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선운산 산행
고창 선운사를 처음 갔을 때가 벌써 10년이 훌쩍 지난 것 같다.
그 때는 선운사와 선운산을 구경 간 게 아니고 단체 마라톤 후 몸보신을 위해
고창의 유명한 복분자와 풍천장어를 먹어보기 위해서였다.
그때 처음으로 복분자를 먹어 봤는데 포도주와 비슷하지만 뒷끝도 좋아, 그 이후
복분자를 즐겨 마신 적이 있다.
복분자도 병 모양에 따라 맛도 조금씩 다르고, 당도도 좀 다르다. 선운사 입구에서 먹었던
복분자의 술병은 짱달막하여 산미겔 맥주병(필리핀산)하고 비슷하고 당도도 적당하여 그
복분자주를 주로 마셨다. 음식점에 가면 복분자 술병도 당도도 각양각색이다 .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복분자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맥주를 즐겨 마시게 된 것이다.
이번 선운사 여행은 동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두, 세달 전부터 날짜 잡아서
가게 되었는데 기상예보에 비가 온단다.
임원단에서 2~3일전부터 우천 시 에도 취소하지 않고 간다는 문자가 와 아니나 다를까
출발일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다른분들은 대형버스로 가고 나는 돌아오는 길에 격포마리나에 들리기 위해 차 가지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선운사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서너명은 산행하지도 않고 선운사 초입에 있는 유명한 풍천장어집으로 내려간다.
나머지는 봄비를 맞으며 절 입구 입장료 내는 곳 까지 걸어가는데 벚꽃이 마치 겨울눈처럼
길 위에 떨어져 있고 아직 양옆 길가는 벚꽃이 만발하다.
신발이 젖을 각오로 미리부터 양말을 벗고 봄비를 맞으며 걸으니 초행길이여서 그런지
걸을 만하다.
선운사 옆으로 흐르는 도솔천의 고목들이 세월을 말해주듯 선운사의 오랜역사의
산 증인들처럼 묵묵히 서 있다.
도솔천을 따라 길은 완만하여 차들이 도솔암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차도가 넓게 뻗어있으며
하천 건너편에도 인도가 만들어져 있으나 빗물로 인해 질퍽질퍽한 인도보다 차도를 따라
올라갔다.
한 20분정도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올라가니 도솔암과 그 아래 전통찻집이 있다.
봄비가 내리니 산행하지 않고 찻집에 들어가 따듯한 차한잔 마시며 창 너머 풍경을
감상하고 싶다.
벌써 두세명은 일행에서 벗어나 뒤에서 천천히 오고 나도 가끔씩 사진찍느라고 조금쳐진다.
앞서간 일행들을 쫓아가기 위해 도솔암을 보는둥 마는둥 서둘러 따라가니 높은 석벽에
조각된 부처(마애불)가 나타난다.
여기서 바라보니 점점 풍광이 아름답고 연초록의 새싹들이 수를 놓은 듯 앞산이 펼쳐진다.
약간 가파르고 험한 돌길을 지나 좀 올라가니 마치 거대한 둥근돌다리처럼 생긴
바위가 딱 버티고 있다.
마치 용이 드러누운 것 같아 용문골이라 한단다. 용의 다리(거재한 돌기둥)사이로 들어가니 돌무덤이 있다
이 돌무덤은 한때 인기가 있었던 TV드라마 장금이의 촬영장소라는 안내판이 있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희한한 돌문(용의 다리사이)은 처음이다.
조금 올라가니 산등성이에 도착하니 서해쪽의 작은 산들과 풍광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등선을 타고 계속올라가니 산 정상에 코뿔소의 뿔처럼 생긴 바위가 하늘로 치솟아 있다.
이 곳이 낙조대라고 한다. 날씨가 좋으면 여기서 서해의 위도도 잘 보인다고 한다.
이번 단체 여행은 열대여섯명이었는데 낙조대까지 산행한 일행은 일곱명 정도로 나머지
두 세명은 도솔암까지 오르고 하산하고 말았다.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고고 산길이 미끄러워 위험할 수 있으나 가파른 곳에는 긴 스텐레스
사다리가 만들어져 깍아질은 듯한 낭떠러지 근처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천마봉에서 바라보니 도솔암과 도솔암 위에 있는 마애불이 저 멀리 내려다 보이고
바로 머리위 뒤쪽에 있는 암자도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천길낭떠러지 정상에서 펼쳐지는 주위 풍광은 정상에 오르는 수고가 없다면 감상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제 언제 다시 이 정상에 올지 모르겠지만 선운산까지 와서 이 경치를 함께 감상하지 못한
일행들이 안타깝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나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나의 주관이고 어떤 분은 수고를 하며 경치를 구경하기보단
맛있는 풍천장어와 선운사 복분자술이 더 좋으니 일찌감치 식당으로 내려간 분들이 있다.
나도 혼자였으면 비바람을 맞으며 산행하지 않고 도솔암 아래 찻집에서 따듯한
차 한잔 마시며 창문 넘어 연푸른 실록이 비에 젖은 모습을 감상하고 내려왔을 것이다.
이렇게 비바람이 불 때 산행이나, 바다에서 항해할 때 완전 방수복이 필수지만
아직 장만하지 못해 우산하나만 달랑 챙겼다.
하산할 때는 아래 바지가 완전히 젖고 신발도 젖어 약간 한기가 느껴진다.
계속 걸어도 몸에 찬 기운이 느끼니 요트위에처럼 가만히 있으면 저 체온증에 걸릴 것이다.
거의 다 내려오니 차도 옆의 작은 오솔길로 내려오는데 비교적 넓은 생태공원처럼 생긴 곳에는 수많은 식물들이 있고 아기자기한 인도를 만들어 산책하기 좋게 조성해 놓았다.
차에 도착하여 신발부터 갈아 신고 주차장에서 약 2Km정도 떨어진 풍천장어로 유명한
어느 식당에서 직행하여 내려가니 중간중간 비슷비슷한 식당들이 많이 있다.
젖은 상의도 갈아입고 하의도 갈아 입을려고 하니 챙기지 않아 할 수없이 젖은 채로
식당에 들어가니 일찌감치 복분자에 취한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다.
오랜만에 풍천장어에 복분자를 서너잔 낮술을 하며 유리창 밖의 빗줄기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니 월 정기 모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푸짐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고창읍을 지나 고창읍주변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전원주택이 조성되어 있고 그 뒤편의 노천탕에서 비에 젖은 산행의 피로를 풀고 일행들은
버스로 출발하고 나는 승용차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다가 서해안 줄포IC에서 빠져나왔다.
등산코스
매표소 입구에서
도솔천옆 나이드신 나무
최근에 건축된 것 같은 돌다리
길가의 불상 입구쪽에서 보면 둥그스런 돌
노송
도설암 아래 찻집
돌솔암에서 본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