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인원 : 이종근, 최성중, 김윤정외
예비회원 2명
등반지: 명심둘
등반 이틀전 대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손가락마다 물집이 생겨서 등반이 어렵단다.
그래서 나보고 대신 리딩을 해달라는 부탁이다.
그러마 하고 대답은 했다.
그런데 어느 루트를 가지?
내가 아는 길은 표범 박쥐뿐,
헛 참!
일요일 아침 일찍 도착해 아침을 같이 먹었다.
그러면서 성중대장이 묻는다.
어디 가실거예요?
난 아무 생각없이 명심둘 가자고 내뱉었다.
지난 22년 강사시절 정샘과 함께 가봤기에 퍼뜩 생각이 났던지 그렇게 대답했다.
그런데 어프러치 내내 고민이다.
내 머릿속에는 가고는 싶으나 한번도 선등해본 적도 없는데...
그래 뭐 죽기야 하겠어? 그런 생각으로 어프러치하는 동안 마음을 달래고 바위 아래에 도착했다.
하네스를 차고 주위를 보니 정샘께서 연수반학생인듯한 분들과 등반하시고,
옆 가을의 전설에서는 어떤 클라이머가
큰 소리를 내며 기를 모으고 있다.
나도 곧 명심둘에서 저렇게 소리를
내며 기를 모아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든다.
어쨋든 사진을 찍고 출발을 한다.
첫 핏치 스타트 지점이 약간 고약하기는 한데 그래도 해봤다고 무난히 넘어기고,
두번째 세번째 볼트까지는 무난히 도착 ,
세번째 볼트를 지나서가 문제였다. 크럭스였던건 알고 있지만 후등과 선등은 느낌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박쥐에서의 추락 이후 슬랩과 페이스가 너무나 부담스러웠는데 딱 지금 여기가 그렇다.
두어번 망설이며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발을 옮겨보지만 딱히 착 달라붙는 곳이 없다. 여기저기 망설이다가 마음을 다잡고 오른쪽으로 무브를 이어갔다.
오른발이 붙고 왼발도 붙고
다시 오른발로 왼발로 등반을 이어가는데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우향크랙에 손이 닿아야 되는데 더이상 발을 옮길 곳이 없다. 이미 볼트에선 1m이상 멀어진 상태,
왼쪽으로 갔더라면 크랙에 닿았을려나 생각하다,
그냥 직진하기로 하고 발을 옮겼는데 그만 추락하고만다.
뭐 추락경험이 워낙 많아서 두렵지는 않았지만 팔꿈치를
찧어서 그런지 조금 아프다.
다시 일어나 출발을 해보는데 오른쪽으로는
무브가 되지 않는다. 왼쪽으로 한 번 시도해보고
안된다면 급히 포기하고 크랙으로 붙자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왼쪽은 오른쪽보다 더 무자비하다. 그래 그냥 포기하고 변칙등반을 시전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출발전에 예비회원에게
” 오늘 추락, 반칙, 변칙, 잔머리 모두다 보여주겠다“고 호언했는데 우선 추락을 보여줬다는 생각에 다음은
변칙이다 생각하고 오른쪽 크랙으로 붙었다.
그렇게 크랙쪽으로 옮겨가 등반을 마쳤는데
예전에 그리 쉽던 크랙길이 왜 이리 힘이드는 건지.
1핏치 종료지점에 도착해 후등자 빌레이를 보며 2핏치를
올려보는데 숨이찬다.
첫핏치를 변칙으로 쉬운 크랙으로 왔는데도 이리 힘이 드는데 ...
두번째로 성중이가 오고,
세번째로 예비회원이 올라온다.
늦게 등반을 시작한 터라 등반속도가 너무 늦어진다.
그래 2핏치는 포기하고 여기서 슬랩연습하다가 박쥐로 옮겨가기로 결정한다.
윤정이까지 등반을 하는데 다른팀이 명심둘을 간다며 출발을 한다. 이미 내려와 사진을 찍고 있던 난 다시 명실둘 2핏치를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두 등반을
하고 점심을 먹는데, 이미 시간이 오후 4시를 향해 가고 있어 박쥐는 포기하고 여기서 톱로핑으로 슬랩과 크랙 등반을 이어가기로 했는데 난 다시 명심둘 2핏치는 해보자 생각하고 암벽화를 다시 신었다.
1핏치를 다시 등반을 하고 나니 기력이 딸림이 느껴진다.
자일도 메지 않고 장비만 들고 어프러치를 했는데도 힘이 들어 쉬어야 했고
겨우 1핏치 등반했는데 에너지가 모두 소모되어 기운을 못쓰니 참나원!
그렇게 1핏치
쌍볼트에서 고민하며 다시 포기하려는 찰나 성중이가 가본다고.
성중이를 앞세워 2핏치를 가보는데
성중이는 긴팔다리를 이용해 가뿐하게 넘어가 쌍볼트에 닿았다.
그 다음 짧은 다리의 소유자 내차례
역시, 오른쪽 구멍에 발은 닿는데
다리가 짧아 힘을 쓸 수가 없다.
이제 반칙이다.
볼트를 밟고 오른쪽 칸테에 있는 홀드를 이용 겨우 우측 벽위로 넘어서고(경로이탈) 등반을 이어가 2핏치를 마무리 했다.
조상탓을 해야하나?
내가 등반력이 떨어지는건 모두 다~~~~~~.
조상님탓입니다!
긴 다리가 부러웠다.
아침에 만난 내 그림자처럼,
마지막 단체사진속 내모습처럼
길쭉한 다리가 아닌게 아쉽다.
등반을 격려해주기위해 도봉산 선인봉 아래까지
방문해준 해승형과 재복이와 함께 단체 인증샷을
남기고 하산을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늙고 힘이 빠진다는게 이런거구나 생각을 하면서
이젠 남은 등반시간을 늘리기위해서 특단의 결심을
해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술을 끊고 운동엔 더욱 더 매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