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최고의 야구 경기 중 하나는 2007년의 41회 대통령배 전국 고교 야구대회 결승전이다. 전통의 강호 광주일고와 별다른 성적이 없던 서울고와의 대결이었다. 정찬헌, 장민제가 이끄는 투수진과 허경민, 서건창, 이철우의 광주일고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고, 반면에 서울고는 투수 이형종과 박건우, 안치홍, 유민상의 전력으로 준결승에서 이대은, 박해민, 박세혁이 버티던 신일고를 누르고 결승에 진출해서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경기는 초반부터 난타전이었다. 중반에 접어들면서 5, 7회에 터진 안치홍의 홈런 2방으로 승부는 서울고 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그러나 준결승에서부터 이미 많은 공을 던진 이형종은 마지막 순간을 넘지 못하고 역전 결승타를
허용해서 결과는 10대9, 광주일고의 승리로 끝났다. 그라운드에 엎어져서 펑펑 울던 이형종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MVP는 3승의 정찬헌이 받았고, 안치홍은 최다 안타, 타점, 홈런상을 이형종은 감투상이었다.
이 날의 인상 깊은
경기는 내 머리 속에 남아 지금도 당시 선수들의 모습을 꾸준히 지켜보고 있다. 안치홍은 기아 유니폼을 입었고, 허경민은
두산으로 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울고와 광주일고에서 출신고와 반대되는 서울과 광주의 연고팀으로 자리를 바꾼 셈이다. 현재 박건우는
두산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고, 고의 사구를 내줄 정도로 타격도 강했던 이형종은 오랜 방황끝에
정찬헌이 있는 LG에 정착했다.
미기상을 받을 정도로
수비에 강했던 허경민은 국가대표급의 수비를 자랑하며 부동의 3루수가 되었고, 안치홍은 최연소 올스타(올해 바람의 손자에게 이 기록을 빼앗겼다), 최연소 올스타MVP, 포스트시즌 최연소 홈런의 기록을 갖고 있다. 참고로 서건창은 프로의 길을 택했으나
왜소한 체격과 수술경력으로 드레프트에 실패하고 2008년 LG의
신고선수로 입단후에 방출되어 우여곡절 끝에 2012년 넥센에 자리잡았다.
올해의 마지막 야구
시리즈가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시작되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아니더라도 한국시리즈를 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그깟 서양 공놀이가 뭐가 좋으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어린 시절 시멘트 포장지로 글러브를
만들고 곡괭이 자루를 배트 삼아 야구를 하고 동대문 구장의 아련한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야구는 인생 그 차체다. 따지고 보면 왠만한 공놀이 중에 서양
것이 아닌 게 있는가?
특히 선수들의 어린
시절부터 성인 이후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경기 내용과는 상관없이 또 다른 즐거움이다. “저 놈 어릴 적부터 내가 알아봤어” 라던가. “이제야 야구 제대로 하네” 라는 말을 보란 듯이 하면서 일종의 허세를 부리는 즐거움도 있다는 말이다. 어제의 1차전은 허경민과 안치홍
외엔 보이지 않았다. 안치홍의
실책으로 경기가 기울었고, 8회엔 허경민에게 잡혀 병살타까지 기록했다. 어제는 “허경민 승”
예전 올스타전이 동군과
서군으로 나뉘었을 때, 내가 응원하는 팀이 서군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서군의 팀들을 응원하곤
했다. LG, 해태, 한화등등 이다.
뭔가 아련하고 아득한 팀들이다. 30여년 프로 야구가 진행되는 동안 한 번도 응원하지 않은 팀이 두산과
삼성이다. 얘들은 그냥 싫다. 그런데 올 여름 우연히 손님으로 만난 기아팬의 기고만장,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면서 처음으로 두산을 응원하게 되었다.
이승엽도 가고 이호준, 이병규도 갔다.
그래도 야구는 계속 되고 나는 허경민이나 안치홍을 응원할 터이다. 아마도 그 후엔 강백호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의 알람은 언제나 6시 30분으로 맞춰져 있을 것이다. 인생이 그렇듯 오늘은 오늘의 일이
있고, 내일은 내일의 일이 있을 것이다. 오늘은 기아가 이겼으면 좋겠다. 그래야 조금 더 야구를 볼 것 아닌가.
그나저나 LG, 니들은 언제쯤이나 야구 할거냐?
첫댓글 두산팬인데 씁쓸한 장면이 넘 많더군요
해설자가 해설을 하는건지 친정팀 응원을 하는건지 무슨 국가대항전도 아닌데 우리팀 우리팀 하면서 가관이었죠 김응룡 시구는 왠 더러운 낙하산 적폐가 나타나 뺐어서 하질 않나
갑자기 7회부터 나타난 스트라잌죤
그리고 포시때 만이더라도 약터 약재환 이런애들 빼고 떳떳하게 땀흘린선수들만 경기하면 좋은데 말이죠 뭐 저야 원년부터 두산팬으로써 즐겁게 지켜보고 있네요 최근 2년간 코시가 솔찍히 재미 없었죠 두산이 9연승 중이라서리 오늘 이기면 코시 유래없는 10연승인데 기아가 좀 막아줬으면
@한마음한뜻으로 그단어 내손으로 쓰기도 싫을정도로
말로만 적폐청산하면서 적폐가 무었인지 낙하산이 무었인지 몸소 보여주으신 적폐자 윗대가리 공무원을 말하는거죠 하여간 안썩은데가 없다니까요 남의것을 뺏어서 제것으로 만들어버리는다니
@총알택시 하아.....어이가없군요.....
더러운 똥통에서 구르다보니...
깨끗한세상이 적응하기 힘드나봐요?
sd혈계님 고교야구를 저렇게 알정도면 대단한 매니아시네요
오식빵 예기는 없네요.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프로야구초창기때부터 야구
좋아했는데 처음 보는 장면이었습니다.
아마도 오늘 누군가에게 빈볼 맞을 가능성이 보입니다.
물론 기아주장 김주찬이 자제시킬 수도 있겠지만.
넘넘재미난 시리즈가 될듯합니다.
중학시절까지 선수생활하다 그만뒀고
그래서 아마야구도 많이 지켜본답니다....
저도 엘지팬이라 님의 마음 백번 공감합니다.ㅋㅋ
완전 열혈 야구광이시군요.
야구 평론가 하셔도 될만큼 훌륭한 글입니다.
전 강원 경기도 사람이지만 언제나 해태팬이었고 두산 삼성이 그냥 싫었습니다.
헐 10년전즈음 카페에 좋은글 많이 주시던분이네요 오랜만에 뵈니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