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핫 플레이스
손 원
TV 채널마다 관광객 모집 광고가 한창이다. 세계 곳곳의 관광명소를 보여주며 광고한다. 이목을 끌어야 하기에 핫 플레이스 위주로 보여준다. 광고영상 중에는 가끔 가 본 곳이 있으면 감회가 새롭다. 핫 플레이스를 넣은 패키지 상품이다 보니 웬만하면 다녀온 곳이다. 여행 가기 전에 그곳의 정보를 알고 가면 알찬 여행이 될 뿐만 아니라 기쁨도 배가 된다. 영상으로 미리 보았기에 현지를 가 본다는 설렘이 있고, 여행 때는 현지의 맛과 멋에 쉽게 매료된다. 여행 후에도 즐거웠던 한때를 오래 기억하며 이웃에 알리기도 한다. 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사람 사는 냄새를 맡는 것이다. 현지의 모든 것을 풍미하는 장소로는 시장이 제일이다. 시장은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해외여행 때마다 현지 재래시장을 찾았다. 잠시나마 현지인의 땀 냄새를 맡고, 스스로 현지인이 되어 보기 위해서다. 시장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핫 플레이스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핫 플레이스가 많다. SNS로 검색 해 보면 지역별로 많은 핫 플레이스가 뜨고 우리를 손짓한다. 특히 시대적 트렌드에 맞게 새로운 핫 플레이스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핫 플레이스의 공통점은 방문자에 대한 배려에 충실하다는 것이었다. 즐길 거리는 물론이고 편의시설, 먹거리가 잘 갖추어져 있었다. 얼마 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를 걸었다.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듯했다. 인사동 "문화의 거리" 코스는 소소하면서 아기자기하고 그 속에 담긴 역사와 전통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호떡, 꿀타래, 전통한과, 전통차 등의 먹거리가 많았다.
최근 집 근처에 시민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된 곳이 있다. 강창교 일원의 "댓잎 소리길", "디아크", "강정보"다. 금호강 고수부지에 빼곡히 우거진 대나무 숲길인 "댓잎 소리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면 낙동강 합류 지점에 "디아크"가 있고, 근처에 "강정 고령보"가 있다. 왕복 한 시간 정도로 산책길로 안성맞춤이다. "디아크" 건물에는 냉난방이 잘 된 무료 휴게실도 있어 더위와 추위를 피할 수도 있다. 특히 여름밤 디아크의 황홀한 조명,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걸으면 시원한 강바람을 쐬면서 낭만을 즐길 수 있다. 근처에는 음식점도 많다.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 가족 단위 나들이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재래시장이 핫 플레이스로 뜨고 있다고 한다. 그간 재래시장은 급격한 시대적 변화 뒤쳐저 설 자리를 잃고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도심 시장은 물론 농촌 오일장의 점포는 텅텅 비어있다. 지금도 어렵게 버티고 있는 소상인들의 시름과 고충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이참에 희망적인 이야기도 있다. 젊은이들이 시장 한쪽에 그들만의 공간을 꾸려 성황을 이루고 있는 곳이 더러 있다. 서울 종로5가에 자리한 '광장시장'은 세계인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고, 젊은 층이 많은 찾는 곳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빈대떡, 찹쌀순대, 머리 고기, 떡볶이…. 저렴하고 맛 좋은 길거리 음식이 즐비해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길 위의 셰프들(2019년 작)'이 인기를 끈 게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음식과 전통을 다룬 '길 위의 셰프들'은 광장시장의 대표 먹거리인 칼국수, 빈대떡, 간장게장, 떡볶이 등을 소개하면서부터다.
목 좋은 서울뿐만 아니라 시골 오일장이나 빈집을 새롭게 단장하여 찻집이나 숙박업을 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농촌인구의 급감, 고령화로 인한 지방소멸이 우려되는 이때, 청년들의 농촌 정착 열기는 지방 활력에 큰 도움이 됨은 물론이다. 요즘 재래시장에 가 보면 점포를 지키고 있는 젊은이들이 더러 있다. 지인 중 추어탕집 사장이 30대 청년이고, 오일장 건어물집 사장은 40대다. 모두 부모님으로 부티 물려받아 대를 이어 시장을 지키고 있다.
바야흐로 여름 휴가철이다. 백수지만 설렌다. 왕년에는 휴가랍시고 식구들에게 나름대로 땜빵 휴가를 했다. 무더위에 애들도 어려 먼 곳보다는 가까운 곳을 자주 찾았다. 팔공산 수태골, 성주 포천계곡, 고령 신촌 숲을 갔던 기억이 난다. 시원한 곳에서 하루 잘 보낼 수 있어 그런대로 만족한 일정이었다. 얘들은 관광명소를 찾아 먼 곳을 다녀왔다는 이웃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요즘의 핫 플레이스는 젊은 층이 주도하는 것 같다. 그들과 함께하는 핫 플레이스면 좋겠다. 문화와 전통이 배인 재래시장, 오일장은 우리의 오랜 핫 플레이스다. 여기에 젊은이들의 신선한 사고가 더해진다면 가장 한국적이고 세계적인 핫 플레이스가 되지 않을까? (2023. 7. 6.)
첫댓글
댓잎 소리길 은 네이밍을 참 잘한 것 같습니다.
한 번 가보고 싶네요. 인사동 거리는 안 가본 지 너무 오래 되어서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합니다.
여름 휴가 애기를 하시니 괜히 계획도 없으면서 기분이 들떠내요. 즐거운 휴가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