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설 명절을 잘 보냈는지요?
대한적십자사와 대한의사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아이티 지진피해지역 의료구호팀에 갑자기 편성이 되어 2월 9일에 출국, 지난 2월 11일부터 19일까지 모두 9일간 아이티의 수도 Port-au-Prince시 Delmas 지역에 소재한 De La Paix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왔습니다.
올해의 설 명절은 이역만리 타국에서 더위와 모기를 벗삼아 지낸 셈이군요. 그래도 도미니카 공화국 영사관의 도움으로 떡국 한 그릇은 먹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티는 미국판 지리부도에 "서방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프랑스혁명 직후에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세계 최초의 흑인노예 독립국가이지만 이후 독재자들의 세습 정치 속에 국가와 국민은 피폐해지기만 하였습니다.
이번 지진 이전에도 학교 건물이 자연 붕괴되어 학생들이 희생된 적이 여러번 있었다고 하니, 이번 지진 피해는 천재와 인재가 합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지진 이래 그대로 방치된 상처를 가진 채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다녀간 의료진도 소독약이나 발라주고 말았더군요.
내가 주로 하고 온 일은 지진 당시에 팔다리에 생겨난 각종 손상에 대한 정형외과적 치료로, 벌어진 채로 지내온 상처를 뒤늦게나마 봉합(secondary repair)하는 일이었습니다.
명색이 대학병원이라지만 전기도, X-ray도, 마취도, 소독기도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밀려드는 많은 환자를 돌보느라 계속 서서 일하는 등 몸은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20여년을 정형외과 의사로서 살아온 중 가장 보람있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몇 환자에서는 몸의 상처와 함께 지니고 있던 마음의 상처도 같이 아물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아울러 우리 충북대의 이름을 조금이나마 외부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의사협회 홈페이지에 아이티 진료단 2진(인하대학병원 주축)의 의료진 명단에 1번으로 이름을 올려주었더군요.
또한 EBS "극한직업" 프로의 PD가 동행 취재하였기 때문에, 이 프로를 시청하면 아이티 구호 의료단의 활동을 잘 이
해할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방송 시간은 아래와 같으며, 아이티 편은 3월 3일과 4일에 방영될 예정입니다.
[지상파TV] 매주 수,목 밤 10시 40분 ~ 11시 10분 (30분)
(재방송) 매주 일 저녁 9시 (종합 60분)
(차주재방) 매주 수,목 오후 1시 10분 ~ 1시 40분 (30분)
관심과 응원을 아끼지 않은 여러분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문자 메세지 보내준 Eugene, Thanks !!).
사진은 이 기간동안 가장 열심히 치료하고, 가장 보람을 느낀 두 환자들.. 아가씨는 고3 여고생으로, 무너진 학교 건물에 3일 동안 깔려 있다가 구조되었다고 해요. 첫날 치료시에는 고통과 절망과 공포로 일그러진 얼굴이었는데 이렇게 방긋웃는 얼굴이 되었네요. 아저씨는 right thigh 전체의 매우 심한 abscess(두군데에서 약 3 -4 liter는 빼낸 듯)로 신음하던 중 I & D 후 엄청 좋아졌지요. 나더러 자신의 생명을 구해 줘 고맙다며 아이티에 계속 남아달라고 여러번 말했어요.

첫댓글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교수님 두손이 가지런해 보입니다~^-^
선생님 여행다니실때는 꼭 그 부채를 갖고 다니시나 봅니다^^
작년여름 일본 Gifu 여행 때 그 위력을 경험한 뒤 더운 나라갈 때는 꼭 지참.. 그런데 이 아가씨가 첫날 큰 수술 후 하도 힘들어 하길래 부채질 해줬더니 이 부채를 탐내서, 결국 마지막날 치료 후 선물로 주고 왔다네. 아름다운 한국의 문화를 알릴 겸...
건강히 잘 다녀오셔서 다행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사진 속 교수님의 복장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
교수님 가장 아끼시는 부채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 올 여름 일본학생들이 방문하면 교수님의 부채를 그리워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도미니카에서의 떡국... 그 어떤 설의 떡국보다 의미가 깊은 떡국이 의학도로서 너무 인상적입니다. ^^
일본에 갖고 간 것은 다른 부채였음(같은 작가로부터 받은 두 작품 중 하나). 떡국 먹은 곳은 Haiti였음. 도미니카는 Haiti에 출입하기 위해 경유해야 했던 이웃나라..
명절 인사 드리려고 전화 드렸다가 교수님께서 아이티에 계시다고 하셔서 깜짝 놀랐었습니다. 저도 정말 가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파병 인원에 일반의 TO가 없어서 결국 못 갔습니다. 미약한 도움이나마 보태고 싶었는데 매우 아쉬웠습니다. 뜻 깊고 보람찬 구호 활동을 하고 오신 교수님이 정말 부럽습니다. 다음에 찾아뵙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멋있으세요 교수님,+ㅅ+ 교수님 미소부터, 복장까지 제가 보았던 교수님 모습중에 제일 멋있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