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궁리한다, 흩어진 말들을
이리 놓아 볼까 저리 놓아
볼까
바람
잔뜩 들어 배불러 터진 것들
쓸모없다고 여기저기 버려진
것들
어떻게 이 피곤하고 메마른
언어에
생기 어린 마음을 가득 채울 수
있을까
무슨 물감으로 물을
들여야
살아 있는 빛을 얻을 수
있을까
글자의 획은 모든 이를
이어, 함께
날아오르는 새가 되기를 궁리한다
2013.3.14
글쓰기와는 거리가 멀었던 내가,
감히 ‘시詩’를 쓰다니 돌이켜 보면 감회가 남다르다. 게다가 시조에 관심을 갖고 지낸 지 다섯
해, 2018년 가을에 마주한 '들꽃 만남'는 그야말로
수확의 기쁨을 선사한다.
1990년 엄원용 초대 회장의 권유로 가곡작사가협회에
가입하여, 해마다 협회 가사집,
‘시는 노래가 되어’에 실릴 가사
원고를 네다섯 편씩 써냈는데, 그마저 부담스러워 두어 번 빠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30여 년 오랜 활동은 '음악, 문학'과 '나'를 이어 준 단단한 끈이
되었다. 2010년 친구
도춘원 교장의 소개로 ‘상현문학회’ 회원이 되어 카페,
'이슬처럼 수정처럼 '을
드나들면서 지금까지 나온, 세 권의 동인지에 몇 편 글을 올리고 회원들의 글을 읽다 보니 점점 문학 전반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늦었지만 소설까지 써 보겠다고 덤벼든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습작한 글들이, 한 권 책을 통해 새로운 얼굴로 다가왔고 문학은 내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특히 시조는
작고 간편한 도구로 접근성이 아주 높았다. 반짝반짝 빛을 발하며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감성을 놓치지 않고 짧은 글로 메모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초가삼간草家三間 좁은 공간에서
운율韻律을 맞추는 재미도 있었다. 단 세 줄을 써 놓고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며칠을 두고 이리저리 궁리하고 사전도 찾아보고 고쳐 쓰면서, 점점 개성이 뚜렷한 모습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면 전과는 달리 무심한 시간을 밀도 있게 보낼 수 있었다.
첫댓글 글쓰기에 대한 소회감이 희망으로 다가섭니다. 글쓰기가 치우친 세상살이에서 벗어나 완숙한 나를 만들어가는 정리의 순간을 준다는 그 말 맞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 글을 만드는 사람, 서주님이나 저 같은 경우는 지식을 바탕으로 시를 만드는 사람일 것입니다. 계속 좋은 결과로 삶의 기쁨 누리십시오.
회장님, 방문 감사!
'들꽃 만남' 마치는 글 원고인데 퇴고하려고 글방에 올리고 보니 친숙한 공간이라 마음이 편합니다.
방금 출판사와 마무리 통화를 하고 곧 인쇄로 넘어갑니다. 일주일 후면 나온답니다.
축하합니다. 귀국하시는대로 연락주십시오. 번개팅을 통해서라도 출판 기념회를 모임에서 해드릴게요. 잘 지내시구요.
회장님의 따듯한 마음 고맙습니다. 카페 '이슬처럼 수정처럼'에서 회원님들을 만나다 보니 책까지 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