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26일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서강대 총장직에서 물러나는 손병두(요한보스코·68) 총장은 “오직 ‘감사합니다’, ‘행복했습니다’라는 두 마디로 소회를 표현하고 싶다”며 특별히 고 김수환 추기경과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에 대한 감사의 뜻을 거듭 전했다.
“김 추기경님은 당시 병환 중인데도 제 취임식에 오셔서 축하와 격려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고, 정 추기경님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하느님께 의지하라며 용기를 주셨습니다. 두 분 추기경님의 축복을 받으며 취임식을 가졌으니, 저는 출발부터 특별한 은총을 받은 셈이죠.”
손 총장은 지난 2005년 7월 취임 당시 ‘서강대 역사상 첫 평신도 총장’이자 ‘삼성그룹·전경련 출신의 CEO형 대학 총장’으로 교회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4년의 임기 동안 1800억 원의 학교발전기금과 1234억 원의 교수 연구비를 모았고, 300억 원 규모의 외부 장학금을 약정 받았다. 부임 당시 57개에 불과했던 해외 교류대학 수를 172개로 늘리며 국제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 민자 유치로 교내에 국제학사와 제2경영관, 국제인문관 등을 신축하는 등 서강대의 눈부신 외적 성장을 일궈냈다. 이 같은 성장은 내적 결실로도 이어져 서강대는 최근 ‘고객만족도 1위’, ‘대기업 취업률 1위’, ‘사법고시 합격률 1위’의 쾌거를 이룩했다.
재임 기간은 손 총장 개인적으로도 인생에서의 특별한 시기가 됐다. 한국평협 회장을 거쳐 서강대 총장으로 부임한 그는 한국사립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아시아지역 예수회대학 총장회의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또 지난해에는 성신여대 명예 교육학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그는 “하느님께서는 교육계의 경험이 없었던 제게 분에 넘치는 직책을 맡겨 주시고, 또 ‘명예직’으로 큰 보상을 해 주셨다”며 “돌이켜보면 하느님께서는 늘 당신의 계획대로 부족한 저를 이끌어 주셨다”고 밝혔다.
손 총장은 총장직을 물러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점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설치 및 인가를, 또 아쉬운 점으로 ‘가톨릭대와의 통합 실패’와 ‘파주 캠퍼스의 무산’을 차례로 꼽았다.
“파주 캠퍼스를 새로 마련해 신입생 전원을 1년 동안 가톨릭 전인교육을 시키고자 했습니다. 또 서강대를 종합 명문대로 발전시키기 위해 국내 최고의 의과대학을 보유한 가톨릭대와의 통합이 절실했었죠. 서강대의 발전을 위해 두 가지 사항은 앞으로도 긍정적인 검토를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손 총장은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을 묻는 질문에 “퇴임 이후 무엇을 할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금까지 제 인생은 제 계획대로 된 것이 없습니다. 늘 하느님께서 당신 뜻대로 이끌어 주셨죠. 이제 하느님께서 내주신 숙제를 하나 끝마친 기분입니다. 앞으로도 하느님께서 또 시키시는 일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