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누군가 말했다.
복권을 매주 사서 지갑에 넣어 다니면 괜스레 뿌듯하다고.
왜냐고 물었더니 추첨일까지 어떤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란다.
로또 당첨자가 몇 회 동안 없어 당첨금이 수백 억 원이 된다고 한동안 나라가 떠들썩했던 적이 있다.
그래도 난 복권을 사지 않았다.
예전에 태종대에서 걷기대회가 있어 친구 가족이랑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때 참가자를 상대로 많은 경품을 추첨을 통해 나눠준 적이 있었다.
참가한 숫자만큼 많은 경품을 나눠줬지만, 우리 가족은 하나도 당첨된 사실이 없어 우린 흔히 말하는 추첨과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였기에 나라 전체가 떠들썩해도 복권을 사지 않았다.
간혹 친구와 술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친구가 복권을 사서 나눠주면서 당첨되면 반은 반드시 주라며 건네기를 하였지만 다섯 게임을 통틀어도 숫자 하나도 맞지 않은 결과물을 받아들곤 웃으며 참으로 신통하다고 한 적이 있다.
세상에 태어나서 복권을 내 돈으로 스스로 산적은 단 세 번뿐이다.
흔히 좋은 꿈을 꾸면 혹시나 하는 생각 땜에 샀지만 그 첫 번째도 꽝이 답이었다.
테니스를 치는 회원들도 가끔 복권을 사지만 나는 사실 내키지 않아서 선뜻 잘 사지 않은 이유는 늘 같다.
특별한 노력 없이 이익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지만 그 이면에는 추첨에 대한 확신이나 기대감이 없기 때문이다.
두 주 전 시골집이 불이 나서 왕창 불타버리는 꿈을 꾼 적이 있어 나도 심심한데 복권을 사봐야겠다고 샀더니 글쎄 5등에 당첨되었다.
앗 재수!
오천 원치를 사서 5등에 당첨되었으니 본전이지만 기분이 되게 좋다.
무 추첨 기록이 깨어지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징조처럼 느껴졌으니까.
뒷날 기분이 너무 좋아 복권방에 들러 바꿨더니 연속으로 5등에 당첨되었다.
그것을 다시 바꿔 지갑에 넣고 오면서 새로운 운명이 시작되었다며 히득거리는 자신을 보면서 길거리에서 웃음이 나서 민망했다.
행복이 뭘까?
거창하고 멋있고 황홀할 것 같은 행복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작은 복권추첨으로 당첨된 것이 웃음을 배어 나오게 하니 행복하더라는 얘기다.
그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나 또한 일주일 동안 기대감 속에 배슬배슬 터져 나오는 웃음을 짓고 살 수 있다면 연신 좋아하고 행복하다.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설령 그것이 이번 주 토요일에 멈춘다 해도 작은 푼돈으로 한 달 동안 히득거리며 즐거워했다는 사실이 행복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물론 사람마다 원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일등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소소한 행복에 젖어 괜스레 즐거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바라는 바가 뭐든 상관없이 일 주일 동안 지갑 속을 지키는 아직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복권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괜찮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나는 횡재에 대한 꿈을 꾸지 않는다.
흔히 말해 갑자기 돈이 생기면 그 돈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계산해본 사실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횡재를 할 만큼 내가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나이에 횡재가 생길 확률도 희박하겠지만 그것이 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냥 한 번도 추첨에 당첨되어본 기억이 없었는데 우연히 그 사실이 바뀌었다는 것이 재미나고 즐거우므로 행복하다는 얘기다.
물론 횡재를 한다면 무엇을 할지 고민해야 하겠지만 그냥 고민 따위는 내려두고 이대로 사는 것도 별 나쁘지 않다고 여기기에 마냥 즐거운 것이 아닐까 한다.
인간은 각자의 그릇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내가 횡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지 않는 이유는 크고 멋진 그릇을 타고났으면 벌써 멋졌지 뒤늦게 일어날 일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금액의 얼마가 횡재인지는 가름할 수 없다.
사람마다 크기가 다르니 단정할 수 없지만, 그것이 당첨이라는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만으로도 횡재했다고 생각하면 이미 나는 두 번씩이나 횡재를 맛보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또 횡재는 일어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규칙이다.
여태껏 발생하지 않았던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연이어 알려주고 있으니 나는 또 주말을 기다리는 즐거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누가 말하는 일확천금의 횡재가 아닐지라도 나에게 횡재수가 뻗쳐 기분을 좋게 만드는 하루하루가 늘어나고 있다는 확신 때문에 즐겁다.
횡재가 끝나면 과거라는 추억이 생겨날 거고 그 추억을 생각하면 또 입가에 웃음이 피어날 테니 얼마나 황홀한 꿈을 꾸고 있는지 모른다.
멈추면 또 일주일의 행복을 위해 투자할는지는 속단할 수 없다.
천성이 그렇게 많은 것을 원하는 것도, 공짜를 바라는 것도 좋아하지 않을 뿐 아니라 늘 망상 속에 사는 기분 또한 영원하길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멈추고 추억을 먹고 사는 늘 그렇게 살아왔듯이 또 그렇게 살지 않을까 싶다.
세상사는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괜스레 복권 당첨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이 이야깃거리의 소재가 되고 난 그 작은 행복을 담아내고 웃는다.
첫댓글 바로 다음주 복권 당첨은 멈추었다.
그후 복권
사는 일 또한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