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금(洋琴, 揚琴) >
금속성의 맑은 소리를 지닌 양금(洋琴)은 20세기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연주된 유일한 금속 현악기로, 국악기 중 금부 타현악기(打絃樂器)에 속한다. 사다리꼴 4각의 나무상자 위에 긴 괘를 2개 세우고, 철로 된 현(絃)을 얹고, 이 철현(鐵絃)을 대나무 껍질로 만든 작은 채로 쳐서 소리를 낸다.
아라비아와 페르시아의 ‘덜시머(Dulcimer)’ 및 코카서스, 페르시아의 ‘산티르(Santir)’, ‘산투르’가 양금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으며, 중세 유럽에 퍼져 덜시머, 쳄발로 등의 이름으로 불리었다. 서양에서 들어 왔다고 해서 서양금(西洋琴), 유럽(구라파)에서 온 현악기라는 뜻으로 구라금(歐邏琴), 유럽에서 왔으며 철현(鐵絃)을 가지고 있는 현악기라는 연원과 특성을 결합하여 문헌에는 구라철사금(歐邏鐵絲琴)으로 기록되어 있고 또는 ‘구라철현금(歐邏鐵絃琴)’이라고도 했지만 서양에서 들어온 금(琴)이라 해서 양금(洋琴)이란 이름이 일반화되었다. 현재 서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인도, 중국 등지에서 사용되고 있다.
순조 때의 기록에 따르면 양금은 마테오리치에 의해 중국의 명나라에 전래되었다고 하며, 박지원의 “열하일기” 이규경의 “구라철사금자보”등에 기록이 있어 18세기 조선 영조(英祖) 초기에 청(淸)나라를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한다. 고악보의 내용은 주로 가곡과 시조의 반주와 ‘영산회상’과 같은 줄풍류 악곡이며, 알 수 있다.
음의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궁중이나 민속 음악의 영역에 편성되지 않았고 독주용 으도 잘 사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고악보에 선율은 가야금과 비슷하고 여성적인 매력을 더하여 가곡, 시조 등의 노래반주에 사용되어 풍류와 세악(細樂) 합주, 필수 악기로 나타난다.
줄풍류에 주로 편성된 양금은 경우에 따라 한두 가지 악기와 병주(竝奏)하는 전통도 이어 왔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양금과 단소의 병주이다. 현재는 영산회상(靈山會相) 등 관현악 또는 단소(短簫)와의 병주(倂奏) 등 줄풍류 뿐만 아니라 특유의 맑은소리로 인하여 창작국악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 궁중정재인 ‘학연화대’ ‘처용무합설’에서도 양금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무대 위로 나와 한창 춤을 추던 백학이 연꽃에 다가가 꽃봉오리를 쪼면 봉오리가 활짝 열리고 그 속에서 아름다운 여자 무용수가 걸어 나오는 장면에서 신비롭고 환상적인 느낌을 주기 위한 음악이 흐르는데, 그것이 바로 양금과 단소의 병주이다. 이러한 양금의 응용은 20세기 이후에 시도된 것으로 여겨진다.
※ 세악(細樂) : 비교적 음량이 적고, 실내에 알맞은 음색을 가진 2~4개 악기의 작은 편성.
◼ 구조와 부분 명칭
사다리꼴 모양의 네모진 육면체 오동나무 울림통과 금속 현으로 구성되어 있고 울림통은 앞판, 뒤판(덮개), 옆판으로 구분된다. 18세기에 전래된 이래 악기 크기는 부분적으로 달라졌지만, 구조적으로 큰 변화가 없이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다.
• 앞판 - 양옆에 현침(枕棵)을 붙이고 현침에 조율 못을 박아 중간에 높인 괘를 이용해 금속 현을 건다.
• 뒤판(덮개) - 연주 중에는 울림을 도와주는 장치로, 연주 하지 않을 때는 덮개 구실, 귀퉁이 는 앞판보다는 약간 크게, 앞판을 얹어 놓을 수 있게 만들어, 연주할 때는 앞 판을 그 위에 올려놓는다.
• 옆판 - 현침과 조율 못을 박을 수 있도록 단단한 나무를 덧대어 붙임. 조율할 때 필요한 곡 철과 양금채를 옆판 위에 놓는다.
• 괘 - 일종의 줄 받침으로 금속 현(絃)을 좌우로 갈라 조율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 현은 서 로 엇갈리게 놓이게 되므로 현이 지나가는 괘의 위쪽에는 홈을 파고 아래쪽에 는 구 멍을 뚫어 줄을 통과시킨다.
• 현 - 금속 현으로 주석과 쇠의 합금, 굵기가 고른 4현(4줄이 한 음을 낸다) 1벌로 총 14벌 56현, 줄의 왼쪽 끝은 그냥 감아 고정시키고 오른쪽 끝은 곡철로 조율 못을 돌려 좌 우로 풀고 죄어 음정을 맞춘다. 줄의 개수가 많고 쇠로 되어 있어 음정의 조율이 복잡 하기 때문에, 연주 중 온도의 변화나 조명 등으로 인하여 줄이 처지는 경우 음을 다시 조율하기가 어렵다.
• 현침 - 사다리꼴 모양의 네모진 육면체 울림통 양옆에 부착되어 현을 받쳐준다.
• 곡철(曲鐵) - 줄을 조율할 때 사용하는 줄 조이개이다.
• 채 - 대나무 껍질 부분만 남기고 한쪽 끝은 현을 두드릴 수 있도록 약간 두껍게 깎아서 만 들고 반대쪽은 속살을 깎아 얇게 손잡이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