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회 스케치 제120회 『詩하늘』시 낭송회-이해리, 마경덕 시인 편-후기

[전향]

         제120회 『詩하늘』시낭송회 후기

            - 마경덕, 이해리 시인 -



햇살과 바람이 깨끗한 10월, 그 높고 맑은 가을 날에 『신발론』으로 유명한 
마경덕 시인과 『철새는 그리움으로 날아간다』로 또 유명한 이해리 시인을 
모시고 시낭송회를 가졌다.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활동을 시작한 마경덕 시인과 같은 
해 토지문학제 평사리 문학대샹을 받은 두 여류시인의 시들은 나름으로 독
특하면서 당당함이 깃들어 있다.

몇 달전부터 예정된 두 여류시인의 시낭송회를 즐거움으로 기다리면서 이번
에는 특별한 일이 없어서 꼭 참석할 수 있기를 바랬다.

이해리 시인은 시낭송회에서 여러번 만난 적이 있었고 그 분의 시집 출판기념
행사에도 초대받은 적이 있어 익숙한 분이라 친근감이 있지만, 마경덕 시인은 
시로만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사진만으로 보다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었다. 그렇지만 바로 이웃집 아주머니처럼 편안한 모습이었다. 

두 분은 서로 친분이 있어 이번 시낭송회에 함께 하기로 하였다.


마경덕 시인에 대해서

김종태 시인은 
 마경덕의 시선이 가장 자주 머무는 곳은 오래되어 쇠락해 가는 사물들이며 
동시에 그 사물들이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것들의 소멸만을 말하지 않고, 점점 더 쓸모없는 것이 되어 
가고 있는 사물들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어준다. 
시인이 바라보고 있는 일상의 공간은 낡고 빛바랜 존재들로 가득 차 있지만 
시인은 소멸하는 존재를 위무하고 연민하는 상상력을 보이고 나아가 그 타락한 
사물이 지닌 존재론적 의미를 다시금 읽어낸다.

마경덕의 시 곳곳에는 따뜻한 인간의 체취가 배어 있다. 
사물, 공간, 자연, 이웃, 가족 등등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자상한 관심을 통
하여 시인은 세계와 자아의 합일을 향한 동일성의 시정신을 구현한다. 
그러므로 그의 시는 전형적인 서정시의 품격을 잘 갖추고 있어서 읽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만든다. 
그의 시어는 굴절과 왜곡을 지향하는 실험의 언어가 아니라 주관과 객관의 융
합을 추구하는 서정의 언어이다. 
시인은 개성 있는 시선을 통하여 세계 안에 내재한 시적 순간과 상황을 읽어
낸다 고 하였으며

이경림 시인은
 마경덕 시인에는 비극마저 경쾌한 놀이로 만들고야 마는 마술적 힘이 보인다.
고 하였다. 

그 날 참석하신 박곤걸 시인께서는 
 좋은 시다. 사물을 보면 세계를 본다. 투시력이 시의 매력이며 사회적 생활 
서사를 지니고 있어 생각하는 시이다. 보편적 사회적 생활을 깔고 있으면서 
기발함으로 착상하여 휼륭한 시적 가치가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날 길게 내려놓은 마경덕 시인의 말을 옮겨보면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시하늘"을 만나 기쁘다. 평범한 주부였다가 하고 싶은
일 해보라는 아이들의 격려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를 쓰면서 이걸 왜 하지?
무얼할 것인지 하는 의문도 있었지만 작품완성에 대한 보람으로 쓴다. 누군가가
내 작품을 좋아하면 기쁘다. 부끄럽지만 시집을 내었다. 생각보다 나아 보여서
기뻤다. 

 인터넷에서 "내 영혼의 깊은 곳" 이라는 네이버 블로그 운영으로 활발한 활동
을 하고 있다. 좋은 작품인데 발표를 안하신 분, 청탁을 받지 않으신 분들의 
좋은 시를 소개해주고 있다. 이름 없는 시인들의 좋은 시를 만나 보람이 있다.
그런 시인들을 빨리 알려주고 싶다.

 억지로 시를 쓰지 않는다. 내 속으로 들어온 이미지를 내버려 두었다가 넘쳐 
흐를 때 시를 쓴다. 쓰지 않으면 베기기 못 할 때 쓴다. 시는 100% 체험들이다.
생활이 보배다. 쉽고 재미있게 쓰려고 한다. 누가 읽어도 알 수 았는 시를 쓴다.
시를 쓰느라고 사 놓은 마늘 한 접 까는 일을 늦추어 싹이 나서 까서 놓고 보니
한 접시 밖에 되지 않은 적이 있다. 그 내용이 시집의 자서로 씌여 있다.


그 날 시낭송회는 제4막 님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시하늘 회원들이 그 분의 시를 
낭송하였다.
그 날 낭송된 "가방, 혹은 여자" "빈둥빈둥 늙는 집" "골목이 고양이를 키운다" 
시들은 나를 오랫동안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언젠가 가창을 지나 창녕가는 길에 짓다가 그만 둔 높은 빌딩건물을 보고 참 
황량하고 을씨년스럽다고 생각했었는데, 마경덕 시인의 "빈둥빈둥 늙는 집' 시를
들으니 그 건물이 생각났다.


『신발論』自序


육쪽 마늘을 한 접 샀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마늘을 깠습니다.
손톱이 매웠습니다.

겨우 
한 접시 담아
내놓습니다.

이해리 시인에 대해서는

이해리 시인의 시에는 삶에 대한 서사가 있다. 
그 가운데 일부는 날카롭게 현실을 조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문학의 
본질적 의미에 근접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김용락 시인이 말하였고,

이해리 시인은 감수성과 언어감각이 첨예하며, 삶의 깊이를 꿰뚫어보는
개성적 통찰력이 돋보이는 시인이다. 사물이나 세계, 주어진 삶에 대한 
나름의 방식으로 들여다보고 풀이하며 끌어안는 자유분방한 감수성과 
개성적 상상력이 돋보인다고 이태수 시인이 말하였다.

그리고 이윤학 시인은 맹목적인 그리움의 노래가 울려펴진다. 그가 노래
하는 그리움의 범위는 한없이 넒기만 하여, 나는 그의 날개짓을 따라 가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박곤걸 시인은
 대구의 이규리 시인과 함께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이다. 낭송하기에는 
적절한 시가 아니지만 좋은 시들이다. "이슬의 눈 속에" 시에서 '나도 
한 방울' 이 부분이 내면화를 시켰다고 말씀하셨다.

이해리 시인의 시편들은 이해리 시인과 평소 가깝게 지내는 분들이 낭송
하였다. 그날 서정윤 시인도 참석하여 이해리 시들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를 낭송하였다.

이해리 시인은 
 시하늘에 감사드린다. 좋아하는 시인들이 오셔서 고맙다. 
시와창작의 임정일 시인, 박동진 시인이 와주셔서 고맙다. 그리고 원주의 
홍연희 시인, 영천의 백현국 시인, 대구의 서정윤 시인이 와주셔서 고맙다고 
하였다.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自序 

 흘러가는 물을 짝사랑해서 강물 위에 머리 드리우고 있는 수양버들처럼 쉽게
쓰여지지 않는 시를 짝사랑해서 생각을 드리우고 있는..... 중략
 "詩는 哀愁的 美의 追求" 라는 장만영 시론, 그런 시를 쓰고 싶다.....중략 
 읽을 때뿐만 아니라 읽고나면 반드시 어떤 애수로 뒷맛을 남기는 그런 시...
 그러나 그런 시를 쓰지 못했다. 생각은 간절하나 반벙어리처럼 어눌하고 미숙
한 표현력 때문에 만족하지 못할 표현으로 쓴 시라면 시집을 묶지 말아야 당연할 
것이지만, 내 애수의 플래시 안으로 들어오는 사물과 사건과 인물에게 물처럼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함께하려 했던 내 마음의 순정만은 자랑할 만하며 감행
하기로 한다......중략



그날 음악은 이해리 시인과 친분이 있는 어느 분이 가야금을 연주해주셨으며,
시낭송이 모두 끝났을 무렵, 구상시인의 양 아드님이시며 서예가이신 이길상 님
께서 가우 님의 "홍시" 라는 시를 화선지에 멋있게 써오셔서 낭송하셨으며, 
낭송이 끝난후 가우 님께 전해드리는 시간을 가졌다.
그 작품을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그 멋스러움이 어떠했을거라는 것은 짐작만
으로도 충분하였다.

단체 사진을 찍고 평소 함께 찍고 싶은 분들끼리 추억을 새기고자 여기저기서 
사진들을 찍었다.
나도 마경덕 시인과 이해리 시인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2차 모임인 "하바나" 에서 다시 모여 술과 안주를 먹으며 시와 사람들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았다. 손남주 선생님께서 오시지 못해 못내 아쉬었지만,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셔서 앉을 자리가 모자랄 정도였다.

마경덕 시인이나 이해리 시인 모두 처음부터 문학에 뜻을 두고 살아오지 않았지만
중년이 지난 세월에 시의 테두리 안에 들어, 누구못지 않게 당당하게 자신의 시
세계를 만들어가는 발걸음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였다.

나 또한 문학과 전혀 상관없는 전공과 직장을 생각하며 나의 문학에 대한 가능성을  
두드려 보지만, 그 길은 참 멀기만 하여 그리움만 쌓여가는 듯하였다.

어쩌다 자리가 생겨 합석을 하였는데 수현 님께서 이런 얘기를 하셨다. 시주머니
님 개근상 주어야겠다고,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니 상을 주어야하지 않느냐고 
하셨다. 사실이었다. 

시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또 시하늘 사람들에 대한 사랑 없다면 그러기는 참 어렵
다는 것을 아는 나로서는 그저 그렇게 꼬박꼬박 와 주시는 분들이 고맙다. 
다가가서 따뜻한 말 건내지도 못할 때가 많지만 눈빛으로 마음으로 시를 사랑하는
단 한가지 마음으로 서로 이해하리라 생각하며 인사도 없이 때론 헤어지기도 한다.

몇 몇 분들은 일찍 돌아가시고, 몇 몇 분들은 또 다른 자리를 찾아가시고 하는 시간
들 속에서 나는 두 여류 시인의 뚜렷한 시 세계를 다시 그려보았다.
어두운 거리를 달려오면서 나의 소박한 시세계를 뒤돌아보며, 시 그 자체는 깊거나 
얇거나 하겠지만 책상에 앉아 고심하며 시를 쓰는 자세는 나 역시 당당하고 
순수하다고 생각했다.

시하늘의 시낭송회가 제4막 님의 말씀처럼 형식을 중요시 하였더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해오지 못했을 것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순수하고, 요란하지 않지만 깊은, 소박하지만 정성이 담긴 그런
낭송회라 생각한다. 그런 향기를 더 오래도록 간직하기란 쉽지가 않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두 여류시인의 앞 날에 무궁한 발전이 놓여있기를 바라듯이, 우리 시하늘도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더 나아갈수 있도록 순수한 마음들이 지금보다 더 함께 하길 바래본다.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 이해리 



제 떠나왔던 도래지로 날아가려는 겨울 철새는 맹목적이다 
공중에서 비행기를 만나도 피하지 않는다 
한 마리 고까도요새가 
비행기와 충돌했다 새의 몸은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엔진이 
망가진 비행기는 허둥지둥 회항한다 

조그만 새의 의지를 거대한 비행기가 꺾지 못하는 이유, 무어라 
설명할까 조류학자들은 인상받기*라 명명했지만 차가운 동체에 묻힌 
한 점 혈흔의 가없음으로 나는 그 맹목이 그리움의 다른 이름이라 
유추해 본다 총을 쏘고 경음기 폭음기 다 동원해도 청, 청, 청 
푸른 하늘 들이받으며 날아오르던 새, 그렇지 그리움이란 것, 제 
떠나왔던 물가의 물소리 바람소리 사무친 기억 같은 것말고는 
아무것도 안 들리고 안 보이는 것, 지구의 반 바퀴나 되는 비행거리를 
찬 날개 두 쪽과 가슴에 오므려 붙인 가느다란 두 발이 전부인 
行裝으로 날아가도 서럽지 않은 것, 그 망망한 외로움을 위해 
한 목숨 분쇄되는 장애물도 두려워 않는 것, 펄럭펄럭 붉은 석양이 
적시는 흰 가슴 날개로 제 몸 매질하여 구 만리 장천을 후회 없이 
날아가는 것, 그리움도 그쯤은 되어야 지상의 계절을 번갈을 수 있지, 
한 세상 사랑해서 건너왔다 할 수 있지 





* 음악은 이해리 시인이 좋아하는 정수년 해금연주곡 - 空 (Emptness)

............................................................전 향 드림

[목석]

세세한 소개글 잘 읽었습니다

[가우]

수고하셨습니다.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진란]

세세한 설명과 분위기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전향]

후기글이 늦었지요. 더 잘 쓰고 싶은데......짧은 지식이 늘 문젭니다.*^^* 언젠가 시하늘 시낭송회에서 이해리 시인이 한복을 입고 해금을 연주하시던 모습이 생각나 음악을 올려 보았답니다. 아직 배우시는중이라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늘 배우는 모습이 좋아보였습니다. 저도 해금을 좋아하는데.....배우고 싶은데 엄두가 안나네요. 함께헤주셔서 고맙습니다. 목석 님, 가우 님, 그리고 진란 님~

[달사냥]

스케치를 멋지게 하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전향]

^^ 고맙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이해리]

전향 님 좋은 음악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