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양극화는 노동뿐만이 아니라 주거와 교육 등에도 뿌리를 내리며 공동체를 갉아먹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와 함께 '양극화를 넘어'라는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양극화해소연대는 지난해 9월 전국 136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구성한 사회·경제 개혁 추진을 위한 연대기구다. 이 글은 기획 아홉번째는 교육 문제를 통해 들여다본 양극화의 현실에 관한 이야기다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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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목고 입시학원 주최로 지난해 11월 연세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2007학년도 특목고 입시 설명회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무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참가해 설명을 듣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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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배재만 |
| 경제력이 학력을 좌우하고 있다.
'강남 사교육비, 강북의 2배 사교육비 양극화 심화…상위 20% 하위20% 8.7배 격차.'
지난 1월 말 교육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두 가지 보고서가 발표됐다. 국회 교육위 소속 열린우리당 이인영 의원이 교육부에 제출한 '양극화 극복을 위한 교육 분야 현황과 정책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월 소득 200-300만원인 강남의 가정은 60만 4000원을 지출하는 데 비해 비강남은 32만 70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소득 500만원 이상의 최상층을 비교할 경우 강남은 172만 3000원, 비강남은 55만 6000원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과 성적 역시 비례했다. 월 500만원 이상 고소득층 자녀는 2005년 수능시험에서 평균 317.58점(400점 만점)을 획득한 반면, 200만원 이하 저소득층 자녀는 287.63점에 머물렀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양정호 교수가 발표한 '한국의 사교육비 격차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상위20%와 하위20%의 사교육비 격차가 해마다 벌어져 2001년 7.6배에서 2004년 8.7배로 늘어났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교육위 소속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5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가운데 22.3%가 강남 소재(강남,서초,송파) 고등학교와 특목고(과학고, 외고)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 계열인 경영, 법대, 의대의 경우 강남과 특목고 출신 비율이 평균 보다 10% 이상 높았다.
그렇다면 현실의 모습은 어떨까?
대치동 고2 4명, 평균 사교육비 200만원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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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대치동의 학원가. 한 건물에도 학원 간판이 즐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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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박수원 |
| 강남 학부모를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 사교육비로 얼마나 지출하느냐는 언론의 공식적인 질문에 선뜻 응해줄 학부모가 없기 때문이었다.
결국 대치동에 살면서 고2 올라가는 아들을 대안학교에 보내는 김인숙(43, 가명)씨를 만났다.
"강남 엄마들은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불안하다. 웬만한 강심장이 갖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혼자 독야청청할 수 없다."
김인숙씨가 소개하는 네 가정은 '대치동 평균 가정'으로 초등학교 혹은 유치원부터 강남에 살았고, 부모 대부분이 대졸 이상의 학력을 지녔다. (네 아이를 편의상 A,B.C,D로 표시한다)
A 아버지는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으며, 어머니는 전문직이지만 파트 타임으로 일을 한다. 고2인 A의 성적은 상위권이며, 280만원 정도의 사교육비가 들어간다. 수학,영어, 국어 각각 2과목씩, 논술과 사회탐구까지 학원 수강을 하고 있다. 물론 방학이기 때문에 특강이 추가되긴 했지만 평소에도 250만 내외의 사교육비를 쓴다.
B 부모는 자영업을 하고 있다. 성적은 상위권. B는 이과 지망생이기 때문에 국어 과외, 수학 과외와 학원, 영어 학원, 과학 2과학 학원 사교육을 받고 있다. 총 비용은 252만원.
C는 부모 모두 전문직 고소득자다. C는 전교 1-2등을 다투는 최상위권 학생이다. 국,영,수,논술,사회탐구, 과학탐구 등 전과목에서 사교육을 받고 있다. 주요 과목인 국,영,수는 2개씩 학원 수업을 듣고 있다. 월 평균 사교육비는 300만원. 이번 방학 때는 좀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 토플과 구술 면접 대비 강의를 받고 있기 때문에 200만원 정도가 더 추가됐다.
C 부모는 선행 학습 신봉자다. 선행 학습을 소홀히 했던 큰 아이가 '입시에서 실패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C 선행 학습에 목을 메고 있다.
D 아버지는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으며, 유산 상속을 받았다. 동생은 외국에 유학 중이다. D 성적은 중상위권. 방학 때는 국,영,수 과목을 2개씩 수강하고 있으며, 사교육비는 240만원 가량 쓰고 있다. 평소 비용인 200만원에 비해 40-50만원 정도 더 투입된 셈.
대치동 고2 학생 4명의 사교육비 현황 (단위 :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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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B |
C |
D |
부모 직업 |
대기업/전문직
파트 타임 |
자영업 |
부모 모두
고소득 전문직 |
대기업 |
성적 |
상위권 |
상위권 |
최상위권 |
중상위권 |
사교육비 |
250/280(방학) |
252 |
250/500(방학) |
200/250(방학) | |
ⓒ 오마이뉴스 | | 김인숙 씨는 "네 아이 엄마 모두 다른 학부모와 비교해 자신이 결코 많이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면서 "'적어도 나 정도는 살아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사교육비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어느 대학을 가느냐가 인생을 결정짓는 현재의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교육 양극화나 사교육 폐해는 더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며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사람은 부모 역할 포기자로 매도 당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강북 과학고 대비반 수강료, 6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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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북 특목고 대비반 수강료는 62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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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북에 살고 있는 이아무개(47, 무역업)씨는 얼마 전 중2 올라가는 아들의 학원 수강료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과학고 대비반이기는 했지만 월 수강료가 62만원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재비만도 17만원이 들어갔다.
이 씨의 아들은 '강북 대치동'으로 불리는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학원에 다닌다.
이 학원은 홈페이지에 '특목고 300명 시대를 열다!'라는 문구와 함께 합격자들의 면면을 소개하고 있을 정도다.
"국가에서는 아이를 낳으라고 하면서 출산 지원을 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필요한 돈은 양육비다. 과연 이런 수준이라면 아이 낳아서 교육 시킬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돈 없는 집 아이는 공부를 잘 해도 교육을 받는 기회 조차 갖을 수 없다."
그의 경우 첫째인 고3에게 투입되는 돈 보다 중2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더 많다. 고3인 첫째는 '인터넷 강의'를 통해 입시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4-5과목을 수강해도 과목 당 수강료가 7만원 내외이기 때문에 부담이 훨씬 덜하다는 것. 모두 합쳐봐야 월 30만원이 넘지 않는다.
"인터넷 강의가 있어서 그래도 교육의 기회가 나눠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BS 같은 공공재적인 성격을 가진 방송이 입시 부담을 줄여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분야를 입시 뿐 아니라 중학교까지 확대 시켰으면 좋겠다."
이 씨는 획일적인 평준화가 아니라 수준에 맞는 다양한 종류의 교육 기회 제공이 중요한다고 강조한다. 모두가 입시만 바라보는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고는 경쟁적인 사교육 과열 현상은 절대 개선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특목고, 부유층 자녀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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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구 대치1동의 주민 게시판. 대부분이 과외 광고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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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박수원 |
| 2004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특목고(서울지역6개 외고, 2개 과학고) 재학생 부모 대부분이 고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 직업을 분류해보면 금융업 13.02%, 교육자 11.48%, 자영업 10.84%, 사업가 10.63%, 공무원 8.75%, 의료계 5.71%, 유통업 4.61%, 법조인 2.87%의 순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서울 지역 과학고에 근무하고 있는 박 아무개 교사는 "과학고 입학생의 40% 이상이 강남과 목동 출신들이며, 부모의 직업이 전문직이 아닌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면서 "최근 3년 간 경제적 조건이 어려웠던 학생은 2명 정도 밖에 기억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육의 양극화가 현장에서 고착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다양한 수준의 공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평가 항목 다변화, 대안학교 활성화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할 것을 제안했다.
지난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GDP(국내총생산)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4%로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최고였다. 하지만 공교육비 비중은 17위에 불과했다.
사교육이 공교육을 잡아먹는 기형적 구조, 교육 양극화의 해답은 바로 여기서 찾아야 할 것 같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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