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
“이건 진심이다! 좀 생기 있게 살아 봐! 네가 그 조로라는 노상 강도가 갖고 있는 용기와 기백의 반만큼이라도 가졌다면 원이 없겠다! 그 사람은 원칙을 갖고 있어. 그걸 위해 싸우고 있고. 그 사람은 힘없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고 있어. 나는 그 사람을 존경한다! 난 네가 하릴없이 빈둥거리면서 맥없이 몽상에나 젖어 지내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그 사람처럼 죽거나 감옥에 갇힐 위험을 무릅쓰고 용감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 싶다.”
(193)
“앉아요. 안 그러면 발포할 거요! 나는 돈 알레한드로의 댁에서 당신들과 싸우러 온 게 아니오. 나는 어르신을 존경하기 때문에 그런 짓은 할 수 없소. 나는 당신들 자신에 관한 진실을 말해주러 온 거요. 당신네 가문들은 지사를 세울 수도 있고 끌어내릴 수도 있는 힘을 가졌어요! 대의를 위해서 하나로 뭉쳐요. 그렇게 해서 인간다운 삶을 살란 말이오. 마음속에 두려움만 없다면 그렇게 하고 싶을 거요. 모험을 좇기를 원하시오? 불의를 싸우는 삶에는 모험이 차고 넘쳐요.”
(201-202)
“저는 경험도 없고 마음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지도 않습니다.”
돈 디에고는 그렇게 말하고는 피곤해 뵈는 눈길로 돈 카릴로스를 쳐다보면서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아이를 몹시 연모하는 것처럼 쳐다보는 게 제일 좋을 거요. 우선, 결혼 얘기는 절대 하지 말고 사랑에 대해서만 얘기해 봐요. 쓰잘 데는 없는 얘기는 일절 하지 말고 울림이 풍부한 낮은 목소리로 은근하게 말해 봐요. 처녀들에게 의미심장하게 들릴만한 얘기를. 여러 가지 의미가 깃든 얘기를 하는 것이야말로 은근하면서도 효과적이지.”
(205)
“아 좋은 수가 떠올랐어요! 실연한 남자라면 어떻게 행동할까요? 당연히 코가 쭉 빠져서 기운이 하나도 없이 지낼 겁니다. 그리고 세상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으려 들겠죠! 어느 면에서는 아가씨가 저를 구해 준 셈입니다. 아가씨가 저를 사랑해 주지 않는 바람에 저는 번민에 싸여서 지내는 겁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제가 바보처럼 말 타고 정신없이 뛰어다니지 않고, 싸움도 하지 않고 양지쪽에 앉아서 멍하니 공상에 잠기거나 명상을 해도 하등 이상하게 생각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그러면 저는 마음껏 평화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실연을 해서 그런다고 생각해 줄 거고.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