비 앞에 마주 서는 이안,
이안 : (대뜸 손 내밀어) 야! 핸드폰!
은비 : 어?
이안 : 내놔! 니 핸드폰.
은비, 핸드폰 꺼내면, 휙 뺏어가 번호 입력해 통화버튼 누르는 이안.
이안, 자신의 전화 울리자마자 뚝 끊는다.
은비, 빤히 이안을 보면.
이안 : 우리, 편하게 보기로 한 거 아니었어?
은비 : 한이안...
이안 : 야.. 번호를 모르면 편할 수가 없지. 만나기가 엄청 어려우니까.
그 때, 울리는 문자메시지 수신음, 이안 은비의 핸드폰 본다.
태광(E) : 잘 잤냐? 학원 알아봤어?
이안 : (표정 구기며, 핸드폰 돌려주고) 무슨 학원?
은비 : 전학 가기 전까지 진도 맞춰야 해서. 이따 등록하러 가야 돼.
이안 : (O.L) 같이 가자.
은비 : 응?.....안 돼.
이안 : 칫...아니야도 아니고, 안 돼는 뭐야? 혹시...같이 가기로 했냐? 공태광이랑?
은비 : 어? (놀랐다가, 거짓말로) 어어. 맞아.
이안 : 그래? (실망했지만, 애써 웃으며) 잘됐네. 훈련 한 시간만 땡땡이칠까..잠깐 고민했는데.
은비 : 훈련.. 잘 하고 있구나?
이안 : 당연하지. (툭, 웃으며) 이은비! 니가 한 말 책임 져야 돼! 나.... 금메달 딸 때까지.
은비 : (놀라서) 그게 무슨 말이야?
이안, 쑥스러워 은비 자전거 뺏어 들며 앞서 가고,
은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뒷모습 보고 서있다.
이안 : (돌아보며 활짝 웃는) 빨리 와! 나 시간 없어!
#17. 세강고 전경. 아침
#18. 3반 교실. 오전
조회 전 어수선한 교실.
자리에 앉아 있던 민준 일어나 앞으로 나간다.
민준 : 얘들아!
아이들 : (여전히 소란스럽고)
민준 : 할 말이 있는데... 우리 담임선생님 말이야, ......학교 그만두시는 것 같아.
아이들, 깜짝 놀라 조용해졌다가, 여기저기서 왜? 언제? 시끌시끌해진다.
송주 : 정수인 그 사건 때문이야?
시진 : 작년에 그 반 담임이었잖아. 그래서 그런가?
엎드려 있던 태광, 눈을 뜨고 천천히 몸 일으키는.
해나 : 언제까지 나오시는데?
민준 : 그냥.. 후임 구할 때까지 라고만 들었어.
하윤 : 학기 중간에 쌤 바뀌는 거 별론데..
민준 : 그래서 말인데... 선생님 그냥 가시게 놔둘 거야?
아이들, 시무룩한 분위기고,
복잡한 얼굴의 태광, 일어나 뒷문으로 나간다.
#19. 옥상. 낮
김준석, 뒤돌아 서 있는 태광을 미안함으로 보다가, 애써 웃으며 다가가 등을 탁 치는.
김준석 : 이 자식... 어디서 선생님한테 문자로, 뭐? 옥상?!
태광 : 옥상이요! 랬지 언제 옥상! 이랬어요?
김준석 : (픽 웃고) 왜 불렀어 임마.
태광 : .......그만 두세요, 학교?
김준석 : (밝게) 공태광! 내가 누굴 보면서 선생님 꿈을 꾸기 시작했는지 아냐?
태광 : 누군데요?
김준석 : 고2때 우리 담임샘! 가출한 학생 찾아 1박2일, 지방까지 찾아 헤매던... 완전 열혈 교사셨지.
학생들이랑 안전거리나 유지하려는 나와는 비교가 안 돼.
태광 : 오...멋지네! 좀 배우세요! 그런 훌륭한 선생님!
김준석 : (피식) 그 분이 누군지 아냐? 바로....너희 아버지셔!
태광 : !!!
김준석 : (태광 보다가) ....... 이사장님, 뵙고 왔다. 너 부탁하시더라. 난 지금 좋은 선생은커녕, 내가 제대로 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만 두는 거야. 생각 좀 해보게.
태광 : (괜히 투정부리는) 아, 진짜.. 저는 어쩌고요?
김준석 : (짠해서 보다가 머리 마구 헝클이며) 전화해 임마. 언제든지.
김준석, 에이...하며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지는 태광의 목에 팔을 확 걸어 데리고 나간다.
#20. 이안 설비 앞. 오후
훈련 마치고 오던 이안, 가게 앞에서 20대 초반의 건달과 실랑이 중인 아버지를 본다.
가게 문 앞을 떡하니 막고 서있는 스포츠카.
청년1 : (건방지게, 앞 범퍼에 기스 난 부분 가리키며) 말해 봐! 멀쩡하던 차가 왜 이 꼴이 됐는데! 어?
이안부 : (허허 웃으며) 이봐요! 남의 가게 앞에 차를 떡하니 세워 놓으니까 좀 빼달라고 한마디 했을 뿐이지,
내가 한 게 아니래도 그러네?
청년1 : 댁이 아니면 누군데? (이안부의 옷 잡아끌며) 그러니까 경찰서 가서 얘기 하자고오!
이안부 : (힘에 밀려 질질 끌려가며) 아니, 이거 놓고 얘기해! 지금 화낼 사람이 누군데?
이안 : !!!! (열 받고)
이안, 가방 집어던지고 달려들어, 청년1의 멱살을 잡는다.
이안 : (매섭게 보며) 그 손 못 치워?
청년1 : (짜증) 이건 또 뭐야? (주먹 들면)
이안부 이안을 보호하려다 청년1의 주먹에 맞는다.
“아이고!” 소리 지르며, 얼굴을 감싸고 아파하는 이안부.
이안, 눈 뒤집혀, 순식간에 청년1을 바닥에 눕히고 사정없이 주먹 날린다.
놀라는 이안부, 뜯어 말려 보지만 소용없다.
#21. 경찰서 전경. 오후
#22. 경찰서 복도. 오후
복도 가운데 서 있는 태광의 굳은 얼굴. 멀리 유치관리팀 푯말 보이고, 그쪽으로 걸음 옮기는 위로,
경찰(E) : 유치장이요? 1층 유치관리팀으로 가세요.
도착한 태광. 떨리는 손으로 손잡이를 잡는다.
눈을 꾹 감고 잠시 있다가, 차마 열지 못하고.. 참담한 표정으로 복도를 걸어간다.
#23. 경찰서. 오후
이안부, 이안, 청년1, 경찰 앞에 주룩 앉아 있다.
이안의 얼굴에 약간의 상처 있고, 얼굴 한쪽에 드레싱밴드 붙인 이안부.
청년1은 입술 터지고 눈이 퉁퉁 부어있다.
청년1 : (고래고래) 합의 못한다니까!! 무릎 꿇고 사과부터 해! 그럼 생각해 볼 테니까!
이안 : (이 악물고 청년 노려본다.)
이안부 : (절절매며) 이봐, 젊은이! 그러지 말고, 좋게 좋게 합의 합시다. 그쪽도 잘한 거 하나 없고
청년1 : (말 자르며, 비웃는) 이딴 식으로 나오면서 무슨 합의!!!!
경찰 : 거! 조용히들 하세요!!!
이안, 주먹 꽉 쥐며 부르르 떨면, 이안부 이안의 손을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24. 경찰서 앞. 오후
이안, 이안부와 함께 지친 표정으로 중앙현관을 나오는데,
한쪽에서 박형사와 얘기 나누는 태광 보인다.
민준부 : 여기까지 와서 왜 그냥 가? 아버지 보고 가지?
태광 : 아니에요.
민준부 : (토닥이며) 이사장님 잘 계시니까 너무 걱정 하지 말고, 응?
놀라는 이안, 떠오르는 기억.
<플래시백-14회 #31. 교정일각. 아침>
경찰차에 오르는 이사장을 구경하는 아이들과 이안.
그때 이안의 옆으로 헐레벌떡 뛰어와, 그 모습을 아프게 보는 태광.
<플래시백-2회 #51. 세강고 정문 앞. 낮>
공재호 : 우리 오랜만에 밥 한 번 먹어야지?
이안 : 코치님이랑 같이 찾아뵐게요.
공재호 : (친근한) 그래! 연락 다오! (가려는데)
태광 : (투명인간 취급 불쾌하다) 거기 저도 좀 껴도 될까요? 얘랑 같은 반 공! 태광이라고 하는데요? 공! 재호 이.사.장.님?
공재호 : 글쎄, 건 좀 곤란하겠는데?
공재호가 이안과 손 인사 나눈 뒤, 차를 타고 사라지는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태광, 눈빛 차갑다.
#이안, 놀라움과 걱정으로 태광을 본다.
이안부 : (걱정으로) 어깨는 괜찮냐? 어디 아픈 데 없어?
이안 : 전 괜찮아요. 아버지는 (상처 들여다보며) 안 아프세요?
이안부 : 난 아무렇지두 않어.
이안 : (분이 안 풀리고) 아우...씨....
#이안, 다시 태광을 보면, 이안과 이안부를 보고 서있는 태광.
이안부 이안의 시선 따라가 태광을 보면.
태광 : (고개 꾸벅하며) 안녕하세요?
이안부 : 어? 그래, 이안아 니 친구냐?
이안 : ....네.
태광, 이안부의 상처를 보다가, 가려하면.
이안부 : 어? 너 일루와 봐!
태광 : 네? (어색하게 슬금슬금 다가오면)
이안부 : 고 녀석 밤톨같이 잘 생겼네? 밥은 먹었냐?
태광 : 아..아뇨...
이안부 : 잘됐다. 우리 밥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가자!
이안 : !!! (태광을 보는)
태광 : 네? (이안을 보는) 아..아닙니다.
이안부 : 아니긴, (양쪽에 이안 태광 데리고) 따라와 이놈들아!
이안부 양팔로 어깨동무 하면, 이안과 태광 마지못해 따라간다.
#25. 휴대폰 수리점. 저녁
소영, 테이블에 은별이 밟아 으스러진 휴대폰을 올려놓는다.
소영 : 전화기를 떨어뜨려서요.
기사 : (보고, 놀라며) 아주 액정이 가루가 됐네요? 꼭 누가 일부러 밟은 것처럼?
소영 : (열 받고)
기사 : 데이터 백업은 하셨어요?
소영 : (무심히) 아뇨. 해주세요. 오래 걸리나요?
기사 : 경우 따라 다르죠. 저장 된 사진이나 동영상파일이 많아요?
소영 : 사진은 꽤 되고, 동영상은 그냥 몇 개..... (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기억)
소영, 생기 없던 눈이 반짝이며, 수리기사 앞으로 바짝 다가가.
소영 : 데이터 하나도 남김없이 다 살려주세요. 네?
#26 . 국밥집. 저녁
이안, 태광, 뚝배기 들고, 마지막 국물까지 맛있게 싹 비우고 내려놓는다.
이안부 : (흐뭇하게) 하이구...자식들...자알 먹는다!
이안부 양 손으로 이안, 태광의 머리 툭툭 쓰다듬는다.
태광, 고개 숙인 채, 이안부를 보면, 따뜻하게 웃어주는 이안부와 이안의 다정한 모습.
이안부 : 한 그릇 더 해? 더 먹고 힘내야 또 싸우지?
이안 : (씩 민망한 듯 웃으며) 아부지는.....
이안부 : 뭐 해준 것도 없는데, 그래도 애비라고....물불 안 가리고 달려들어서는....아들! 너 밖에 없다.
근데! 임마! 운동하는 놈이, 더군다나 부상도 당한 마당에, 그럼 못써! 또 그러면 진짜 혼난다! 어?
이안 : ......혼나도 할 수 없어요. 똑같은 일 생기면, 또 그럴 거니까.
이안부 : 뭐? 으이구...자식(싫지 않은 듯 웃으며 이안 본다.)
태광, 부럽고, 가슴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느낌이다.
이안부 : (태광에게) 근데, 넌 왜 경찰서에 있었어? 너두 뭐 사고 쳤냐?
태광 : (멋쩍은) 원래는 그게 정상인데, 오늘은....아닙니다.
이안, 걱정스런 눈으로 태광을 본다.
#27. 도로일각. 저녁
이안부 트럭에 타 있고, 앞에 서서 꾸벅 인사하는 태광.
태광 : 잘 먹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이안부 : 그래! (미소로 손 흔들어 주는)
태광 : (이안에게) 가라!
태광, 돌아서 가면, 이안 트럭에 타려다가.
이안 : 아버지! 잠시만요!
이안, 태광을 따라간다.
이안 : 야! 공태광!!
태광 : (돌아보며) 왜?
이안 : ......괜찮냐?
태광 : 뭐! 또 이은비 잘 지내냐고 물어보려고?
이안 : .... 너 말이야..... 너, 괜찮냐고.
태광 :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나 뭐! 당연히 괜찮지!
이안 : 야!
태광 : 아, 왜애?
이안 : (마음은 걱정되지만) 내가 말했지? 이제 시작이라고!
태광 : 칫...또 그 얘기냐?
이안 : 니가 벌써 힘 빠진 얼굴 하고 있으면 재미없지... 그러니까.... 기운 내라!
태광 : ......
이안 : 간다!
이안, 돌아서서 트럭에 올라탄다.
태광, 사라지는 트럭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서...
#28. 태광의 방. 밤
무료한 표정으로 게임기 앞에 앉은 태광. 고개 저어 복잡한 생각 털어내고 핸드폰 꺼낸다.
통화목록에 있는 이름 <법적대리인> 망설이다 눌러서 이름을 바꾼다. <아버지>
아버지란 글자를 한 참 보는 태광의 얼굴에서.
#29. 은별의 집 거실. 밤
은별모, 소파에 앉아 책 읽고 있다.
그때 학원에서 돌아오는 은비.
은비 : 다녀왔습니다!
은별모 : (일어나 맞아주며) 왔어? 학원은 어때? 맘에 들어?
은비 : (웃는) 응, 좋아. 언니는?
은별모 : 방에. (하다가) 아 참, 은비야 너 들어 갈 학교 정했어.
은비 : 진짜?
은별모, 탁자에 놓아 둔 서류 건네면, 은비, 받아서 보는 데서.
#29-1. 은별의 방. 밤
은별과 은비 나란히 누워 있다.
은비 : 언니, 나랑 한 침대에서 자는 거 안 불편해?
은별 : 그럴 리가... 내가 너랑 하고 싶었던 일들 중에 하나가 이렇게 한 침대 누워서 수다 떠는 거거든?
은비 : 진짜?
은별 : 그럼 진짜지!
은비 : 언니 있잖아, 나 다닐 학교 정했다?
은별 : (보며) 그래? (하다가 조심스레) 나랑 같이 세강고 다니는 건 아무래도 안 되겠어?
은비 : (씁쓸하게 웃고 끄덕하는) 근데 나.. 애들한테 거짓말 한 거 제대로 사과하고, 떠나고 싶은데...
그럼 언니가 너무 곤란하겠지?
은별 : (생각하다) 아냐.. 너 학교 가는 날, 난 하루 신나게 놀지 뭐.
은비 : (은별 보며 웃는데)
은별 : 참 니 인형 허락 없이 치워서 미안. 근데 누구한테 선물 받은 거야?
은비 : (당황해서) 어? 한이안. 그땐 내가 언니 아닌 거 몰랐을 때야.
은별 : (쿨하게) 난 줄 알았으면 인형 선물 안했지. 한 대 맞을라고?
은비 : 언니, 인형 싫어하는 거 한이안이 알아?
은별 : 당연하지! 야, 이제 그만 자자. (하며 눈 감으면)
은비, 생각에 잠기는 데서.
#30. 소영의 방. 밤
소영, 수리된 핸드폰 확인하고 있다.
수리기사(E) : 다행히 데이터의 70퍼센트 정도는 살렸습니다.
핸드폰 화면에 동영상 폴더를 누르면, 주르륵 뜨는 아이콘들.
소영, 손가락을 움직여 파일을 찾다가, 우뚝 멈춘다.
파일을 찾았는지, 혹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알 듯 말 듯하다.
표정 싸늘해지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소영 : (씹어 삼킬 듯) 고은별! 이은비! 언제까지 고개 빳빳이 쳐들고 잘난 척 하는지 두고 보자!
그 때, 노크소리 들리면, 핸드폰 치우고 문제집 펼치는 소영.
소영모, 빵과 간식거리 담긴 쟁반 들고 들어온다.
소영모 : 소영아! 이거 먹고 해.
소영 : (밝게) 응! 고마워 엄마!
소영모 : 어제부터 아무 것도 안 먹던데,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소영 : 응, 아픈데 없어.
소영, 핸드폰을 다시 들여다본다.
#31. 교실. 오전
수업전인 교실.
태광, 엎드려 있고, 기태, 책상 위에 걸터 앉아있다.
효은 : 야! 대박! 우리 학교에 이사장 아들 다닌대.
해나 : 헐... 진짜? 몇 학년?
효은 : 몰라!
기태 : 이사장 얼마 전에 구속됐잖아. 아... 기분 어떨까? 뉴스에 감방 간다고, 아빠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공! 재! 호!
(하다가 설마 아니겠지? 태광을 슥 본다.)
이안, 깜짝 놀라, 걱정스러운 얼굴로 태광을 본다.
효은 : 그럼 뭐야? 송희영 아들이라는 소리야?
해나 : 이사장 완전 이중인격자 아니냐? 잡지마다 완전 의식 쩌는 교육자인 척 하더니.
태광, 주먹 꽉 쥐고, 자리에서 스윽 일어나 기태 쪽으로 간다.
기태, 태광을 의식하며 주춤거리며 쳐다본다.
이안 : (다가가 막아서는) 야! 공태광!
태광 : (심드렁하게) 뭐냐?
이안 : (걱정되는) 어디가?
태광 : (어이없다) 화장실!
이안 비켜서면, 기태 안도의 한숨 내쉬는데,
태광, 기태의 책상 발로 세게 찬다. 떨어지는 기태.
황당해하는 기태를 두고, 이안을 비껴 나가버리는 태광.
이안이 그런 태광을 본다.
#31-1. 스탠드 일각. 낮
태광, 눈 감고 누워 있는데, 은별 다가가 태광의 운동화를 툭 찬다.
#32. 교도소 전경. 낮
#33. 교도소일각. 낮.
재소자들 여럿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는 방.
까칠한 얼굴의 공재호, 한쪽 구석에서 책 보고 있다.
재소자1, 편지를 들여다보고 히죽히죽 웃고 있으면
재소자2 : 아까부터 뭘 들여다보면서 그렇게 좋아 죽어?
재소자1 : 우리 아들 편지요. 이번에 또 1등 했다네요? 어쩌다 저 같은 놈한테서 그런 자식이 태어났는지, 너무 미안해서...
호적 파주고 싶네요.
재소자들 웃음소리에 슬쩍 돌아보는 공재호.
<플래시백-14회 #26. 태광의 집 거실. 밤>
이사장 : (냉소로) 그래, 뭘 원하냐? 이걸 들이밀어서 나한테서 뭘 얻어내려고 하는 거야! 말해봐!
태광 : 모르겠어요!!
이사장 : 뭐?
태광 : (눈 벌개지며) 모르겠어서 좀 여쭤보려고요. 저 아버지 진짜 미워요. 아버지가 다 잃고 무너지면 제일 기뻐할 사람이
나라고 생각했는데! 손에 이걸 쥐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 맘이 대체 뭘까요? (눈물 참으며) 아버지는... 아세요?
문득 떠오르는 태광의 생각에 가슴이 아리는 공재호의 얼굴에서.
#34. 공원일각. 밤
이안, 손에 금메달을 들고 물끄러미 보다, 꽉 쥔다.
이안, 멀리서 다가오는 어린 은별의 모습을 본다.
어린 은별, 이안을 향해 환하게 웃다가, 이안의 앞에 거의 다다를 즈음 현재의 은별로 바뀐다.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은별과 이안.
이안, 은별을 따뜻하게 보다가, 메달을 꺼내 건넨다.
은별 : 이게 뭐야?
이안 : 고은별, 나 약속 지켰다. 이거 우리 어렸을 때, 내가 전국대회에서 첫 금메달 따면 너 주기로 했었잖아.
은별 : (어디선가 본 것 같다. 갸웃하는) 그래? 한이안, 기특하네.. 그걸 다 기억하고...
금메달을 바라보는 은별. 그런 은별을 보며,
이안 : 고은별... 나... 오늘... 이별하러 온 거야.
은별 : (툭) 나랑?
이안 : 아니, 10년 동안의 내... 짝사랑.
은별 : (피식 미소로 보는) 야! 짝사랑은 그냥 너 혼자 정리하면 되잖아!
이안 : (편안한 미소로 보다가) 여덟 살 꼬마가 뭘 알겠냐고 다들 비웃겠지만, 나 정말 그 때부터 쭉 니가 좋았었다.
이안을 보는 은별의 표정에서.
<플래시백 - 2회 #7. 통영 리조트 야외일각>
은별 : 한이안! 잘 봐! 나 어릴 때 은별이 아냐. 우리 너무 컸구, 많은 게 달라졌어. 이제 날 위해 니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어!
은별 : (담담히) 한이안...나도 니가 그냥 친구인지, 그 이상인지... 고민해 본 적이 없는 건 아냐.
이안 : (피식) 알아. 니가 그런 고민 했다는 거. 그래서 오랫동안 기대하고... 기다린 것도 사실이고.
근데 고은별! 머리로 고민하기 전에, 마음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거더라구.
은별 : ...그런가?
이안, 은별을 가만히 미소로 본다.
은별 : (미소로) 한이안! 시간이 조금 지나서.. 내가 널 많이 좋아했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몰라.
왜 진작 몰랐을까, 뒤늦게 후회하게 될지도... 수인이가 그렇게 허무하게 떠날 줄...그 땐 상상도 못했듯이.
그치만.... 만약 그렇더라도... 10년 동안 나만 봐주던 니가 옆에 없다는 게, 어쩌다 문득 너무 슬퍼지더라도....
그건... 내 몫이야. 니 마음은 니꺼구...
이안 : 고은별! 나 지금 내 짝사랑이랑 헤어지는 거지, 너 안보겠다는 거 아니거든?
은별 : 당연하지! 내가 미쳤냐? 너 같이 여러모로 부려먹기 좋은 친구를 왜 안 봐?
이안 : (욱해서) 야!!
은별 : (지지 않고) 왜!!
이안 : 어우,,,어우,,,, 됐다! 됐어!!
이안, 은별, 한 대씩 치고받고, 즐겁게 웃는 모습에서.
#35. 추모공원 정수인 나무 앞. 아침
정수인 이름표가 붙은 나무 앞에 서 있는 은별.
저 만치 떨어져 서있는 김준석과 정민영.
은별, 국화 꽃다발을 내려놓고, 잠시 기도 하듯 눈 감는다.
그 위로, 들리는 은별의 목소리.
은별(E) : 수인아...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그때 너 모른 척 한 것도 미안해... 그래도 가끔 너 보러 와도 되지? ......난 니 친구니까.
은별, 그리운 눈으로 수인의 나무를 보다가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만져본다.
#김준석, 정민영 나무 앞의 은별을 보면서.
김준석 : (정민영보며) 고맙습니다. 제가 용기 낼 수 있게 도와주셔서.
정민영 : 용기 내주셔서 감사해요. 학교 그만두신다구요..?
김준석 : 네.. 제가 있어도 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서요.
정민영 : 그럼 앞으로 어떡하실거예요?
김준석 : 음.... 그 자리에 있어도 되는 사람이 다시, 되어야죠.
수인의 나무를 바라보는 두 사람에서.
#36. 교실. 오후
아이들 담담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교탁 앞에 서 있는 김준석,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눈에 담는다.
김준석 : 일단 이렇게 갑자기 떠나게 돼서 미안하고...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정말 아쉽다.
마지막으로 잔소리 한 번하자면, 너희가 지나고 있는 이 시간, 참 외롭고, 힘들고 뭐가 뭔지 모르겠고, 그럴 거다.
근데! 다 괜찮다. 니들은 아직, 열여덟 살이니까. 이상, 종례 끝!
반 아이들 준석을 본다.
김준석, 손 한 번 들어 보이고 나가는 등 뒤로, 아이들 큰소리로, “선생님, 감사합니다!!”
#37. 주차장. 오후
짐 정리한 상자를 들고 오는 김준석. 무심히 걸어오다가, 어딘가를 보고 깜짝 놀라는.
보면 차 유리를 빼곡하게 뒤 덮은 노란 포스트 잇.
아이들이 김준석에게 남긴 메시지들이 붙어 있다.
하나씩 뜯어보는 김준석. 보며, 씩 웃는데 눈물 살짝 맺히는 준석의 얼굴에서.
민준(E) : 선생님! 편한 길 말고, 바른 길로 끌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안(E) : 쌤은 심각한 멘트, 진짜 안 어울려요!
태광(E) : 쌤... 이제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시진(E) , 송주(E) , 기태(E) 등등. 나머지는 현장에서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38. 태광의 방. 오후
슈트를 입은 태광, 거울 앞에 서 있다.
송희영에게 받은, 선물 상자 뚜껑을 연다. 진지한 표정으로 넥타이를 맨다.
#39. 교도소 면회실. 저녁
긴장한 얼굴로 면회실을 왔다갔다..하는 태광.
통유리 너머로 교도관의 안내를 받아 들어서는 이사장.
죄수복을 입은 아버지의 모습을 잠시 말없이 바라보다가 밝은 얼굴로 웃어 보이면,
이사장 역시 엷은 미소 짓는다.
태광 : (밝게)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 학교 잘 다니고 있어요. 사고도 안 치구요...
이사장 : 그래? 내버려 두면 알아서 잘 할 아이를, 마음 못 잡게, 뒤흔든 게 내가 아닌가...
요즘 시간이 많아선지 이 생각 저 생각 많이 들더구나.
태광 : 에이...그런 얘기 듣고 싶어서 하는 말 아닌데. 그냥... 제 걱정 마시라구요.
이사장 : (미소로 끄덕이는) 넥타이가 참 잘 어울리는 구나..
태광 : (머뭇대다) 이거....엄마가 선물 해주신 거예요.
이사장 : 그래...
태광 :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 아버지 안 계신 집이 엄청 허전해요.
이사장 : ......(마음 짠하고, 미안한) 너한테 이런 모습 보여 부끄럽구나.
태광 : 예전에는 아버지가 참 부끄럽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이번에는 제 생각이 틀려서 정말 다행이에요.
이사장 : .......(고맙고) 난... 지켜야 할 게 아주 많은 줄 알고 살아왔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내가 꼭 지켜야 할 것은 딱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그게 너였다 태광아...
태광, 밝게 씩 웃어 보이면.
안내방송(E) : 면회시간 종료 1분 전입니다.
태광 : 전엔 아버지랑 3분도 같이 있기 힘들었는데, 오늘은 시간이 엄청 빨리 가네요.
안내(E) : 면회시간이 종료 되었습니다.
태광 : 아버지, 또 올게요!
태광, 한결 따뜻해진 아버지의 미소를 바라본다.
#40. 교도소 문 앞. 저녁
중앙현관 문을 열고, 건물 밖으로 나서는 태광.
이사장(E) :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내가 꼭 지켜야 할 것은 딱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태광,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씨익 흐뭇하게 웃다가 걷잡을 수 없이 왈칵 쏟아지는 눈물..
태광, 우두커니 서서 눈물 나는 대로 한참을 운다.
#41. 버스정류장. 밤
정류장에 서 있는 이안의 앞으로 버스 도착한다.
이안, 잠시 다른 곳을 보다가, 버스에 타있는 은비를 발견한다.
서둘러 달려가 출발하는 버스 잡아타는 이안.
#42. 버스 안. 밤
버스에 탄 이안, 은비에게로 걸어온다.
이어폰을 끼고 창 밖 바라보고 있는 은비.
그 옆에 이안, 털썩 주저앉으면 놀라서 보는 은비,
은비 : (이어폰 빼며) 한이안?
이안 : 학원 갔다 오는 길이야?
은비 : 응.
이안 : (담담히) 요즘... 아침운동 안 나오더라?
은비 : 응..... 자꾸 늦잠 자서.
이안 : (은비 보면) 기다렸는데......
은비 : ?? (보면)
이안 : (O.L) 나... 더 오래도 기다릴 수 있어.
은비 : !!
이안 : (은비를 물끄러미 본다)
은비 : (이안의 시선 피해 창 밖 보다가) 어, 나 내려야 돼..
은비, 벨로 손을 뻗는데
이안, 먼저 손으로 벨을 턱 막으면 은비 놀라서 이안을 본다.
이안 : 같이 내릴까? 아님 조금만 더... 같이 갈래?
은비, 이안을 가만히 보다가, 버튼에서 손을 스르르 내린다.
이안, 은비가 빼놓은 이어폰 한쪽을 집어 자신의 귀에 꽂는다.
두 사람 이어폰 나눠 낀 채 마주보는 얼굴에서.
#43. 예쁜 장소(이안은비의 추억의 장소면 좋을듯함). 밤
이안, 은비 나란히 걷고 있다.
은비 : 나... 내일 학교 가. 마지막 인사하러.
이안 : (서운한) 결국 다른 학교로 가게 된 거야?
은비 : 응. (끄덕끄덕) 내일이 지나면, 정말 고은별이라는 이름과 안녕이네?
이안 : 야! 마지막 어쩌고...하는 건 되게 맘에 안 들지만, 잘 됐다. 이제 새로 시작해야지...
은비 : 응. 나...언니의 이름으로 사는 동안 아무 노력 없이 얻은 것들이 참 많았어.
이안 : 그게 뭔데?
은비 : 엄마, 선생님, 친구들의 사랑... 내가 고은별이란 이유만으로....너도... 날 좋아해줬잖아.
이안, 진심을 전할 수 없어 답답하다. 은비와 마주보고 선다.
이안 : 여기..... 기억나?
은비 : 당연하지. 우리 자주 왔던 데잖아.
이안 : 그래! 근데... 너! 이은비랑은 처음 와본 곳!
은비 : !!
이안 : 이은비와 처음 먹는 밥! 이은비와 처음 듣는 노래! 앞으론 전부 다 그럴 거야.
은비 : ......
이안 : 그러니까....새로 시작할 수 있게.. 너, 안 가면 안 돼?
은비 이안, 서로를 가만히 보고 있다.
이안에게 떠오르는 기억.
<플래시백- 제7회 #19 공원일각. 아침>
은비 : ......(속상한, 눈물 날 것 같다.) 난... 너한테 못 가! 내가 못가니까....니가...와주면 안 돼?
이안, 은비를 한참 바라보다가.
이안 : 아니면, 그 때 니가 불러줬을 때처럼... 나, 다시 한 번.... 너한테 가도 되냐?
은비, 눈물 그렁해 보고 있으면,
이안, 잠시 마주보다가, 성큼성큼 다가가 은비를 가슴 깊이 꼭 안아준다.
#. 중간 타이틀 <후. 아. 유?>
#44. 중앙현관 앞. 아침
떨리고 긴장된 표정의 은비 막 현관으로 들어선다.
뒤에서 걸어오던 태광, 은별인 줄 알고, 그냥 스쳐지나간다.
찰나의 순간 눈이 마주치고, 스쳐갔던 태광 갸웃하면서 다시 뒤돌아 온다.
따라 걸으며 은비를 빤히 살피다가, 발로 막아 멈추게 하는.
은비 : 야, 공태..(광. 하려는데)
태광 : (진지한 표정, 손가락으로 은비 이마를 쭉 밀어보는)
은비 : 아!
태광 : (재빨리 손으로 뒤통수 감싸며 방어태세)
은비 : 야..너 뭐하는 거야?
태광 : (활짝 웃으며, 작게) 맞네, 이은비? 너 여기 어쩐 일이야?
은비 : ...오늘 마지막으로 애들하고 인사하려고 왔어. 언니한테 내가 특별히 부탁했어.
태광 : !!! (알고 있지만, 마지막이란 말이 싫고, 툭) 그래라. 그래봤자 통영보다 멀리 가겠냐?
둘, 교실쪽으로 걸어가면,
복도 코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소영 멀어지는 은비를 주시하는 표정에서.
#45. 세강고 휴게실/ 거리. (전화통화) 낮
송주, 시진, 은비 다정하게 얘기 나누고 있다.
그 모습을 멀찍이서 보던 소영, 핸드폰 들고 잠시 망설이다가 은별에게 전화를 건다.
소영 : (빈정대며) 고은별? 너 오늘, 바쁜 일 있나보다? 이은비 학교에 앉혀놓고 뭐해?
/ 책 들춰보며, 무심히 핸드폰 들고 있는 은별.
은별 : 강소영! 왜? 내가 없으니까 심심하니?
/ 소영 : 어! 그래서 작은 이벤트 하나 준비했는데, 궁금하면... 올래?
/ 은별 : (피식 냉소로) 미안하다.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서!
/ 소영 : 아쉽네....내가 통영에서 찍은 기가 막힌 동영상이 하나 있는데? 주인공이 누군지 알아?
#소영, 여유롭게 회심의 미소 짓는다.
#전화기를 든 채, 하얗게 질리는 은별 이 악 물고, 정신없이 뛰어 나간다.
#46. 거리일각. 낮
다급한 얼굴로 왔다갔다, 손 흔들어 택시를 잡는 은별.
택시 한 대 다가오면, 얼른 잡아타고 출발한다.
#47. 3반 교실. 낮
막 수업이 끝난 교실. 아이들 서랍에 책 집어넣고 꺼내며 소란스러운데
은비, 떨리는 손을 꼭 쥐고, 마음을 다잡은 뒤 일어선다.
걸어 나가 교탁 앞에 서는 은비.
이안과 태광, 용기를 주듯 작게 끄덕이며, 미소로 은비를 본다.
은비 : (둘러보며) 저기....얘들아...
아이들 하던 일 하며, 무심히 은비를 본다.
#48. 교문 앞. 낮
택시에서 내려 온 힘을 다해 달리는 은별.
#49. 3반 교실. 낮
말없이 아이들을 보는 은비.
송주 : 공별! 너 거기 서서 뭐하냐?
윤재 : 왜? 노래 한 곡 하려고? 비트박스 좀 넣어줘?
아이들, “오오오!!” 환호하는데,
소영, 긴장과 기대가 섞인 얼굴로 교실 문을 바라본다.
#그 때, 교실 문이 벌컥 열리고, 사복을 입은 은별 들어서면, 시선 집중 된다.
아이들의 눈 커지며 은비와 은별을 번갈아 본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이안과 태광, 송주, 시진, 손으로 입 가리고 마주 본다.
소영, 속 시원하다는 듯 씨익 웃으며 은별을 보면,
은별, 죽일 듯이 소영을 노려본다.
팽팽하게 부딪히는 소영과 은별의 시선,
그 사이로 보이는, 은비의 깜짝 놀란 얼굴에서.... <제15회 끝>
첫댓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