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너 코드
기게스(Gyges)는 터키의 고대국가인 리디아(Lydia)의 목동이었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마법의 반지를 발견했다. 그 반지는 소지자를 투명인간으로 만들어 줄 수 있었다.
이 반지를 얻은 후부터 기게스는 그 전에는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일들을 과감하게 실행에 옮겼다.
그는 왕궁에 들어가 왕비를 유혹해 왕을 살해한 후 자신이 왕이 되었다.
플라톤(Platon)의 형인 글라우콘(Glaukon)은 소크라테스(Socrates)에게 기게스 이야기를 들려준 뒤 다음과 같은 '사고(思考) 실험'을 제안했다.
"만약 기게스의 반지가 두 개가 있어서 하나는 도덕적인 사람에게 주고 나머지 하나는 부도덕한 사람에게 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이 질문을 던진 후 글라우콘은 세상에 기게스의 반지를 끼고도 도덕적으로 행동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비관적으로 예언했다.
하지만 심리학자 댄 애리얼리(Dan Ariely)는 열쇠수리공 이야기를 통해 글라우콘보다는 조금 더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느 날 한 대학생이 집 열쇠를 분실해 열쇠수리공을 불렀을 때 열쇠수리공은 순식간에 자물쇠를 열었다.
놀란 대학생에게 열쇠수리공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물쇠는 실제로 도둑이 도둑질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장치가 아니라 도둑이 아닌 사람이 도둑질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장치라는 것이다.
그 열쇠수리공에 따르면 세상 사람들 중 1%는 기게스의 반지를 낀 것과 같은 상황에서도 양심적으로 행동한다.
그리고 1%는 굳이 기게스의 반지가 없어도 비양심적인 행동을 한다.
하지만 나머지 98%는 상황에 따라서 양심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바로 자물쇠는 이 98%의 사람들이 도둑이 되는 것을 막는 장치라는 것이다.
애리얼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건부 선인(善人)'이다.
다시 말해 대다수는 특정 범위를 정해놓고 그 범위 안에서만 착한 행동을 할지 또는 부정행위를 할지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떤 행동이 절대적인 죄악이라고 판단 내릴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마음속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그러한 기준선을 넘어서는 나쁜 행동은 가급적 안 하지만 그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부정 행위를 할 수 있다.
제롬 K 제롬(Jerome K Jerome)의 소설 '보트 위의 세 남자'에는 낚시꾼들의 독특한 습성이 소개된다.
낚시꾼들은 늘 거짓말을 하지만 일정 선을 넘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40마리를 잡으면 50마리를 잡았다고 말하는 식이다.
하지만 과장을 하는 경우에도 약 25%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부풀리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 선을 넘기는 것은 거짓말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거짓말이 아니라고 믿는다.
애리얼리는 한 대학 기숙사 공용 냉장고 중 절반에는 콜라 팩을 넣어두고 나머지 절반에는 콜라 팩 가격에 해당되는 1달러 지폐 6장을 넣어두었다.
그 후 냉장고에 넣어둔 콜라 팩과 지폐의 반감기를 조사하였다.
콜라는 72시간 만에 모두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지폐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을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도덕은 예술과 마찬가지로 어딘가에 어떤 선 하나를 긋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바로 보이지 않는 마음속 선의 위치를 어디에 두는가 하는 점이다.
애리얼리는 98%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도덕적인 사람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으로 '아너 코드(honor code)'를 제안했다.
이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정직하게 행동하겠다는 서명을 남기는 것을 말한다.
대체로 사람들은 자동차 보험료를 적게 내기 위해 전년도 주행거리를 줄여서 응답한다.
하지만 보험회사에 보고를 하기 전에 정직하게 보고하겠다는 서명을 받는 단순한 절차만으로도 사람들의 부정행위가 15%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심리적 자물쇠, 즉 '아너 코드'가 필요한 이유다.
첫댓글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멋진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