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중·고등학생들 5명 중 1명은 학교에서 일주일에 1~2회 이상 언어폭력을 경험하고 있으며, 2명 중 1명은 성적으로 인한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서울본부)가 7일 서울의 중·고등학생 510명을 대상으로 언어폭력과 차별에 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본부가 학생인권 침해의 현실을 점검하고자 진행한 이번 조사 결과 여전히 상당수의 청소년들이 언어폭력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중·고등학생들은 최근 1년 사이 학교에서 교사로부터 언어폭력을 얼마나 겪었느냐는 질문에 21.0%의 학생들이 일주일에 1~2회 이상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한 달에 1~2회 정도라고 응답한 학생들은 9.2%, 1학기에 1~2회 정도라고 응답한 학생들이 9.8%로 총 40%의 학생들이 언어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은 겪는 언어폭력의 유형은 ‘욕설, 비속어 등 거친 표현’(26.5%)이 가장 많았다. 한 학생은 설문지를 통해 “수학 선생님이 ‘재수 없는 년’이라고 했고 상처를 크게 받았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많은 언어폭력 유형은 ‘인격 비하 또는 모욕’(18.0%)이었으며 ‘성적, 외모 등에 대한 차별’(13.3%)이나 ‘가정·가족에 대한 모욕’(9.6%)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또 다른 학생은 “담임선생님이 조그마한 실수에 아이들 앞에서 ‘너가 그러니까 그따위로 살지’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쳤냐?’ 등 가족을 비하했다”고 말했다.
차별을 얼마나 경험하느냐는 질문에는 ‘일상적으로 매우 자주 당한다’고 답한 학생이 9.0%, ‘상당히 자주 당한다’는 답변이 7.6%로, 16.6%의 학생들이 자주 경험한다고 답했다. 25.7%는 ‘차별을 가끔 당한다’고 답해 10명 중 4명은 학교에서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의 이유가 무엇인지 묻은 질문(중복응답 가능)에는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49.4%)이 성적을 꼽았다. 학생들은 “야자실에서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성적이 낮다고 거부당했다” “높은 성적을 받는 학생은 벌점도 봐주고 무단지각도 봐주고 출석부에 기재하지 않아 불공정하다고 느꼈다”며 학교에서 성적 때문에 차별당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두 번째로 많은 차별사유는 외모(14.1%)였으며, 세 번째는 과거 징계 및 처벌 전적 등(8.6%)이었다. 나이(4.7%)나 장애(4.7%), 성별(4.1%)로 인해 차별받는다는 답변도 각각 4%를 상회했다.
서울본부는 “서울의 중고등학생들 중 결코 적지 않은 수가 언어폭력과 차별 등 비인간적인 대우를 경험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를 비롯하여 학생들이 인간적으로 존중받는 환경에서 제대로 된 교육에 참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학교의 문화와 제도 전반을 바꿔나가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본부는 이날 설문조사 결과와 더불어 서울본부 홈페이지와 이메일을 통해 제보받은 학생들의 인권침해 사례도 함께 발표했다. 학생들의 제보에 따르면 여전히 학교 안에서 폭력과 차별, 모욕적인 대우, 두발·복장 규제, 강제적인 자율학습·보충수업, 종교수업 등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서울본부는 그중 구체성이 있는 서울소재 중·고등학교 열세 곳의 인권침해 사례들을 골라 서울시교육청에 감사와 시정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설문조사는 서울시내에서 무작위로 선택한 21개 학교(중학교 8곳, 고등학교 13곳)에서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6일까지 열흘 동안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