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신인 드래프트. 한화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꼴찌를 한 덕분에 막 창단한 NC를 제외하고 첫 번 째 지명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지만, 이
해에는 투타에서 발군(혹은 올망졸망한)의 기량을 보인 선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NC는 2명의 특별지명권으로 투수인 노성호와 이민호를 뽑았다. 한화의 고민은 당대 최고 타자인 신일고
하주석과 경남고 투수 한현희, 경북고 투수 임기영 사이에서의 고민이었다.
장종훈 이후 그럴듯한
거포가 없던 한화는 하주석을 1차 지명했다. 2차에서 한현희(그럴리가 없었지만)나 임기영을 건질 수도 있다는 기대였다. 결국 한현희는 넥센에 지명됐고
2라운드에서 가까스로 임기영을 건질 수 있었다. 2011년에 고교 최고투수 유창식을 데려온 한화로서는 만족할 만한 결과였다. 이 해에 김원중과 신본기는 롯데, 구자욱은 삼성, NC는 나성범과 박민우를 뽑았으니 결과로 보면 이
해의 승자는 NC였다.
나는 장충중학교 출신이다. “ㄱ”자로
만들어진 2개의 건물을 고등학교와 같이 사용했다. 내가 다니던 시절의 장충고는 쓸 말이 거의 없는 팀이었다. 서울 예선 통과도 힘들고, 봉황대기에 나가면 (지역예선이 없는 대회다) 거의 1차전에서
깨지고 돌아온다. 중고등학교 야구부원들은 오전 수업을 마치고 운동장에서 연습을 했다. 운동부의 전통대로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얻어 터지는 게 일상이었다.
때려서 야구를 잘 할 수 있다면 벌써 우승을 했어야 할 팀이었다. “사랑의 매”가 실력향상과는
전혀 도움이 안되고 사랑도 없었음을 이 학교가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이 학교가 전성기를 맞은 것은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30년이 지나서였다. 이수중학교 감독이었던 유영준 감독이 부임하면서 2006년 즈음 전성기를 맞이한다. 이용찬, 백용환, 이승우, 최원제등이 황금사자기 2연패
시절의 주역이고 유희관이 꼽사리 껴있었다.
젊은 운동선수들의 최고 고민은 군대문제다. 가장 화려한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나이에 군대에 가야 한다는 것은 선수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서건창처럼
신고선수를 전전하다 현역 제대 후 기량을 펼치는 선수도 있지만 이것은 극한의 예고 대부분은 상무나 경찰청에 가기를 원한다. 계속 야구를 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성적과 관계없이 체력과 기량을 올릴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것이다. 그러나 문이 너무 좁다.
팀에서 자신을 상무나 경찰청에 갈 수 있도록 로비(?)나 도움을
준다면 선수에게는 큰 자랑거리다. “팀에서
나를 아껴주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2014년 12월 한화는 임기영을
상무로 보낸다. 아직 미완의 대기이므로
군문제부터 해결하려는 의도였다. 이때부터
한화의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김응룡이
물러나고 김성근 감독이 부임했고 기아는 우승전력을 위한 리빌딩 차원에서 김기태 감독을 영입했다.
즉시 전력감이 되는 투수가 부족했던 한화. 장기적 리빌딩을 원했던 기아. 마침 SK에서 기아로 옮긴
송은범이 FA가 되었다. 기아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송은범은 전성기 시절 SK감독이었던 김성근을 만난다면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꿈을 꾸었다. 송은범의
한화행. FA선수를 데려오면 상대가
지명하는 보상선수를 내주어야 한다. 한화는
훈련소에 있는(그래서 2년동안 쓸 수 없는) 임기영을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한다.
기아는 시간이 많았다. 한 두 해에 우승할 전력이 아니므로 먼 미래를 보고 훈련소 대기중인 임기영을
보상선수로 받았다. 결과론이지만
한화에게는 아끼다 똥된 대표적인 사례이고 기아는 FA를 통해 최대 혜택을 본 사례가 되었다. 기아가 임기영을 데려갈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타팀의 FA영입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에이스급의 투수나 최고의 타자가 아니라면 보상선수로 더 나은 선수를 주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국시리즈에 선발로 서는 것은 큰 영광이고 평생의 자랑거리다. 프로
선수들의 절반 이상이 한국시리즈의 무대를 밟아보지 못하고 은퇴한다. 특히 투수들이 선발로 나가서 승리투수가 되는 것은 더 어렵다. 그래서 한국시리즈의 우승반지는 그만큼
가치가 있다. 대여섯 번 정도는
나왔을 법한 포스의 이대호 조차도 한국시리즈의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오늘 임기영은 눈부시게 빛났다.
PS 유희관 얘기가 없었다. 다음에 기회가 될 지 모르겠다.
첫댓글 글이 팩트라서 그런지 잘 쓰시네요.올해는 두산이 자랑하는 판타스틱4도 잘하지만 기아 선발진이 그보다 한수 위인듯.올해는 기아가 우승할거 같네요.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글은 정말 여기에서만 보기에는 아까운 글입니다. 더 많은 공간에 올려보시고 야구평론가로서의 자질도 충분하십니다.
아마도 이분의 작문능력과 지적수준은 대한민국 상위 0.1프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리는 취미고 본 직업은 교수님 혹은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