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9일 사순 제1주일
<예수님께서는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시어, 유혹을 받으셨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4,1-13 그때에 1 예수님께서는 성령으로 가득 차 요르단 강에서 돌아오셨다. 그리고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시어, 2 사십 일 동안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그동안 아무것도 잡수시지 않아 그 기간이 끝났을 때에 시장하셨다. 3 그런데 악마가 그분께,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하고 말하였다. 4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라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5 그러자 악마는 예수님을 높은 곳으로 데리고 가서 한순간에 세계의 모든 나라를 보여 주며, 6 그분께 말하였다. “내가 저 나라들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당신에게 주겠소. 내가 받은 것이니 내가 원하는 이에게 주는 것이오. 7 당신이 내 앞에 경배하면 모두 당신 차지가 될 것이오.” 8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9 그러자 악마는 예수님을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운 다음, 그분께 말하였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여기에서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 10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지 않소? ‘그분께서는 너를 위해 당신 천사들에게 너를 보호하라고 명령하시리라.’ 11 ‘행여 네 발이 돌에 차일세라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쳐 주리라.’” 12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 하신 말씀이 성경에 있다.” 하고 대답하셨다. 13 악마는 모든 유혹을 끝내고 다음 기회를 노리며 그분에게서 물러갔다.
절덕을 키워 주소서.
조선시대에 송강 정철(鄭澈)의 가사 송강가사(松江歌辭)에 수록된 일종의 권주가(勸酒歌)에 장진주사(將進酒辭)란 노래가 있습니다.
장진주사(將進酒辭)
한 잔(盞) 먹새그려 술 한 잔 먹새그려 꽃 꺽거 算노코 無窮無盡 먹새그려 이 몸 쥭은 後면 지게 우헤 거젹 덥허
주리혀 매여가나 流蘇寶帳에 萬人이 우러녜나 어욱새 속새 떡갈나무 白楊숩혜 가기곳 가면 누른 해흰 달 가난비 굴근 눈 쇼쇼리 바람 블제 뉘 한盞 먹자 할고
하물며 무덤 우에 잣나비 바람 불 제 뉘웃찬 달 엇디리 한잔 먹새 그려 또 한잔 먹새 그려. 꽃을 꺽어 술잔 수를 세면서 한없이 먹세 그려.
이몸이 죽은 후에는 지게 위에 거적을 덮어 꽁꽁 졸라 묵여 실려 가거나, 곱게 꾸민 상여를 타고 수많은 사람들이 울며 따라가거나,
억새풀, 속새풀, 떡갈나무, 버드나무가 우거진 숲에 한번 가기만 하면 누런 해와 흰 달이 뜨고, 가랑비와 함박눈이 내리며, 회오리바람이 불 때 그 누가 한잔 먹자고 하겠는가?
하물며 무덤 위에 원숭이가 놀러와 휘파람을 불 때 뉘우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인생의 허무함을 말하면서 술을 권하는 권주가입니다. 그러나 그는 노래에서 ‘꽃을 꺾어 술잔 수를 세면서’라고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 것을 경계하고 절제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술을 무진장 마시자고 하면서도 절제를 하는 것을 선비의 품성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가톨릭에서는 추구하는 덕행으로 사추덕(四樞德, Cardinal Virtues)을 가장 중요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옳게 살고 바르고 좋은 행위를 하기위해서 필요한 윤리덕이 네 가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4가지 덕은 모든 윤리행위에 기본이 된다고 해서 사추덕이라고 합니다.
1) 지덕 (智德) ─매사에 옮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을 식별하여 할 것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는 모든 판단능력의 핵심이 되는 지능계발의 원천을 말합니다. 모든 지식을 기준으로 해서 선과 악을 정의와 불의를 예리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지덕이 겸비되어있지 않고는 정당한 윤리행위를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2)의덕(義德)=의덕은 넓은 의미로는 모든 윤리행위의 총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의롭게 처리하는 윤리도덕의 기본인 것입니다. 인간이 정도(正道)를 걸어야하는 정의의 핵심입니다.
3)용덕(勇德)─주어진 선행이나 진리 앞에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모든 시련을 극복하면서 관철하는 인내심, 항구심을 갖춘 습성을 말합니다.
4)절덕(節德)─유혹이 강한 욕구를 절제하는 습관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대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식욕에 대한 절제, 특히 술을 절제하고 음식을 절제하는 좋은 습관입니다. 또 하나는 성욕을 절제하여 정결을 유지하는 좋은 습관들입니다.
절제(節制), 절덕(節德). temperantia(라), Sophrosyne(그)이라는 말은 Cicero가 플라톤의 sophrosyne라는 말을 라틴어로 번역한 말입니다. 과도한 욕구나 정욕을 이성에 맞추어 억제하는 일을 말합니다. 절제 절덕은 사추덕 중 하나로 윤리학자들에 따르면 네 가지 덕행 중 가장 기본이 되는 덕행이고, 다른 세 덕행이 이 절제의 덕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절제할 줄 모르면 다른 덕행을 닦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절제의 덕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 특히 플라톤과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이 그 실천을 강조했습니다.
신약성서에서는 절제라는 말에 해당하는 그리스 원문 sophrosyne가 공동 번역에서는 각각 다르게 번역되고 있습니다. (사도 26, 25: 맑은 정신으로; 1티모 2, 9와 2, 15: 단정하게). 원문에서 형용사 sophron은 주교가 갖추어야 할 덕성으로 절제하는 사람(1티모 3, 2; 티토 1, 8)이어야 한다는 것과 노인이 갖추어야 할 덕성이며(티토 2, 2), 할머니들이 갖추어야 할 덕성으로(티토 2, 5) 사도 바오로는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윤리에서는 육신 생활의 절제의 덕은 육신을 성령의 성전으로 보고, 육체적인 자제력(自制力)을 말합니다. 그리스인들의 절제의 관념은 오리게네스(Origenes)와 카빠도키아(Cappadocia) 교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고, 암브로시오와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키케로(Cicero)의 영향을 받아 절제의 개념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리고 토마스 아퀴나스에 이르러 그리스도교적 윤리 개념으로 굳어졌습니다. 윤리신학자들은 절제의 덕을 식음(食飮) 욕망 억제(abstinence), 정욕의 억제, 단정한 생활로 세분하고 있습니다. 19세기부터 술을 절제하는 운동으로 절제회(temperance societies)가 각 곳에 결성되었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악마는 예수님께 인간의 욕망에 대해서 유혹합니다. 특히 절제력에 대해서 유혹의 손길을 뻗힙니다. 나는 이번 사순절에 소식을 실천하려고 합니다. 매년 사순절이 되면 무언가 새로운 습관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아주 작은 것이지만 내 인생을 바뀔 수 있는 그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통약도 먹지 않고 견뎌볼 작정입니다. 주님의 은총으로 이 조그만 결심에 절제력을 더하여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