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먹고 이것저것 볼일보고 첫번째 쪽글을 쓰게 되었네요.
결론을 미리보고 본문으로 들어가는게 이해에 도움이 되는 편이라 서론과 결론을 같이 쓰고자 합니다.
<초한전> 서문 / pp.iii-xii.
전시와 평시, 군사영역과 민간영역, 전술과 전략. 우리는 수 많은 개념과 단어와 현상을 일정한 틀로 분류하고 경계지어 인식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초한전>은 서문에서부터 우리로 하여금 이 오래된 버릇을 버리도록 요구한다.
전술적 수준의 행동이 전략적 수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저자들의 개념인 '초단계조합'은 전술-작전술-전략의 틀로 전쟁을 바라보고 수행하던 기존의 방법론과 인식론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전쟁상태를 기존에 군사행동으로써 인식되던 인류의 활동영역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확장하여 전제하는 개념인 '비군사전쟁행동' 그리고 군대가 비전쟁 상태에서 수행하는 임무와 행동들을 일컫는 개념인 '비전쟁군사행동'를 보고 있노라면 더이상 일상과 전쟁의 경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마저 든다(p.47).
<초한전>이 제시한 전쟁에 대한 존재론, 인식론, 방법론은 이론과 학술의 영역에만 머물러있지 않다. 두 저자와 역자의 말에 따르면 미국마저 <초한전>을 조기에 해적판으로 번역할 정도로 주목하였으며 저서가 제시한 전쟁론을 분석하고 반영하여 '하이브리드전'과 '무한게임이론'과 같은 그들 버전의 '초한전' 교리를 구성하였다. 각종 매체와 정부발표들은 작금의 시기를 군사안보에서 포괄안보의 시대로 전환되었다고들 말하나 과연 그 '포괄안보'라는 기표에 어떠한 기의들이 담겨있는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초한전>을 읽어보고자 한다.
<초한전> 서론 / pp.3-5.
두 저자는 서론에서 독자들에게 두 가지를 권고한다. 첫번째 권고사항은 작금의 세계속에서 전쟁의 역할이 어떻게 바뀌었느냐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고 두번째 권고사항은 전쟁을 새롭게 정의하라는 것이다. 왜 두 저자가 이렇게 권고하였는지는 본문을 읽어보아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사람들이 군사적 폭력 수단을 더 적게 사용하여 분쟁을 해결하려는데 관심을 쏟기 시작하고 이를 선호할 때, 전쟁은 오히려 다른 방법으로 다른 영역에서 새로이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무력과 비무력 - 군사와 비군사 - 살상과 비살상의 모든 수단으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이익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것이 전쟁'이라는 대목은 이 책을 관통하는 주요한 테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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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전> 결론 / pp. 210-214.
두 저자의 결론은 세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1) 전쟁에 대한 모든 단어와 현상들에 대해 일정한 틀로 경계지어 인식하는 우리들의 오래된 버릇은 세계화 시대에서는 유효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제 전쟁은 군사행동과 국경에 기반한 전장Battlefield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인간행위와 모든 영역에서 수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 모든 인간행위와 모든 영역에서 수행되는 작금의 전쟁은 잔혹성의 외형만 바뀌었을뿐 정도와 파급력은 여전한데 근시일내로 근절될 가망이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지향점은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3) 그러므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작금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는 이제부터 그 방법을 '초한전Unrestricted Warfare'이라고 지칭한다.
굳이 비판하자면 <초한전>은 전쟁을 불가피한 숙명이라고 전제하는 전쟁 숙명론이자, 인류사회의 이상주의 및 합리주의적 측면을 망각하여 인간사회의 모든 행위와 현상을 전쟁수행행위로 해석하는 전쟁 환원론이다. 이러한 지점에서의 논쟁은 당연히 전개될 수 있을 것이나 필자에겐 그러한 논쟁을 소화해낼 역량이 없고, 그런 논쟁에 대한 관심과 열의도 가지고 있지 않다.
'무력과 비무력 - 군사와 비군사 - 살상과 비살상의 모든 수단으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이익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것이 전쟁'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는 '초한전'을 통해 여러 현상들에 대해 실용적이면서도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트럼프 1기 및 2기 행정부의 공격적 관세정책은 얼핏보면 전혀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방식은 달라도 중국과의 경쟁구도 속에서 국가적 역량을 추월(Outcompete)하고자 자국 제조업 역량의 재고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두 행정부의 정책적 연속성은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내릴 수 있다. 그리고 기존의 상식과 배치되는 이러한 판단은 다양한 영역에서 실무적으로 실적의 차이를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초한전'은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거대한 힘이 충돌하는 방식이 되었으며(#1) 앞으로 우리 모두의 서민적 삶을 뒤흔들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초한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앞으로 일어나게 될 세계사적 사건들과 경향들을 온전히 인지할 수 없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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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사례는 쪽글 본문 참고. 중국사례. https://kims.or.kr/issubrief/kims-periscope/peri239/
// 문제는 미∙중 양측의 갈등 양상이 설전을 넘어 외교 안보 분야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안보적인 측면에서 보면 미국과 중국에서 지금까지 준비해온 군사전략이 최근에서야 실질적인 경쟁으로 펼쳐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간 경쟁적인 구도에 집중한다. 중국이 경제적인 영향력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군사력 강화를 꾀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의 확장을 억제하는 차원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글은 여기에서 한 뼘 더 깊숙이 들어가 ‘초한전’과 ‘전영역작전’이라는 키워드로 설명되는 미∙중 양국의 군사작전 개념을 살펴본다. //
// 중국의 강점은 무력과 비무력, 군사와 비군사, 정규와 비정규 그리고 살상과 비살상 수단을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 중앙군사위와 당 중앙군사위의 구성원이 같고, 위원장이자 국가주석의 책임제로 운영한다. 이 군사위가 육·해·공·로켓군은 물론, 삼전을 주도하는 전략지원부대와 연근(보급·병참)보장부대, 해경을 포함한 무장경찰과 민병을 아울러 중국의 초한전을 총지휘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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