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제황(魔天帝皇) 제7권 제56장

[눈동자]

7권 제56장 그리운 어머니

"천영아…!"
휘--- 익! 애절한 외침과 함께 무영초객과 표리천영의 사이에 한 여인(女人)이 바람처럼 내려 섰다. 동시에,
"…!"
"…!"
표리천영과 괴여인은 물론 무영초객까지도 전신에 가느다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여인(女人), 참혹한 검상이 가득하고 팔이 하나 잘려서 나간 이 불구의 여인이었다. 하나, 표리천영에게는 잊을 수 없는 여인이었다. 아무리 처절하게 변했다 해도… 십 년의 세월이 긴 것이라 해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여인…
"어… 어머니…"
아아! 어머니, 이 여인은 바로 표리천영의 모친인 예문빈인 것이었다. 해천검궁에서 빠져나온… 일순간,
"어머니…!"
"천영아!"
두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부둥켜 안았다. 팔이 하나 없으면 어떠랴. 얼굴이 흉칙하면 어떠랴. 이렇게 포근한 사랑과,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어준 단 한명의 어머니인 것을… 긴격정이 지날 무렵, 표리천영은 문득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그와 동시에 어머니에 대한 걱정이 생겨났다. 행여, 이 위선의 무리들이 후환을 두려워 제거할까 우려한 것이다.
"어머니…"
그는 어머니를 밀어 냈다.
"천영아.. 왜…?"
그녀는 보았다. 사랑하는 자식의 앞에서 검(劍)을 치켜들고 있는 사람을… 한데, 오 오…! 그는 바로 죽은 줄만 알았던 자신의 남편이 아닌가? 그렇다, 무영초객! 그는 바로 천룡백작 표리성인 것이었다. 예문빈이 어찌 사랑하는 남편을 알아 보지 못하겠는가? 꽝! 뇌를 강타 하는 충격, 예문빈은 휘청 했다.
"성… 성랑, 살아 계셨군요. 한데..?"
그녀는 문득 심상치 않은 예감을 느꼈다. 남편의 검(劍)과, 자식의 태도…
(이… 럴 수가…!)
세상에 이럴 수도 있는가? 아버지가 자식을 죽이려 하다니…
"성랑.. 안돼요. 그는 바로 당신의 아들이란 말입니다!"
절규였다. 가슴이 메어지는 듯한… 그와 동시에,
"…!"
"…!"
신비천녀와 십전성녀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어… 어머니가… 어떻게 이런 일을…?)
(나는 어머님의 노예… 하지 만 이런 비극(悲劇)은… 안돼! 결코 그럴 수는…!)
무엇을 결정 하였는지 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십전성녀는 그녀보다 더했다.
(이… 럴수가.. 저들이 부자지간이었다니.. 이… 이럴수는 없다…!)
그녀는 아예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이 비극(悲劇)의 삼인(三人)을 보고 있었다.
(아… 버지… 이분이 나의 아버지였단 말인가? 죽었다던…)
넋을 잃고서 있는 표리천영, 절규하고 있는 여인, 그리고 전신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무영초객… 이때였다. 슈슈슈--- 슉! 퍼펑…! 한 줄기의 폭죽이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더니 찬란한 불빛을 뿜어내며 일제히 터졌다. 순간,
"…!"
신비천녀의 얼굴이 돌연 잿빛으로 변했다.
(공격 명령을… 그럼 나 말고 또 누가…?)
그녀는 그 짧은 순간에 마음을 굳혔다.
(시간이 없다!)
신비천녀는 생사비객을 향해 황급히 전음을 보냈다.
"생사비객, 그대의 주인을 모시고 빨리 이곳을 떠나시오. 서쪽이 안전하오."
생사비객은 뜻밖의 전음에 크게 놀랐다.
(신비천녀… 그녀가 어째서…?)
시선, 그것은 종종 그 무엇보다도 사람을 믿게 하는 힘이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그녀의 눈빛은… 어차피 모험이 아닌가…)
생사비객은 군웅들이 소란을 일으키는 틈을 타서 섬전 처럼 신형을 솟구쳤다. 표리천영을 옆구리에 끼고서… 하나, 표리천영은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생사비객은 어느새 그의 아혈을 짚었기 때문에… 그러한 그의 귀에 어머니, 예문빈의 절규가 들려왔다.
"천영아…!"
표리천영은 가슴 속으로 부르짖었다.
(어머니…! 생사비객, 나를 내버려 두어라. 어머니… 어머니를…)
그의 마음과 아랑곳없이 섬전처럼 항산을 떠났다. 그 뒤로, 파츠츠츠--- 츠! 꽝! 꽈르르릉--- 꽈릉!
"아악!"
"으… 악!"
"크… 아… 아… 악!"
항산제일봉, 한 폭의 지옥도(地獄圖)이련가? 아니, 설혹 지옥 이라 해도 이렇게 처참하지 않으리라. 느닷없이 나타난 삼천여명의 여인(女人)들, 한결같이 천하절색의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한데, 그녀들의 섬섬옥수가 허공을 가를 때마다 수십 수백의 고수가 피(血)를 뿌리지 않는가? 어느 누구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녀들이 누구이며 살인의 동기가 어떤 것인지도…
단 일인(一人)을 제외하고는…
"…!"
신비천녀, 그녀는 처연한 표정으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쓰러져 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영초객… 당신의 행복을 빌어요. 반드시… 금제를 풀수 있는 방법을 찾기를…)
그녀의 주위엔 무영초객이 보이지 않았다. 신비천녀는 예문빈이 표리천영을 쫓아가자 무영초객에게 이런 명령을 내렸다. 죽는 순간까 지도 예문빈을 보호하라고… 그것은 이제야 스스로의 마음을 되찾기 시작한 신비천녀의 최초의 자유였다. 그녀 문득 시선을 돌려 십전성녀를 향했다. 이어, 그녀는 탄식처럼 입을 열었다.
"맹주, 미안해요. 전 환상천계의 인물이예요."
오오, 이럴 수 가?
"…!"
십전성녀는 몸을 떨었다.
(그… 럼 이 엄청난 살겁을 자행하고 있는 여인들은 모두 환상천계의 고수…!)
그 목적은…? 그것은 듣지 않아도 뻔한 사실이 아닌가?
"크… 아… 악!"
"으아… 악!"
"크흑!"
죽음! 아니, 그것은 도살(屠殺)이었다. 수만에 이르는 고수들이 지금 손 한번 제대로 휘둘러 보지 못하고 쓰러지고 있었다. 영문도 모른채 동료들의 검에 가슴을 찔리우고… 검으로 찌른자 역시도 그 영문을 모르는채 친구와 형제들의 손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
환상천계의 여인들… 그녀들은 경이롭게도 모두가 이화접목신공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이 경이적인 무공을 피해내지 못했다. 동료의 시체 위에 쓰러지고 미처 피를 내뿜기도 전에 다시 그 위로 시신이 쌓여갔다. 피(血)가 강(江)을 이루고 시체는 산(山)을 이루었다. 시산혈해(屍山血海)!
"…!"
"…!"
우내쌍천과 천우삼자, 구파일방의 지존들… 아니, 내노라 하는 고수들도 그저 넋을 잃고 일련의 살겁이 자행되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너무도 엄청난 현실 앞에… 그때였다.
"천계주(天界主)님이 납신다!"
일갈에 이어,
"환상천계천하…!"
"독패천세(獨覇天歲)!"
삼천여 여인들이 일사불란 하게 움직임과 동시에, 한 여인(女人)이 하늘로부터 하강하듯이 나타났다. 궁장에 면사를 두른… 천계주(天界主) 사라담경! 바로 그녀였다.
(어… 어머니가…!)
신비천녀는 흠칫 몸을 떨었다. 어머니… 하나, 그녀는 천계주(天界主)가 자신의 친모가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조그만 실수로도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여인 이란 사실도 아울러 알고 있는 것이다. 이때, 천계주(天界主)는 차가운 시선으로 신비천녀를 주시했다.
"무영초객은…?"
신비천녀는 두려웠다. 피할 수 없는 시련임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 래… 이제는 나의 자리를 되찾는 거야. 마음만이라도…)
그녀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아내를 따라 갔어요. 보호하기 위해서…"
그 순간, 그녀는 천계주(天界主)의 눈에 엄청난 살기가 스침을 보고 눈을 감았다.
(표리천영…)
두렵지 않았다. 그를 생각하면은… 그러한 그녀의 귀에 천계주(天界主)의 목소리가 떨어졌다.
"혈봉각(血鳳閣)은 마천제황의 뒤를 쫓고… 그리고 독봉각(毒鳳閣)에게 명하여 무영초객을 추적하라!"
"존명!"
누군가가 섬전처럼 장내를 벗어났다. 일순, 신비천녀는 암울한 표정을 지었다.
(혈봉각… 독봉각… 죽음! 그도 이것을 피하지 못하겠군…)
그때, 천계주(天界主)는 중인들을 둘러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본 환상천계는 구파일방을 비롯한 천하의 모든 문파를 폐함과 동시에 본 천계에 예속됨을 명하는 바이오. 또한 이 명에 불복하는 자들은 죽음으로 다스리겠소."
이어, 그녀는 돌연 우측의 벼랑을 향해 소리쳤다.
"삼천황은 이제 그만 나오는 것이 어떻소?"
동시에,
"허허허… 명성, 바로 저 여자인가? 자네를 이겼다는 사람이…"
말과 함께 삼인(三人)이 나타났다. 중인들은 이들의 명성을 잘 알고 있었다. 환우삼천황! 가히 전설적인 기인들… 무림의 한가닥 희망이기도 했다. 이때, 명성천황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다네. 천뇌, 또한 불행히도 자네의 예언이 맞고 말았군. 그녀가 무림을 움켜쥐려 한다는…"
천검천황은 쓸쓸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좋다. 그럼, 나는 과연 저 여인이 무공마저도 자네보다 뛰어난지 보아야겠네."
스르릉… 소리없이 그는 검을 뽑아들었다. 그 옆에서 천 뇌천황이 임전태세를 갖추며 허탈하게 웃었다.
"허허허… 하나 자네가 안됐군. 외손자를 보자마자 죽게 되다니…"
죽음! 그들은 알고 있었다. 지금의 이 싸움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문득,
"…!"
천검천황은 두 손으로 검을 움켜쥐고 하늘로 시선을 던졌다. 무영초객이 떠올랐다. 눈물이 한 방울 맺힌다.
(불쌍한 녀석…)
찰라,
"타… 앗!"
그는 검과 함께 몸을 날렸다. 천계주(天界主)를 향해서.. 동시에,
"받아라!"
"차앗!"
파츠츠츠--- 츳! 쌔--- 액! 꽈르르--- 릉! 꽈릉! 나머지 이인(二人)도 일제히 신형을 날려 환상천계의 무리를 덮쳐갔다. 그뒤를 이어,
"정천(正天)의 형제들이여, 무림을 위해 아낌없이 죽자!"
채채--- 창!
"와… 아!"
"와…!"
번--- 쩍! 파츠츠--- 츠---! 꽈르르--- 릉! 꽝!
"크… 아… 악!"
"크… 흑!"
"으… 아아악…!"
악마(惡魔)의 죽음이 휩쓸고 있는 혈전(血戰), 그것은 도살이었다. 아예 싸움도 되지 않는… 환상천계의 전율스러운 공포를 알리는… 여인천하(女人天下)를 알리는 것이었다. 죽음, 그 위로 황혼이 뿌려 지고 있었다.

[지어농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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