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盜聽, wiretapping)”은 '몰래 엿들음'이라는 의미로, 통신비밀 보호법상 정의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청취하거나 녹음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르면 다른 이가 들을 수 있게끔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대화가 아닌 사적 대화를 특별한 도구를 사용해 몰래 청취하거나 녹음하는 것은 불법적인 도청행위에 해당합니다.
단, 타인 간의 대화가 아니라 청취자나 녹음자 본인이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당사자 중 하나인 때에는 성립하지 않는다. 또, 국가나 수사기관이 법적 근거를 가지고 합법적으로 대화를 엿듣는 것은 감청이라고 합니다.
도청을 방지하기 위해 2차 대전 당시 독일은 해독이 어려운 에니그마란 복잡한 암호체계를 만들어 사용했으며 미국은 도청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도록 미국 원주민인 나바호족을 통신병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한국전쟁 때도 통신용 무전기를 북한에 뺏기자 제주도민들을 통신병으로 이용하기도 했다는데 이 경우는 문장들을 이리저리 조합하여 보면 금방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AES 같은 블록 암호라고 합니다.
군대나 정보기관은 어쩔 수 없이 이걸 해야 하며 전문용어로는 COMINT(통신 정보)라고 하는데. 도청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존재하고 있으며 KAL기 격추 사건 당시 최초로 이걸 들은 곳이 바로 미국 NSA의 일본지부인 점을 고려하면 좋은 점과 나쁜 점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휴대전화로 얘기하면 미국만 듣는 게 아니라 몇 나라가 듣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미국의 기밀 유출 건이 불거진 후 전직 외교안보 인사 A에게 연락했다가 들은 말이다.
미국이 우방도 엿듣는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미국은 안 당하나. 그렇지 않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도청당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뒤 독일이 펄펄 뛰었지만 독일도 백악관 등 미국을 상대로 첩보활동을 한 게 드러나기도 했다. 모두 능력껏 하고 능력껏 막는다. 그래서 A는 “도청이 잘못이 아니라 유출이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혈맹이라고 해놓고 도청할 수 있느냐” “용산 이전 때문에 당한 것”이라고 비난할 수 있으나 시야가 거기에만 머물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 유출 문건이 드러낸 현실은 훨씬 복잡다단하다.
무엇보다 전쟁의 성격이다. 문건은 미 합참의 일일브리핑 같다(실제 2월 28일, 3월 1일자라고 했다). 놀라울 정도로 상세하게, 서구가 어떻게 우크라이나군을 훈련하고 무장시키는지 담겼다. 우크라이나 방공망은 물론 탄약고 사정까지 걱정한다. 모스크바의 공습 시기와 구체적 목표도 실시간 중계한다.
우크라이나의 선전이 서구 특히 미국의 자원 투입 덕분임을 명백히 보여준다. A는 “미국으로선 돈이 몇 백억 달러가 들든, 자기들 피를 흘리지 않고 러시아가 유럽에서 다시는 팽창 정책을 펴지 못하게 쐐기를 박을 수 있다면 그것처럼 좋은 게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한국이 거론된다. 정확하겐 155㎜ 포탄 수출 여부를 두고서다. A의 설명이다. “냉전 이후 나토 국가 대부분이 최소 생산 라인만 남겨뒀다. 2008년 이후엔 국방비도 줄였다. 전쟁하는 동안 포탄이 다 떨어졌고, 포탄 가진 나라가 우리밖에 없게 됐다. 우리가 가졌다는 걸 모두가 안다. (서방에) 안 줄 방법이 없다. 러시아 모르게 준다? 불가능하다.”
영국 BBC의 분석도 유사하다. “워싱턴은 서울이 우크라이나를 무장시키길 바란다. 서울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좋은 무기를 생산해 내는 능력이 전쟁 결과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의 지원이 전쟁의 향배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방산 강국의 위력이다.)
미국 등 압박이 노골화하는 이유일 것이다. 응하는 게 도움이 될까. 한·미·일 안보 협력이 절대적이라지만, 그렇게 해서 중·러 관계를 대단히 꼬이게 한다면? '김성한-이문희 대화'에 담긴 고민이다.
윤석열 정부는 전쟁 지역에 살상 무기를 보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최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러시아 기자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던진 질문에서도 묻어난다.
“범진보 진영에선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맹목적 친미로 비판한다. 실상 윤 대통령은 미국과 나토의 상당한 압력에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안 하고 있다. 버티고 있다고 해야 맞는 표현이겠다. 칩4 동맹도 즉각 수락하지 않고 한국 자체 반도체 산업 비전을 밝힌 바 있다. 정치적 라이벌이지만 한 번쯤 좋게 평가해 줄 수 없나.”
윤석열 정부는 이후 대여 형식으로 미국에 50만 발을 보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전쟁이 계속되면 또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어찌해야 하나.
미국의 ‘1급 비밀(top secret)' 배포선도 주목할 만하다. 워싱턴포스트가 유출자를 ‘보안시설에서 일한다고 과시한 20대 총기광’이라고 특정했던데, 실제 1급 비밀을 120만~130만 명이 본다고 한다. 9·11 테러 이후 정보를 더 빨리, 더 넓게 공유되도록 바꿔서라고 한다. 그만큼 유출 가능성도 커졌다. “
이런 일이 영국이나 이스라엘·독일·호주에서 벌어졌다면 미국은 정보 공유를 완전히 중단했을 것"(이코노미스트)이지만, 이번 일로 미국과 정보 공유를 중단할 나라는 없을 것이다. 현실이 그렇다.
진정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국익을 지켜내기 위해 복잡한 걸 복잡하게 봐야 한다. 냉정할 때다.>중앙일보. 고정애 chief에디터
출처 : 중앙일보. [고정애의 시시각각] 미국 도청 문건에 분노하는 분에게
도청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옛날뿐이 아니고 요즘도 국정원 같은 곳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들의 대화 내용을 도청하다가 들키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우방이니 혈맹이니 해도 서로 완전 믿지 못하는 것이 사람들의 일이라 각 나라의 정보기관은 다른 나라의 비밀을 캐기 위해 여전히 도청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철통같은 보안조치를 해도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속담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습니다.
“격장유이(隔牆有耳)”, 담장에도 귀가 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담장에 귀가 있다는 말은 ‘담장 밖에서 엿듣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로 아무리 은밀하게 나눈 말이라도 결국은 밖으로 새게 마련이니 엿듣는 사람이 없도록 더욱 경계하라는 의미입니다.
항상 남의 도청을 조심하는 방법은 말을 아끼는 것이 최선의 대책일 것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