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재라는 소리에 맛 있는 새벽잠 아름다운 미래의 집에서 노닐다가 단꿈을 깨버렸다. 5시50분 상쾌한 아침이다. 화장실에서 면도 먼저 하고 6시10분쯤 샤워장으로 갔다. 어렵게도 간신히 머리만 좀 감다가 오늘은 물 수건으로 전신을 두세번 닦았다. 주사기 바늘이 왼팔에 꽂힌채 영양제 봉지 등이 달린 폴대를 옆에 세워놓고 샤워라!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 아닐까? 간호조무사가 도와준다는 말을 듣긴 들었지만 사양했다.
오늘이 입원한지 2주되는 날인것 같다. 집안에 있는 냉장고와 뒷 베란다 먹다 남은 음식들 치우지 못하고 사과 밀감도 버리게 되었을 것이다. 쉽게 퇴원할 줄 알았던 예상이 깨지고 시간이 자꾸 간다. 그래도 수술후 1주일간 통증에 시달렸던 때를 생각해보면 오늘 같은 기분은 나를것 같은 수준이다. 내가 환자라는 생각이 전혀 안들 정도로 적응되어 가는것 같다. 간호사가 또 찌르러왔다. 외팔에서 오른팔로 옮겨주면서 따끔해요, 바늘이 커요 하기에 바늘이 크다는 소리는 하지 말라고 했다. 6층 X레이 촬영 하고 내려왔다.
아침식사후 방이 텅 비었다. 3~4일 후면 썰물처럼 다들 떠난다. 오늘은 일시에 모두 떠나버리고 나혼자 남아 독방 차지다. 내가 2주동안 짐작해보건데 들고 날고 대략50여명은 될것 같다. 5인실 1일 방값은 약 50만원이다. 개인당10만원정도인데 본인부담은 2만원 1일3끼 밥값 (본인부담9,300원총3만원정도), 그렇다면 한달 방세로만 들어는 돈은 약1500만원? 많은 금액 같지만 50실 한병동에 간호사가 41명이 3교대로 24시간 근무한다. 간호조무사와 청소부는 층당 1~2명인지 모르겠으나 이들 모두의 인건비가 얼마겠는가?
오후 4시가 되니까 또 환자들이 들와 다 찼다. 휴일은 원무과가 쉬는데 어떻게 서류가 정리되어 입,퇴실이 가능하냐 물으니 응급실에서 상주하여 처리하는 팀이 따로 있다한다. 우리병실은 2주동안 내가 최고령자다. 평균 10살 이하이며 70넘은 자는 두명(71,73) 뿐이었고 오늘은 40대 내아들 나이가 들어왔다. 이 3박4일짜리 환자들의 특징은 어디 관광객 같이 자연스럽고 떳떳하다. 스스럼없이 암과 함께 살아가는 인생이 분명하다. 누가 언제 잡혀들어올지 모르는 세상 이런 현실을 나만 모르고 살아왔던 것이다. (2020.12.27.15:10)
첫댓글 입원하시고 수술하신걸 오랜만에 카페들어와서 알게되었네요. 고생하셨군요. 병명은 아직 모르시나요?
빠른 쾌유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