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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방식의 전통막걸리와 자색고구마 막걸리 |
우리나라 전통 술인 막걸리 1병은 요구르트 100병에 해당되는 유산균을 함유하고 콜레스테롤, 변비 등에 도움이 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예전에는 지역 별로 특색을 갖고 농번기나 잔치, 행사에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으로 인기를 독차지했지만, 지금은 대기업이 막걸리 시장을 잠식하면서 지역 막걸리가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막걸리 사업이 한창 성업을 이룰 때 여주는 북내, 대신, 능서, 여주 등 4개의 양조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능서 양조장과 대신의 한길주만이 명맥을 잇고 있다.
한길주는 ‘한 우물만 파고 한 길로만 가겠다’는 사훈으로 1965년 지금의 자리인 대신면 율촌리 283-5번지에 처음 문을 열었다. 하지만 막걸리 사업의 침체로 경영자가 4번이나 바뀌면서 지금의 이병복(55) 대표가 2006년부터 경영하고 있다.
▲ 한길주 이병복 대표 |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100% 소맥분 전통막걸리가 대표 제품이었다. 본래 막걸리는 쌀이 아닌 소맥분으로 막 걸러서 먹어야 진정한 막걸리라고 표현한다. 쌀로 막걸리를 생산하는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막걸리 또한 어려운 시대에 서민들을 위로했던 술이기에 당시 귀했던 쌀로 막걸리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전통방식 그대로의 진정한 막걸리 맛은 소맥분으로 막 걸러서 만든 막걸리를 마셔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누런 막걸리와 함께 눈과 입을 만족시킬 새로운 개념의 막걸리 개발에 나섰다. 처음에 둥굴레와 야콘을 이용한 막걸리를 시도했지만, 변질이 쉽고 막걸리 특유의 맛이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특색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자색고구마를 맛보다 누런 막걸리가 아닌 자색이 도는 막걸리는 어떨까란 생각에 자색막걸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우선 품질 좋은 여주시 산북면 자색고구마를 선정해 시작했지만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막걸리의 공정은 1~2차로 찜통에서 쪄 분쇄하고 분쇄한 재료를 균배양 작업을 거쳐 숙성을 시킨다. 그러나 자색고구마를 재료로 사용하면서 기존의 방식이 맞지 않아 숙성과정에서 상하거나 균배양에 실패를 거듭했다.
이 대표는 특유의 고집스러운 성격에 1년동안 잠을 설쳐가면서 여러 방법을 사용해 결국 자색막걸리 개발에 성공했다. 자색막걸리의 특징은 딸기우윳빛 같은 고운 색감에 부드러움이 혀 끝을 감싸고 은은한 고구마 향에 깔끔한 목 넘김 또한 일품이다.
지금 한길주의 옛날 전통방식으로 제조되는 옛날식 전통 막걸리와 함께 자색막걸리가 대표 막걸리로 자리 잡고 있다. 아직은 생산량이 적어 연2천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입을 통해 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늘고 있다.
특히 여주 지역축제와 타 지역 축제나 행사에서 시음회를 열어 한번 맛을 본 소비자들이 직접 주문하고 있다. 한길주의 유명세 탓에 많은 상춘객들이 몰리는 설악산 입구 상가를 비롯해 인천, 부산 등지에서 문의가 오고 있다.
이처럼 이 대표가 막걸리사업에서 성공하기에는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입국에서 발효까지 전 과정을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 서민들이 마시는 술이기 때문에 그는 더 많은 정성을 담고 있다.
▲ 막걸리가 숙성되는 과정 |
이대표의 정성이 듬뿍 들어간 한길주 막걸리는 이제 여주를 대표하는 우리지역 특산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길주 막걸리의 특색은 맛에도 있지만 이대표 경영철학에도 있다. 소비자들이 만족하는 술을 만들겠다는 이대표는 어느 날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한길주를 마신 소비자가 직접 막걸리의 맛이 이상하다는 불만의 전화였다. 통화 후 왜 맛이 이상해졌는지부터 소비자에게 죄송한 마음에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에 빠졌다. 그 소비자에게 새 막걸리를 택배로 다시 보내 한길주의 맛을 재확인 시켰지만, 맛이 변한 이유를 알아야 했다. 이 후 이대표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비록 한사람의 소비자였지만, 단 한명의 고객을 위해서라도 제대로된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제조과정부터 유통과정까지 더욱 꼼꼼하게 체크를 하게 됐고 그만큼 맛과 신선함으로 정직하고 기본에 충실한 한길주를 이어가려고 노력중에 있다.
또 라벨을 자세히 살펴보면 눈길을 사로잡는 문구가 하나 있다. ‘이익금 일부는 양로원, 고아원, 실업인을 위해 쓰입니다’라는 문구다.
▲ 효모발아 시설 |
이대표는 “내가 만든 막걸리를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주고 소비해준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라며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선택한 것이 바로 기부였다. 내가 받은 사랑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눠준다는 것, 그것이 내가 사회환원 사업을 시작한 계기였다”고 말했다.
지금은 가족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대표는 “자색막걸리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직접 고구마를 경작하고 싶다”며 “여주시의 새로운 브랜드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