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삼국지 4화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Gemini
1-5: 유劉備·관關羽·장張飛 삼 형제, 극적인 만남
그날, 거리에 나붙은 방에 적힌 글을 보고는 세상사를 개탄하며 긴 한숨을 푸! 내뿜는다. 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 고함을 버럭 지른다.
“사내대장부가 나라를 위해 힘을 보탤 생각은 하지 않고, 어찌 한숨만 내쉬고 있소!”
현덕玄德이 그 사람을 돌아본다. 키가 8척이나 되고, 머리는 표범 같고, 눈은 둥근 문고리 같고, 턱은 제비 같고, 수염은 호랑이 같고, 목소리는 천둥 같고, 기품은 치닫는 야생마 같다. 현덕, 그의 풍채를 보아하니 보통 사람이 아님을 단번에 알아보고는 성과 이름을 조심스레 묻는다.
“저요! 성은 장張, 이름은 비飛, 자는 익덕益德이라 하오! 대대로 탁군(涿郡에 살고 있소. 장원과 밭이 좀 있는데, 술을 빚어 팔고 돼지를 썩썩 잡기도 하지요, 주제넘게도 천하 호걸과 사귀는 것을 유독 좋아한다오. 마침, 이 길을 지나다 귀하가 방을 보고 한숨을 짓기에 한 마디 물어봤을 뿐이오!”
현덕: “소생은 본래 한실의 종친으로 성은 ‘유劉’, 이름은 ‘비備’이오. 황건적이 반란을 일으켜 나라를 어지럽힌다는 소문을 듣고, 도적을 무찔러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싶소. 그러나 힘이 부족함이 한스러워 기나긴 탄식만 푹푹 몰아쉬고 있을 뿐이라오.”
장비: “내게 재산이 좀 있소이다. 이 고을 장정들을 모아서 공과 함께 큰일을 도모하면 어떻겠소이까?”
현덕, 매우 기뻐하며 곧바로 근처 주막에 가서 함께 술잔을 기울인다.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할 즈음 기골이 장대한 한 사내가 수레를 밀고 터덜터덜 나타난다. 주점 문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와 털썩 앉으며 주모에게 호령한다.
“이 보오! 술 한 됫박 좀 빨리 주시오. 한잔 걸치고 속히 성에 들어가서 의병이 되려는 참이요!”
노빠꾸 테토남 장비張飛 '으리'의 화신 관우關羽
현덕, 놀란 듯 눈을 번쩍 뜨고 그를 쳐다본다. 키가 9척이나 되고, 2척이나 되는 긴 수염을 달고 있다. 얼굴은 대추같이 붉고, 입술은 연지를 바른 듯하다. 봉황새 같은 눈에 누에 같은 눈썹! 볼수록 풍채가 당당하고 위풍이 늠름하다. 현덕, 그를 불러 자리를 같이하기로 청하며 이름을 물어보니 이렇게 답한다.
“저는 성은 관關, 이름은 우羽, 자는 장생長生인데 후에 운장(雲長)으로 바꾸었소. 하동군河東郡 해량解良 사람이오. 내 고향에 세력을 떨치는 호족 한 놈이 권세를 부리며 백성을 괴롭히기에 내가 때려죽이고 이곳저곳 피해 다닌 지 5∼6년이나 되었소. 마침, 이 고을을 지나다 도적을 무찌를 의병을 모집한다는 방이 붙은 걸 보고 지원하려고 찾아가는 참이오.”
현덕이 자기의 뜻도 매한가지임을 조목조목 알려 주자, 운장이 대단히 기뻐한다. 다 함께 장비의 장원으로 가서 큰일을 도모할 계획을 착착 세운다.<계속>
*노빠꾸 : 뒤로 물러서지 않고 거침없이 나아가는 태도나 행동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이는 어떤 어려움이나 방해가 있더라도 주저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모습을 표현할 때 주로 된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며, 긍정적인 의미로 쓰일 때는 용기 있고 추진력 있는 모습을, 부정적인 의미로 쓰일 때는 무모하거나 막무가내인 모습을 나타낼 수 있다.
*노바디(Nobody) : 아무도, 어느 누구도 ~않다라는 의미를 지닌 영어 단어이다. 문맥에 따라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나 보잘것없는 존재를 지칭할 때도 사용된다. 특히 대중문화나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특정 인물이 별 볼 일 없거나 영향력이 없음을 강조할 때 쓰이기도 한다. 다양한 상황에서 부정의 의미를 강조하거나, 특정 인물의 존재감을 낮추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노포(老鋪) : 오래된 가게를 의미하며,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대를 이어가며 운영되는 상점이나 음식점을 뜻한다. 단순히 오래되었다는 의미를 넘어, 그 시간 동안 쌓아온 깊은 맛과 특별한 노하우, 그리고 변함없는 정성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곳들을 일컫는다. 노포는 특정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기도 하여,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테토남 : 남성 호르몬의 대명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의 첫 두 글자와 ‘남자(남)’를 결합해 탄생한 커뮤니티발 신조어이다. 이 단어는 단순히 겉모습이 근육질이거나 마초적인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심리적, 행동적 측면에서 강한 추진력, 이성적인 판단력, 그리고 무리를 이끄는 통솔력 등 전통적으로 남성성이 강하다고 평가받는 기질을 뚜렷하게 지닌 사람을 한다. 즉, 과거의 다소 투박했던 상남자 이미지를 벗고, 자기 관리에 철저하며 자신감 넘치는 2026년형 ‘알파 메일’을 지칭하는 매우 현대적인 밈이라고 볼 수 있다. 테토남과 가장 자주 비교되는 대상은 바로 ‘에겐남(에스트로겐+남)’이다. 에겐남이 세심한 배려와 뛰어난 공감 능력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어루만져 주는 ‘소프트보이’ 스타일이라면, 테토남은 단단한 멘탈로 비바람을 막아주며 관계를 앞장서서 이끄는 ‘보호자’ 스타일에 가깝다.
[기사출처: 조선일보 2026년 05월 21일, 전광진의 드라마 삼국지(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이영일∙고앵자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