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에세이 소설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김광한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1579~1610) 금색을 바탕으로 밝은 색의 조화로써 구성된 초기 작품에서 격하게 억제된 빛으로 조명된 만년의 음울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그의 예술은 언제나 빛과 형상에 대한 근본원칙을 확립하고 있다. 이탈리아적인 조형전통을 부활시킴과 동시에 F. 할스와 렘브란트, 그리고 초기의 벨라스케스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주었고, 17세기 유럽회화의 선구자로 평가되고 있다. 그의 화풍은 제자인 에스파냐의 리베라를 통해 살바토르 로자에게 계승되었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Doopedia)
'악마적 천재', '회화의 反그리스도'라 불리며 명성과 더불어 악평까지 따라다녔던 바로크시대의 거장. 카라바조 없이는 서양 회화를 논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가히 미켈란젤로이 그것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는 신성하고 근엄하기 그지없는 종교화가 대세였던 르네상스 말기에, 세속적이고 사실적이며 자아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림을 그려서 많은 추종자들과 더불어 '카라바조리즘'이라는 용어까지 탄생시켰다. 그가 창조한 조명 기법은 바로크 미술에 한 획을 그으며, 이후 루벤스, 렘브란트, 벨라스케스 등 위대한 화가들에게 크게 영향을 주었다. 불같은 성격, 폭력적이고 자유분방한 생활로 시시때때로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문제를 일으켰던 반항아, 카라바조. 서른아홉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15번이나 수사 기록에 이름을 올렸고 감옥에 투옥된 것도 7번이 넘을 정도로 파괴적이어서 더욱 매혹적인 이 천재 예술가는 급기야 살인죄로 쫓기는 신세가 되어 이곳저곳으로 도피하다가 결국 홀로 객지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그는 관습을 경멸했고, 전통을 무시했으며, 부랑자, 집시, 창녀 들을 모델 삼아 성화를 그리는 파격을 단행했다. 그리고 자신을 비난하는 자들에게 이렇게 일갈했다. "집시와 거지 그리고 창녀들. 오로지 그들만이 나의 스승이며 내 영감의 원천이다." <카라바조의 비밀> 中 카라바조 소개
카라바조의 그림은 진한 쌍꺼풀과 둥근 눈썹, 독특한 인상의 인물이 눈에 띈다. 빛을 잘 다룬 화가의 대표적인 인물로 네덜란드의 화가인 렘브란트(Rembrandt van Rijn, 1609~1669)를 떠올리게 되는데, 카라바조는 렘브란트보다도 반 세기 전에 빛의 효과를 제대로 표현했고, 사후에 렘브란트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카라바조는 우리에게 렘브란트보다 덜 알려져 있다. 2010년은 1610년에 39살의 많지 않은 나이에 사망한 카라바조의 서거 4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카라바조는 이탈리아의 지폐에 얼굴이 올라갈 정도로 인정받는 화가이기 때문에, 카라바조를 기념하는 열풍이 불었다고 한다. 이번에 읽은 <카라바조의 비밀> (2011, 틸만 뢰리히 지음, 레드박스 펴냄)은 그를 기념한 팩션이다.
이 소설은 카라바조의 그림 <아기 예수의 탄생> (1609년 작품) 도난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이 그림은 실제로 산 로렌초 성당에서 1969년 도난당해서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보니 명화의 도난 사건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던데, 이렇게 유명한 작품의 경우는 공공연하게 거래되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 소장자가 소장하거나 뇌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내의 모 신문은 영국의 통신을 인용하여 이 그림이 불탔다고 전하고 있으나, 사실인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은 모양이다.
카라바조의 삶을 다룬 팩션인 만큼 위에 인용한 카라바조의 삶 소개와 더불어 카라바조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그림 23점을 이야기 앞에 실었다. 시간순으로 펼쳐지는 카라바조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에서 묘사하는 그림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지는데, 앞을 넘겨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페스트 때문에 돌아가시면서 가난해졌지만,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지로 카라바조는 미술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쉽게 살려면 쉽게 살 수도 있었으나, 병적일 정도로 자존감과 독립심이 강했던 카라바조는 뜻을 굽히지 않기 위해 참 힘들게 살아간다. 카라바조는 그 천재적인 실력 덕분에 바라던 대로 예술적인 성취를 얻었으나, 미숙한 대인관계와 치기, 지나친 음주 때문에 생활은 편할 틈이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이렇게 치기 어리고 한심한 행동을 하는지 혀를 끌끌 찰 때가 많았다. 팩션이다 보니 작가의 상상력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겠지만, 실제로 그려진 그림과 사건 기록 들을 참고했을 터라 이야기는 어색하지 않게 전개된다. 화가는 지금도 엄연히 존재하는 갑甲과 을乙의 관계가 생사를 좌우하던 직업이고, 게다가 종교가 정치보다 가까운 곳에서 더 큰 영향을 미치던 때였으니 후원자와 종교화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러나 카라바조는 종교화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그림을 그렸으며, 종교화 안에서도 메시지와 현실 비판을 넣었던 것이 흥미롭다. 카라바조와 같은 시대에 살았던 조르다노 브루노의 투옥과 화형,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나침반의 등장은 철학과 과학을 하나로 꿰는 효과가 있었다. 개별적인 과목으로 배우기 때문에 파편으로만 인식되는 이 인물들이, 사실은 커다란 사회 안에서 공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700쪽이 넘는 책이 어렵지 않게 넘어갈 정도로 카라바조의 삶과 당시의 사회는 파란만장했다.
<카라바조의 비밀>을 통해 팩션이나마 카라바조의 삶을 읽고 나니, 이제 카라바조의 그림이 다시 보일 것 같다. 이름을 불러준 순간 내게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카라바조는 책 속의 인물에서 살아나와 숨 쉬는 생생한 인물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