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김경록 기자] 지난 5월 22일 이성 구로구청장은 지난 3년간 구청장으로 역임하면서 겪었던 일과 생각을 정리해 ‘구로날씨, 맑음’ 출판행사를 가졌다.
350여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통하여, 이성 구청장은 구로구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고민들을 진솔하게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성 구청장은 말을 잘 못한다는 평을 듣곤 한다. 그럴때마다 그는 “말을 잘 못하는 것이 확실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진실한 마음이 최선책”이라고 답을 준다.
답답할 정도로 말수가 적은 이성 구청장은 그의 삶과 생각을 책을 통해 진솔하게 전달해주었다. 1999년에 ‘돈바위산의 선물’이라는 글로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하였고, 2000년 서울시 시정개혁단장 시절인 7월부터 일년에 걸쳐 온 가족과 함께 세계 일주 배낭여행을 하여 언론의 주목을 받았는데, 그 이야기도 2001년 12월 <온가족 세계 배낭여행기> 상 중, 하 3권의 책으로 냈다. 그리고 2010년에는 틈틈이 썼던 글들을 모아 묶은 ‘돈바위 산의 선물’이라는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구로날씨, 맑음> 책은 이성 구청장의 세 번째 저서가 되는 셈이다. 1980년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서울시 공무원으로 시작된 그의 공직생활을 2009년 11월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그만둘 결심을 하게 된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2010년 구로구청장 선거에 출마해 취임하고 구청장으로서 활동하면서 느끼고 고민하고 있는 것들을 말이 아닌 글로 구로구민들에게 허심탄회하게 고백하듯이 쓴 책이라는 느낌이다.
구로구는 타 지역보다 재개발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곳이고, 교통, 교육, 복지, 주거환경 등이 열악한 곳이다. 게다가 중국동포 등 외국인이 지역주민 43만 인구 중 4만3천명으로 10%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다문화지역이라 할 수 있다. 지역 현안은 이성 구청장이 구민의 의견을 청취하고자 2012년 9월 28일 저녁 시간대에 구로구청 마당에서 실시한 50개 원탁, 500인 토론회에서 드러났다. 토론회 결과 “구로에 살면서 팍팍한 점에 대해서” △1위: 경쟁력 없는 교육 및 보육체계 25.1% △2위: 상습교통 체증 및 불편한 보행환경 19.05 △3위: 낙후된 주거환경 13.7% △4위: 불안한 치안(외국인 등)13.4% △5위: 고질적인 환경문제(대기, 소음) 8.3% △6위: 노인 등 취약계층 복지대책 7.1% △7위: 열악한 도시이미지 5.1% △8위: 낮은 시민의식과 미흡한 소통 4.9% △9위: 여가시설 및 녹지부족 3.4% 순으로 나왔다.
구로구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고, 또 오리무중에 놓여있는 현안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 구청장은 책 제목을 <구로날씨, 맑음>이라고 정한 배경에 대해서 “2010년 7월 1일 취임식 때 구로 문인회장을 하고 계시던 정유준 시인께서 쓰고 낭독하신 축시의 제목”이라고 밝혔다.
이성 구청장은 발간사에서 “찌푸린 날 계속 되고 있던 구로의 하늘이 늘 맑았으면 좋겠다. 햇빛 화창하고 따뜻한 볕이 구석구석 고루 쬐는 구로가 되기를 바란다. 내가 끌고 가는 구로구정이 그런 구로를 만들어가는 견인차가 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따뜻하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곳,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곳, 화평하게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그곳에서 정의롭고 깨끗한 구정을 펼치고 싶다.”고 고백했다.
<구로날씨, 맑음>은 이성 구로구청장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책을 받아본 본지 기자는 지난 6월 5일 아침 이성 구청장을 잠깐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었다. 책 속에는 구로구에 거주하는 중국동포들에게도 관심이 되는 내용, 즉 가리봉동 재개발문제와 구로구의 다문화정책에 대한 구청장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었기 때문이다. 예정에 없던 인터뷰였지만 이성 구청장은 따듯하게 맞이해 주고, 구로구에 거주하는 중국동포와 외국인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가리봉동의 아쉬움
다음은 가리봉동 재개발문제에 대한 이성 구청장의 입장이다.
“중국동포들이 인천항에 도착하면 무조건 길을 물어 찾아오는 곳이 가리봉동이고, 여기에서 복덕방이나, 음식점, 중국동포 자생조직 사무실 등을 찾아다니며 방을 구하고 일자리를 구하는데,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20만원 내지 30만원이면 한 평 반 정도의 작은 월세방을 구할 수 있다. 지금은 연변거리라고 불린다. 간판의 대부분이 중국 간자체 한문이고 상점 주인의 태반은 중국동포다.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가리봉동을 다시 디지털산업단지의 배후도시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계획이 수립되었고 그 일환으로 가리봉동 전체를 소위 뉴타운의 일종이라고 할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하였다. 그리고 주민 동의와 지역설계 등 모든 법정절차를 완료하고 사업시행자까지 결정되어 착수를 눈앞에 둔 2010년 2월, 부동산 경기의 급격한 침체와 시행자인 LH공사의 과도한 부채 등 자금사정으로 LH공사가 사업포기를 내비치면서 해당 사업은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몇번이나 포기하려는 LH공사를 다시 붙들고 대안을 찾고자 노력하면서 내린 결론은 지금의 계획을 거의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길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금은 부동산 전문 컨설턴트 회사에 의뢰해서 사업실현을 위한 대안을 강구하는 용역을 시행 중에 있다. 용역결과가 나와야 하겠지만 큰 방향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대가 이뤄졌다. 가리봉동 사업구역을 여러 개로 분할해서 사업성이 나오는 곳부터 순차 개발을 해나가기 위해 구역을 나누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주민부담이 과도한 부분을 수정하고 주거비율을 높혀 사업성을 높이는 것, 사업시행 방식에 있어 지금의 관리처분 방식 외 다양한 대안이 가능한 지를 찾아내는 것, 그리고 수정된 사업계획을 토대로 대강의 수익성을 분석하고 주민부담이 어느 정도 인지를 산정해 내는 것이 용역의 주된 과제가 될 것이다.”
<구로날씨, 맑음>중에서
다문화도시 구로
다음은 다문화도시 구로구에 대한 이성 구청장의 밑그림이다.
“구로구의 인구는 43만명인데 그중 4만3천명이 외국인이다. 서울에서는 영등포구 다음으로 다문화 인구가 많고 전국적으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다문화도시이다. 유럽에서 제일 밀도가 높은 다문화국가인 독일의 다문화인구 비율이 8%인데, 구로구는 그 보다도 높은 10%에 이르니 이 정도면 세계적인 다문화도시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주로 가리봉동과 구로 2, 4동에 거주하는 중국동포가 주를 이루지만 그 밖에도 동남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일본 등 다양한 외국인들이 구로에 거주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다문화 사회화는 정부가 대책을 수립하할 겨를도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왔고, 지금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대책은 변변한 것이 없다. 구로구도 마찬가지다. 구청이 운영하는 다문화센터가 있고, 구립 복지관에 다문화 도서관과 다문화 가족을 위한 몇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매년 다문화 축제를 열어주는 것, 그리고 이따금 다문화 요리대회, 김장하기 등 여러 가지 행사를 열고 있지만 체계적이지 못하다”
“ 이제는 다문화정책을 총괄하는 정부의 협의기구 같은 것도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구로구는 다문화 사회의 최 일선에 서 있는 자치단체다. 모든 문제가 구로구에서부터 먼저 일어난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좀 채 사용하지 않고 검은 봉지에 쓰레기를 담아 몰래 버리는 일 때문에 주민들과 마찰이 일어나는 것도 자질구레하지만 주민들에게는 심각한 문제다. 구로구가 뽀족한 다문화정책대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들과 대화를 꾸준하게 늘려 갈 것이다. 이해의 폭을 넓혀 가면서 함께 아름답게 어울려 사는 구로구를 만들고자 한다.”
<구로날씨, 맑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