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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유 - 학교 2015] 16
#1. 3반 교실. 낮
교실 문이 벌컥 열리고, 사복을 입은 은별 들어서면, 시선 집중 된다.
아이들의 눈 커지며 은비와 은별을 번갈아 본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이안과 태광,
송주, 시진, 깜짝 놀라 손으로 입 가리고 마주 본다.
소영, 속 시원하다는 듯 씨익 웃으며 은별을 보면,
은별, 죽일 듯이 소영을 노려본다.
팽팽하게 부딪히는 소영과 은별의 시선,
그 사이로 보이는, 충격으로 굳은 은비의 얼굴.
기태 : 어우씨... 야! 뭐냐? 무섭게.... 고은별 동생 죽었다고 하지 않았어?
하윤 : 헐... 근데, 누가... 고은별이야?
아이들, “완전 똑같다.” 어쩌고저쩌고 웅성웅성 거리면
초원 : 그럼, 강소영 말이 진짜였어?
소영 : (승리의 미소로 일어나 앞으로 나가며) 드디어 한 자리에 모였네?
(아이들 향해) 내가 말했지? 통영의 이은비 안 죽었다고!
은비, 떨리는 눈으로 은별을 본다.
은별, 은비에게 다가가 안심시키듯 보며.
은별 : 걱정 마. 하려던 얘기 계속 해! (아이들 향해) 미안, 내 얘긴 나중에 들어라.
(독하게 보며) 강소영! 넌 나 좀 보자?
소영 : (웃으며) 여기서 해! 왜? 또... 뭐 숨길 게 남았니?
은별 : (단호하게) 니 의사 같은 거 물어 볼 생각 없어! 따라 와!
소영 : 내가 왜 그래야.. (되지?)
은별 : (말 자르며, 버럭) 따라오라구!!
은별, 소영을 노려보는데, 눈빛 분노로 떨린다.
#2. 복도 끝. 낮
은별, 소영을 구석에 몰아놓고 위협하듯 서 있고.
소영, 애써 태연한 척 보고 있다.
은별 : 강소영! 내 놔!
소영 : 뭘?
은별 : 날 은비가 있는 교실까지 불러왔으면, 니가 원했던 건 다 이룬 거 같으니까. 내놓으라고!
소영 : 아... 그 동영상?
은별 : (분노로 이가 갈리고)
소영 : 똑똑한 고은별이 왜 이럴까? 야! 그거 퍼지면 순식간에 게임 끝나는 건데,
니 손에, 복사본 하나 없는 원본파일 곱게 넘겨주겠냐?
은별 : (떨리지만 단호하게) 어떤 거야? 대체 내 동생한테 무슨 짓까지 한 거야 너!!
소영 : (미소로) 걱정 마. 그깟 거 공개 된다고 죽냐?
단지, 똑같이 생긴 니들 얼굴,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고, 동영상 떠올리면서 이러쿵저러쿵 하겠지.
은별 : 그거... 니가 찍은 거야?
소영 : 아마도?
은별 : 똑바로 대답해. 니가.... 한 거야?
소영 : (미소로) 그래! 맞아!
은별, 잡아먹을 듯이 소영을 째려보는데,
복도를 지나던 여학생, 두 사람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본다.
#3. 3반 교실. 낮
은별이 소영을 끌고 나간 교실.
순식간에 정적이 흐르며, 아이들의 시선 일제히 은비를 향한다.
이안과 태광, 동시에 자리를 박차는데,
은비, 둘 보며 오지 말라고 고개 젓는다.
둘 멈춰 서고, 은비 반 아이들을 보며 천천히 입을 떼는.
은비 : (떨리지만 담담하게) 그 동안 거짓말해서 정말 미안해.. 나는... 나는 이은비고,
아이들, 웅성거리기 시작하고,
그때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오는 송주와 시진.
시진 : 야,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야? 니가... 고은별이 아니라고?
은비 : ........ (힘겹다. 끄덕이는)
송주 : 그럼 넌 이은빈데, 기억 잃은 고은별 인척 했단 말이야?
시진 : 그럼 기억 돌아왔다던 은별인 고은별이고? 이게 뭐니 대체??
송주 : 은별아! 아... 아니.... (혼란스러운) 너희.... 둘이 번갈아가면서 학교 와서 한 사람인 척 한 거야? 진짜?
태광, 걸어나와 은비를 향해 가려는데,
은비, 가만있으라는 눈빛으로 조용히 말린다.
멀리서 은비 안타깝게 바라보고 서 있는 이안.
송주 : (돌아보며) 한이안! 너도.... 알고 있었냐?
이안 : (끄덕이며) ....어!
송주 : 허... (기막혀 싸늘한 얼굴로 본다.) 야! 니들 어떻게 이래?
은비 :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속이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
은비, 용기 내어 아이들 본다.
은비 : 통영에서 깨어났을 때, 기억을 잃어서..... 뭐가 뭔지도 모르고, 내가 고은별이라 믿고, 서울에 왔던 거야.
그리고 기억이 돌아 왔을 땐... 이미 되돌리기 힘들만큼 많은 일들이 일어나 버려서 솔직하게 말 할 수가 없었어.
해나 : (툴툴) 그래도 그렇지... 언제까지 속일 생각이었냐?
윤재 : (장난스럽게) 이거 몰카 아니지? 뭔가 재밌으면서도.. 기분이 참.... 그렇지 않냐? 응?
송주 : (돌아보며) 조용히 하고 얘기.. 마저 듣자...
아이들, 조용해진 채 은비를 본다.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용기 내라는 듯 미소 지어 보이는 이안.
태광, 이안의 시선 확인하고 은비를 본다.
은비 : 이유가 뭐든.. 너희를 속인 건 사실이니까... 화나는 거 당연해... 정말 미안하다.
아이들, “대박..!”,“안 죽은 거 맞네..” 등등 소란스러워지고
말을 마친 은비, 미안함으로 우두커니 서 있는 얼굴에서.
#타이틀 <후. 아. 유>
#4. 화장실. 낮 (#2 에 이어.)
화장실로 소영을 끌고 들어오는 은별.
소영 : 야! 이거 안 놔?
은별 : 강소영! 잘 들어!
은별, 핸드폰에서 음성녹음파일 재생한다.
소영(E) : (미소로) 걱정 마. 그깟 거 공개 된다고 죽냐? 단지, 똑같이 생긴 니들 얼굴,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고,
동영상 떠올리면서 이러쿵저러쿵 하겠지.
은별(E) : 그거... 니가 찍은 거야?
소영(E) : 아마도?
은별(E) : 똑바로 대답해. 니가.... 한 거야?
소영(E) : (미소로) 그래! 맞아!
소영 : 뭐 하자는 거야?
은별 : 그 동영상, 누구한테 보여주거나, 인터넷에 1초만 떠있어도, 아니! 한 번 더, 니 입에서 동영상에 동짜만 꺼내도...
너! 각오해야 될 거야.
소영 : 이씨! (핸드폰 잡으려 하면)
은별 : (치우며) 이거 없앤다고 뭐가 달라질 거 같냐? 충고하는데...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 가리키며) 내 머리가 기억하는 한, 니가 살길은...
(가까이 가 소영 뚫어져라 보며) 가능한 내 눈 앞에 안 나타나는 거, 가능한 아무 짓도 하지 않는 거! 그거뿐이야!!
은별, 소영의 어깨 팍 들이받고 나가버린다.
#5. 스탠드 일각. 낮
은비, 심란한 얼굴로 운동장 보고 앉아있다.
이안, 다가가 옆자리에 툭 앉으면,
은비 : (보는) 잘못한 일이 있으면 사과하는 게 당연한 건데.... 그 사과가 말이야... 참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안 : 사과 안하려고 피하는 게.. 무책임한 거 아니고?
은비 : 다른 사람한테 상처 주고 나서, 미안하다고 말해버리는 거... 그 사람 상처는 나았는지 더 깊어졌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내 마음 편해지려고 던지는 변명 같아서...
이안 : (잠시 생각하다가) 나도... 너한테 그런가보다.
은비 : ?? (보면)
이안 : 그래서... 미안하단 말하기가 싫은가보다... (보면)
은비 : 괜찮아. (위로하듯) 말하고 싶지 않은 건 안할 수 있는데, 그치? 듣고 싶지 않은 얘기도, 안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안, 말없이 은비를 보다가 목에 걸고 있던 헤드셋 빼서 은비에게 씌워 준다.
이안, 따뜻하게 웃어주면, 은비 쓸쓸하게 웃는다.
멀리서 두 사람의 모습 지켜보다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리는 태광.
#6. 은별모의 방. 밤
의자에 앉아 있다가 분노로 몸을 벌떡 일으키는 은별모.
마주 앉아 있던 은별, 은별모의 떨리는 손을 잡아 준다.
은별모 : 용서 못해!! 어떻게 그런 짓까지!! 몹쓸 애란 거 알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문으로 가며) 은비는 괜찮아?
은별 : 응, 자고 있어.
은별모 : 내일 엄마가 학교 가야겠다!
은별 : (끄덕이고)
은별모 : (얼굴 쓸어주며) 너도 많이 놀랐지?
은별 : (엄마 얼굴을 올려다보다가) 엄마.
은별모 : 응?
은별 : 엄마.
은별모 : 왜에?
은별 : 그냥 불러보고 싶어서.
은별모 : (따뜻하게 웃으며) 싱겁기는..
은별 : (품에 안기며) 엄마, 은비 위해서 화내줘서 고마워. 엄마가 날 위해서 걱정하고, 위로하고, 화내주는 걸,
나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았나봐.
#7. 등굣길. 아침
걷고 있는 송주, 시진, 둘 다 시무룩해서 오는데
뒤에서 은별, 송주와 시진을 툭 치며 다가온다.
은별 : (미안한 마음 담아) 야!
송주, 시진 돌아보며 흠칫하는,
송주 : (보다가 미워서) 누구냐, 너?
은별 : (진심으로) 미안해 진짜.
송주 : 고은별 맞아? 지금 너는?
은별 : (끄덕이고)
시진 : 야, 은별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한테 진짜 니가 이럼 안 되는 거 아니야?
은별 : ...안 되는 거 맞아.. 정말 너무 미안해.
송주 : 뭐 땜에 그랬는지, 어디 있었는지, 차차 물을 거고.. 지금 물어볼 거는.. 그래서 지금은 다 괜찮아 진거야?
은별 : (끄덕이는) 응..!
송주 : (씩 웃어주며) 됐어, 그럼.
은별 : (두 사람 보며) 고맙다.
시진 : 그니까.. 뭐냐.. 그 순둥한 고은별은 니 동생 이은비구, 싸가지 고은별은 진짜 고은별 넌데.. (헷갈리고)
송주 : 야! 됐어 그만해 머리 아파! 그 동안 니 동생 이은비, 고생 많았겠다, 강소영 땜에?
은별 : (굳어지며) 응..
시진 : 걘 이제 진짜 무서워.
은별 : 벌... 받게 해야지. 그래야 하는 거니까.
송주, 툭툭 위로하듯 은별의 어깨를 감싸준다.
시진도 다가와 은별의 어깨를 감싸면 은별, 씩 웃는다.
어깨동무를 한 세 사람, 함께 학교로 향하는 뒷모습.
송주(E) : 야 그리구! 이은비 나한테 전화 하라 그래. 걔도 혼나야 돼!
시진(E) : 우리, 넷이 한 번 보까? 재밌겠지?!
#8. 3반 교실. 아침
소영, 교실로 들어선다.
기태 : 해나야.. 이유야 어쨌든 팩트는 그게 아니잖냐...
해나 : 누가 인정 안한대? 반장 노트북 사건 때도 그렇고, 가짜 고은별 사태도 그렇고, 강소영이 한 말이 다 맞아. 근데?
(하다가 문득)
해나, 교실 문 앞에 서있는 소영을 발견하고 말 멈춘다.
소영 : (의기양양 다가가며) 계속 해봐. 일단! 내가 한 말이 다 사실이었다는 거, 인정한단 뜻이지?
해나, 못 마땅한 눈으로 소영을 보는데,
그 때, 교실로 들어서던 송주를 발견하는 소영.
소영 :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져서 다행이고? 그치 차송주?
송주 : 어!
소영 : (피식 웃으면)
송주 : 근데 강소영! 난, 왜... 니 말이 진실이란 거 알고 나서, 더더욱 너란 앨 이해할 수가 없을까?
소영 : 뭐?
송주 : (진심으로 걱정 되서 보며) 너... 정말 몰라? 애들이 거짓말 한 고은별보다 여전히 너한테 냉정한 이유를?
넌! 니가 제일 강하고, 잘났다는 거 확인 시켜줄 사람.... 그게 필요해서 친구 사귀냐?
진심으로 너 위해서 말인데, 그렇게 살지 마라.
송주, 딱하다는 표정으로 자리로 가면,
소영, 열 받지만, 송주의 맘이 느껴져 뭔지 모를 울컥함 느껴진다.
#9. 교무실. 오전
교감과 학주, 은별모, 소영모 앉아 있다.
은별모와 소영모 서로를 노려보며 날이 선 분위기.
교감과 학주 곤란하고 침통한 표정이다.
은별모 : 어떻게 열여덟 살 학생이 같은 반 친구한테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를 수가 있죠?
과거에 그런 짓을 해놓고 반성은커녕 협박을 하다니요!
소영모 : (화나서) 협박이라니, 이보세요! 말씀 드렸듯이, 그 동영상인지 뭔지 우리 애 핸드폰, 컴퓨터 그 어디에도 없다구요!
아니 친구 사이에 장난 좀 친 거 가지고, 이러시면..
은별모 : (분노로 노려보며 뭔가 말 하려는데)
학주 : 어머니! 그래도 이런 일에 장난이라는 표현은 쓰지 말아 주십시오. 가지고 있든 아니든
그런 걸 빌미로 친구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잘못 된 일입니다.
소영모 : (입술 앙 다물고 학주 노려보는)
은별모 : (소영모 보며) 강소영이란 학생, 행동이며 분위기가 아이답지 않고 서늘하더니, 오늘 어머니를 보니 그 이유를 알겠네요!
소영모 : (화나서) 아니 뭐라구요?!
은별모 : 그 학생도 참 딱하다는 말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 어긋나는 아이는 없는 법이거든요.
두 사람, 팽팽하게 서로를 노려본다.
교감 진화에 나선다.
교감 : 자자, 다들 잠시만 진정들 하시고, 여러 가지 정황을 확인해 본 결과 일단 강소영 학생의 징계는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소영모 : (분노로) 네?!!
교감 : 있지도 않은 동영상을 가지고 친구를 협박한 사실이 녹음파일로 확실히 남아 있기도 하고요.
그 외에도 여러 번 해당 학생을 괴롭혔다는 주변 학생들 증언들이 많습니다. 징계위원회를 열겠습니다.
소영모 : (은별모를 노려보며) 아니 근데, 왜 우리 애만 징계를 받아야 하죠?
일동, 소영모를 보면,
소영모 : 학생이 쌍둥이 동생을 이용해서 학교를 대신 보내고, 번갈아 왔다 갔다 하며 선생님들과 친구들을 기만한 건
교칙에 어긋나지 않나 부죠?
은별모, 교감, 학주 놀라 서로를 보고,
소영모 : 그 학생도 처벌 해주세요!
#10. 복도. 낮
벽에 징계위원회 공고 붙어있고, 그 앞에 모여 수군대며 구경하는 아이들.
내용 <2-3반 강 OO / 2-3반 고 OO>
#11. 교실. 낮 종례시간.
문 열리고 학주, 새 담임 김슬영과 함께 들어온다.
조용해지는 교실.
아이들 집중하고, 새 담임 무표정하게 서 있다.
학주 : 3반, 새 담임선생님 오셨다. 수학과목 맡고 계신 김슬영 선생님이시다.
김슬영 : (날카로운 눈으로 반 아이들을 둘러본다.)
학주 : 학기 중간에 담임선생님이 바뀌어서 혼란스럽겠지만, 말씀 잘 듣고, 3반! 잘 할 수 있지?
아이들 : 네!!
학주 : 선생님 소개 하시죠?
김슬영 : 반갑다. 내가 담임이 된 이상 우리 반 성적관리 하나는 확실하게 책임지겠다.
하윤, 초원 : (좋아하며 마주본다.)
김슬영 : 이 반에 대해 대충 들었다. 난 착한학생 필요 없고, 사고치는 것도 상관없지만, 공부하는 다른 학생에게 피해주는 건
용납 못한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자기 할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알겠나?
아이들 : !!!! (충격으로 본다.)
학주 : (살짝 당황해서) 흠... 그럼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김슬영 : (목례 하며) 수고 많으셨습니다.
학주 나가면, 아이들 웅성웅성 떠들다가 김슬영, 교탁을 팍팍 치면 긴장한 눈으로 집중하는데서.
#12. 학원 안. 저녁
문 열리고 들어오는 김준석.
10명 남짓한 아이들,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김준석도 인사하면서 책을 펴다가, 어딘가를 보며 눈 똥그래진다.
보면 맨 뒷자리에 철푸덕 엎어져 자고 있는 소년, 태광이다.
어이없는 상황인데 어쩐지 그립고 뭉클한 기분이 드는 김준석.
#13. 학원 휴게실. 저녁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 김준석과 태광.
김준석 : (살짝 감동 받아서) 얌마, 말도 없이 웬일이냐? 내 수업 그리웠냐?
태광 : (하품 하고) 네.. 엄청 그리웠죠. 몰랐는데,
김준석 : (기대로 보면)
태광 : 쌤, 목소리가 엥간한 수면제보다 나아요. 방금도, 완전 오랜만에 꿀잠 잤어요. (엄지 척 올려 보이고)
김준석 :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일어나며) 집에나 가라!
태광 : (씩 웃으며 그대로 앉아 있으면)
김준석 : 안가냐?
태광 : 저 지금 누구 기다리는 중이니까, 수업가세요!
준석, 밉지 않게 흘기고 나가면, 태광 살짝 가라앉는 표정에서.
#13-1. 라커룸. 밤 (이전 #19)
이안, 트레이닝 재킷 걸치고 가방 꺼내려다가 라커 등지고 바닥에 앉는다.
이은비 선택하고, 핸드폰 메시지 창에 문자 찍는다.
이안(E) : 아버지 선물 사야 되는데 좀 골라줄래?
이안, 고개 젓고 메시지 싹 지운다.
이안(E) : 훈련 끝나니까 배고프다....
이것도 아니다. 다시 싹 지우고, 구차한 생각 들어 짜증나는.
이안(E) : (터프하게) 야! 당장 나와!
이안, 찍어 놓고, 피식.. 자기가 생각해도 웃긴 듯, 곧 지우려는데
민규, 불쑥 다가와 고개 내밀며.
민규 : 뭐가 그렇게 좋아?
이안, 당황해서 핸드폰 치운다는 게, 전송 버튼 눌러 버렸다.
이안 : (당황해서 핸드폰 든 채로) 야! 야야야!! 이거 아닌데!!!
민규 : 뭐가 아닌데?
이안 : (절망으로 눈 질끈 감으며) 아... 진짜... 이거 아니라고...
그 때, 띠링 울리는 문자메시지 수신음, 확인하면
은비(E) : 나 학원이야.
이안, 갑자기 표정 확 밝아지며, 가방 들고 뛰쳐나간다.
#14. 학원 복도. 밤
한 강의실 문 열리고 아이들 나온다.
그 틈에 보이는 은비 휴게실 앞을 지나는데, 불쑥 나오는 태광.
태광 : 야!
은비 : 공태광, 너 여기 웬일이야?
태광 : 학원에 수업 들으러 왔지, 뭐, 너 보러 왔겠냐?
은비 : 치, 학교에서도 잠만 자면서 수업은..
태광 : (웃는 은비 짠하게 보며) 괜찮냐?
은비 : 응! 이제 아무한테도 거짓말 안 해도 되니까, 좋아.
걸어가는 두 사람에서.
#15. 학원 앞. 밤
학원 수업 마치고 건물을 빠져나오는 아이들.
이안, 설레는 표정으로 놓칠 새라 두리번두리번 은비를 찾고 있는데,
태광과 함께 나오는 은비 발견하고 표정 굳는다.
이안 : (맘에 안 드는) 어떻게 같이 있냐?
태광 : 나두 이 학원 다니거든.
이안 : (알만 하다.) 공태광! 니가 이 학원 수업 듣는다고?
태광 : 왜? 대한민국 고등학생이 학원 다니는 게 이상하냐? 안 다니는 게 이상하지! 너처럼?
이안 : (어이없어서 보면)
태광 : (맞서서 보며) 근데, 너는 여기 왜있냐?
이안 : (망설임 없이) 얘, 집에 데려다 주려고.
은비 : ?? (놀라서 보는)
이안 : 같은 방향이잖아....
태광 : (은비 잡으며) 됐거든?
이안, 태광, 팽팽하게 맞서 있는 사이에서
두 사람의 얼굴 심각하게 보고 있던 은비 양쪽 모두의 손 놓으며.
은비 : (단호하게) 나 혼자 갈게. 아니! 혼자 가고 싶어.
은비, 돌아서 먼저 가버리고,
태광 은비를 향해 가려는데 이안, 태광의 앞을 가로막고 선다.
태광, 그런 이안을 지지 않고 열 받아 바라보는 얼굴에서.
#16. 소영의 방. 밤
문에 멍하니 기대 선 소영.
방 밖 거실에서 들리는 소영모, 소영부의 목소리. 두 사람 잔뜩 격앙되어 큰소리로 싸우는 중이다.
소영부(E) : 애가 저 지경이 되도록 뭘 한 거야? 집에서!
소영모(E) : 그 소리 왜 안하나 했어! 그냥 다 내 잘못이지? 허구한 날 애 붙잡고 이런 저런 소린 자기가 다 하구선
잘못되면 다 내 탓이에요?
소영부(E) : 그럼 이렇게 된 게 내 탓이야?
소영모(E) : 없다잖아, 동영상! 그냥 홧김에 한 소리 갖구 정말! 아유, 됐어! 징계위원회고 뭐고 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냥 신경 꺼요!
소영부(E) : 제대로 처리해! 또 어쭙잖은 일에 개입하게 만들면 나도 더는 안 참아, 알겠어?!
말 마친 소영부, 안방으로 들어간 듯, 쾅 문 닫히는 소리 들리면
소영, 눈 질끈 감았다 뜨고 발걸음 떼는데, 휘청하는.
다잡고, 문 열고 나가는 소영.
# 욕실 문 쿵, 닫히고 안에서 들리는 소영의 구역질 소리.
#17. 세강고 전경. 아침
#18. 교실. 아침
김슬영, 문 열고 들어온다. (은별이 없어도 됨)
김슬영, 엎드린 기태에게로 가 사정없이 귀를 잡아 일으킨다.
기태, “아아아!!” 아파하는데, 거칠게 명찰 확인하는 김슬영.
김슬영 : 권기태? 벌점 1점.
기태 : 예?
김슬영 : (돌아서 가려하면)
기태 : (잡으며, 욱하며) 아니! 저.. 쌤!!! 왜요!! 에?..
김슬영 : (돌아보며, 담담하게) 토 달지 마라! 벌점 3점.
기태, 스르륵 손 놓고, 아이들, 침만 꿀꺽 삼킨다.
김슬영, 소영의 옆을 지나치다가 멈추고, 명찰 스윽 본다.
소영 : ?? (잘 못 한 거 없는데, 하고 보면)
김슬영 : 넌 공부도 잘하는 애가 왜 그렇게 사고를 쳤어?
소영 : (놀라서, 시선 피한다.)
김슬영 : (혼잣말로) 오자마자 전학을 2명이나... 것두 하필이면 위에서 두 명... 반 평균 확 깎이게 생겼네.
김슬영, 아이들 둘러보면 질려서 고개 숙이는 아이들.
담임 : (교탁 앞에 선다.) 자, 종례 시작하겠다.
#21. 소영의 집. 밤 (이전 #17)
문제집을 펼쳐놓고 책상 앞에 앉은 소영. 연필을 쥐고는 있으나 집중 못하고 멍한 표정이다.
그때 방문 벌컥 열리며, 화난 얼굴의 소영부 들어온다.
소영 화들짝 놀라 일어선다.
소영부 : 조용히 있던가, 아님 뒷말 안 나오게 확실히 밟으라고 몇 번을 말했어!!
그거 하나 처릴 못해서 기어이 공천을 탈락하게 만들어!!
소영 : (뒷걸음질 치며, 겁에 질린) 아빠...
소영모, 뛰어 들어와 소영부를 말린다.
소영모 : (말리며) 그만 좀 해요!
소영부 : 뭘 그만해! 이게 몇 번째야? 통영 버리고 여기 와서 다시 자리 잡느라고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덜 떨어진 자식 놈 하나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냐고!!
소영모 : 여보!!
소영부 : 온 지역구에 소문이란 소문은 다 나서, 공천은 고사하고 내가 얼굴을 들고 다닐 수 가 없어!
소영모 : (소영부 잡고 끌며) 그만해요! 애 놀래잖아!
소영부 : (소영 가리키며) 너!! 정신 똑바로 차려, 임마! 또 이런 멍청한 짓 벌이면, 자식이고 뭐고 없어!!
소영모, 억지로 소영부를 끌고 나가 조용해지면,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소영. 분노와 두려움, 서러움이 몰려와 큰소리로 울음을 토하는 소영에서.
#22. 은별의 집 거실. 밤
은별모와 은비 함께 앉아 있다.
은별모 : 너 무슨 고민 있니?
은비 : ......
은별모 : ......뭔데?
은비 : 엄마....나...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내 걱정해주고, 무조건 달려와 나 도와주는 친구가 있는데....
그래서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나도 그 친구한테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해주고 싶은데 말이야.....
그게 맞는 건지, 그래도 되는 건지 정말 헷갈려.
은별모 : (귀엽게 미소로 보는)
은비 : 그렇게 나만 생각하는 친구 놔두고 다른 사람, 보고 싶어 하면 나 정말 나쁜 거지?
은별모 : 음......뭔지 알겠다. 은비야! 고맙고 미안한 마음도 중요하지. 근데, 엄마 생각엔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그냥 이유 없이 보고 싶고, 자꾸 생각나고, 만나고 싶은 거야.
은비 : 그런 거야?
은별모 : 엄마두 연애 많이 해봐서 아는데....
은비 : (피식 웃으면)
은별모 :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니 마음가는대로 하고, 고맙고 미안한 친구한테는 자꾸 오해하게 만들면 안 돼.
니가 니 마음 확실하게 전하는 게, 모두를 위해서 좋아.
은비 : 근데, 엄마......나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프지?
은별모 : (예쁘게 쓰다듬으며) 원래 그런 거야. 너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야! 그게.
은별모, 은비 함께 앉아 있다.
그 때, 은별이 윗 층에서 내려온다.
은별모 : 은별아! 엄마 할 얘기 있어. 너두 이리 와!
<시간 경과>
은별모 : 그래서 엄마 생각엔 가게 정리하면서, 이사도 하고, 니들 둘 다 전학도 가고 그렇게 새로 시작하면 어떨까 싶은데..
은별 : (미소로) 응, 좋아 난.
은비 : (놀라서 보다가) ....응 나두.
은별모 : 그래,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엄마가 정리할게.
은별 : 근데... 나, 엄마랑 은비한테 할 얘기 있어.
은비 : (은별의 표정 보며) 언니! 뭔데?
은별 : 전부터 생각해 왔던 건데, 그 땐 엄마 옆에 나 말고 아무도 없었으니까, 말도 안 된다고.. 마음 접었었거든...
하지만 지금은 은비도 있고....
은별모 : 얘가 왜 이렇게 뜸을 들여?
은별 : 나... 공부 하고 싶은 게 있어.
은비와 은별모, 궁금한 눈으로 은별을 보고 있다.
#27. 급식실. 낮
은별, 송주, 시진 앉아서 밥 먹고 있다.
식판을 든 태광 힐끗 보고 그냥 지나치려 하는데 은별, 그런 태광을 툭 막는.
은별 : 야, 공태광! 같이 먹자?
태광 : 됐거든?
은별 : 앉어라!
태광 : (보다가, 그냥 털썩 앉는데 시진이 옆이다.)
시진 : (괜히 의식하며) 치....
은별 : (모두를 보며) 야, 나 전학 간다.
송주 : (알고 있었지만 놀라서) 그렇게 된 거야, 결국?
시진 : (시무룩해지고)
태광 : (아랑곳없이 밥 먹고)
은별 : (괜히 밝게) 잘 됐지, 뭐.. 전학 가서 은비랑 같이 학교 다니려고.
태광 : (은비 이름에 움찔하고 숟가락 내려놓는)
은별 : ...그리고 곧 유학도 가게 될지 몰라.
송주, 시진 : (놀라서) 유학 까지?
은별 : 그래! 그니까 다들 나, 가기 전까지 잘 하라고!
송주 : 은비랑도 인사하고 싶은데...
시진 : 가기 전에 은비랑 꼭 인사하게 해줘!
은별 : (끄덕이고)
태광 : (표정 굳어서, 식판 들고 일어나 간다)
은별이 그런 태광을 본다.
#27-1. 카페. 밤 (이전 #23.)
교복 차림의 태광, 은비와 마주앉아 있다.
태광 : (무거운 마음 떨치려, 밝게) 우리 주말에 영화 볼래?
은비 : (마음 불편한)...
태광 : (은비의 표정 읽고) 야! 너 이사 때문에 그래? 암만 멀어도 사람 사는 델 거 아냐.
차 다니고, 전기도 들어오고, 몇 번을 말 하냐?
은비 : (보는데 마음 복잡하고) 공태광!
태광 : 나 그런 거 상관 안한다고. (씁쓸하게 웃다가 툭) 근데 너는? 넌.... 나랑 멀리 떨어지는 게, 전혀 아무렇지도 않냐?
은비 : (대답 못하고 보다가, 결심하고) 태광아,
태광 : (보는)
은비 : (담담하게) 나는 너를 보면 항상 고맙고 미안한 생각이 들어. 나도 너한테 받은 만큼 너한테 잘해주고 싶었는데,
태광 : (막고 싶어서) 야, 알았어. 내 질문에 답 안 해도 돼. 나는 그냥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은비 : 너 그 말 거짓말이잖아.
태광 : (이 악물고 보면)
은비 : (마음 아프지만 단호하게) 그래서 이 얘기 하는 거야. 나는, 니가... 날 보는 마음처럼은, 널 볼 수가 없어.
태광 : (보면)
은비 : .....미안해.
태광, 미안해하는 은비 모습이 보기 싫다. 애써 감정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태광 : 야! 다 아는 얘기 아니었냐? 알았으니까 그만 일어나. 가자.
태광, 먼저 나가면, 은비 그 모습 보는 데서.
#27-2. 소영의 방. 밤 (이전 #26 -> #34) ((E) 부분 편집에서 넣어주세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소영, 벽에 새로 전학 갈 학교의 교복이 걸려 있다. 그 위로,
의사(E) : 신경성 식욕부진증, 쉽게 얘기하면 거식증입니다.
컴퓨터로 뭔가를 보는 소영. 마우스 스크롤을 신경질적으로 굴리는.
컴퓨터 화면 보면, 정도 이미 소영에 대한 소문들이 올라오고 있다.
-세강고 최강 왕따 강소영 OO고 등판!!
-통영 누리여고에서 사람도 죽일 뻔 했다함.
-일찐 강소영 신상 털었음! 사진 포함! 등등 빠르게 올라오는.
의사(E) : 환자분의 심리 상태가 많이 불안해 보입니다. 약물치료와 함께 심리치료도 병행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절망적인 표정으로 마우스 던져버리고 엎드리는 소영.
#29. 상담실. 오후
축 늘어진 얼굴로 안주리와 마주 앉아 있는 시진.
안주리 : (곤란해서) 담임쌤두 계신데, 나한테 이러면..
시진 : (울상으로 보면)
안주리 : (당황해서, 자기최면 걸듯이) 곤란하지 않아. 그래, 전혀 곤란하지 않지. (어색하게 웃으며) 그래, 고민이 뭐야?
시진 : (측은하게 안주리 보며) 쌤.. 저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어요.
안주리 : (귀엽게 시진을 보며) 이시진! 니 나이 때 10년 뒤에 니가 뭘 할지 모르는 건 너무 당연한 거지.
시진 : (보면)
안주리 : (옆 서류더미에서 직업교육 브로셔 꺼내 건네며) 이거 한 번 볼래? 3학년 때부터 전문적인 직업교육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야. 뭐든 지금부터 찾으면 되지 울긴 왜 울어!
시진 : (브로셔 받는 데서)
#30. 시진의 방. 밤
시진의 방 가운데 펼쳐진 상.
하와이안 레인보우 보틀 3개와 각종 간식거리 놓여 있고,
은비, 송주, 시진 파자마 차림으로 모여 앉아 놀고 있다.
송주 : 야, 공별이 우리 자기 친구 말고 이은비 친구로 만나라고 자리 만들어 준 거 알지?
은비 : (미소로 끄덕이며) 우리 이사 가도 가끔 모여서 놀자, 응?
시진 : 싫은데?
은비 : (보면)
시진 : 자주 만나서 놀건데? 그치, 송주야?
송주 : 그래! 니들 자매 지겹도록 찾아갈거다, 뭐!
은비, 송주, 시진 즐겁게 웃고 있으면,
시우, 벌컥 문 열고 들어온다.
송주 : (귀엽다는 듯 머리 쓰다듬으며) 어머, 귀여워. 너 몇 학년이니?
시우 : (시크하게 피하며) 누나, 그 때 공군사관학교 체험학습 자료 어딨어?
송주, 황당해서 픽 웃고, 시진 책꽂이에서 자료 찾아 건네면, 시우 나간다.
시진 : 쟤네 학교에서 자유학기제 라는 걸 하는데, 체험 학습 갔다 와선 완전 비행기에 꽂혀 가지구 저런다.
(큰 한숨 쉬며) 저 꼬맹이도 꿈이 있는데... (축 늘어진다.)
#33. 수영장. 밤
수영장에 발 담그고 앉아 있는 이안과 은별.
이안 : 그래서 출국 날짜는 잡혔어?
은별 : 일단 이사하고, 방학 하자마자 출발할 거야. (가만히 보다가) 한이안! 해외에서 니 친구라고 자랑할 수 있게, 잘 해라!
이안 : 고은별! 난 이미 여덟 살 때부터, 니 친구라고 자랑하고 다녔거든?
은별 : 한이안! 나 수인이 일 겪으면서, 나에 대해 또 친구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중요한 건 다른 사람 시선이 아니라
내 마음이란 걸 왜 몰랐을까? 그래서 나 내 꿈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이안 : (진심으로) 멋지다! 고은별!
은별 : 내가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나보다 공부 못한다고 맨날 놀렸지만, 수영할 때만큼은 니가 최고야.
이안 : (미소로 보는)
은별 : 뭐!!
이안 : (아쉽지만) 잘 지내라! 내가 늘 너 응원하는 거 알지? 절대 아프지 말고....
은별 : 너두! (미소로 보다가) 치..... 2년 후에 만나도 넌 어제 만난 친구 같을 테니까. 이별인사 같은 건 이 정도만 하자?
이안 : 그래, 유학 가도,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알려 줄 거지?
은별 : 너 하는 거 봐서!! .....(이안 보며) 은비는.. 만나봤어?
이안 : 아직..
은별 :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어! 답답해. 니들 둘 다 진짜 내 스타일 아니다.
이안, “으이구....” 하며 물 튀기면, “죽을래?” 하며 달려드는 은별.
때리고 물장난하며 즐겁게 웃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33-1. 공원 일각. 오후 (이전 #28)
소영, 침울하게 앉아 있고, 은비, 다가가 옆자리에 앉는다.
소영 : (퉁명스럽게) 야! 이은비...
은비 : (차갑게) 무슨 일이야?
소영 : 내가 여기 왜 왔는지 아냐?
은비 : 글쎄....?
소영 : 갈 데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어서......우습겠지만......
은비 : (기막혀 보면)
소영 : (약해지지 않으려 애쓰며) 너 바보잖아.. 불쌍한 사람 보면, 앞 뒤 안 가리고 덤비는... 날 보면 불쌍하다며?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다며?
은비 : (기분 상하고) 야...강소영!
소영 : (툭) 동영상 같은 거 없어.
은비 : (주먹 꽉 쥐고 노려본다.)
소영 : 못 믿어도 할 수 없지만 진짜야.... 니 잘난 언니가 내 핸드폰 박살내서 없애버렸어.
근데, 그래서 고은별한테 고마울 지경이다. 나... 언젠가부터 멈추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거든.
그게 아직 내 핸드폰에 남아있었으면.... 내가 또 무슨 짓을 했을지....무섭다.
은비 : (다른 소영이의 모습 느껴져 보는)
소영 : (독하게) 나 너한테 미안하단 말 같은 거 절대 안 할 거야. 한다고... 용서해 줄 것도 아니잖아?
니가 용서한다고 이제 와서 나아질 것도 없고, 안 그래?
은비 : 강소영......너 지금 후회하고 있는 거 다 알아.
소영 : (눈 붉어져 노려보는)
은비 : 그래도 다행이다.
소영 : (눈물 날 것 같지만 꾹 참는)
은비 : 내가 너한테 줄 수 있는 위로는 딱 하나야. 내가... 살아있다는 거.....
문득 잘못한 일을 깨달았을 때, 사과 받아줄 사람은 이미 이 세상에 없다는 거... 너무 끔찍한 일 아니니?
소영 : (눈물 한 방울 툭 떨어지면, 얼른 슥 닦아내고 아무렇지 않은 척)
은비 : 나 솔직히 지금은 너한테 아무 얘기도 듣고 싶지 않아. 그치만...... 나 잘살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니 얘기 들어보고 싶은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
소영 : (눈물 흠치고)
은비 : 니가 진짜 나한테 진심으로 뭔가를 말하고 싶어질 때, 내가 잘 살고 있다는 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길 바란다.
은비, 일어나려는데, 절박함으로 은비의 손을 잡는 소영.
은비, 잠시 그대로 있으면, 소영 염치없어 힘없이 손 놓아 버린다.
은비, 무거운 마음으로 천천히 걸음 떼면
은비의 뒷모습 바라보며, 눈물 흘리는 소영의 모습에서.
#35. 학원 안. 밤
수업이 막 끝난 교실.
김준석 나가려다 보면 태광, 몸을 똑바로 세우고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김준석, 다가와 앞자리에 앉는.
김준석 : 야, 공태광, 너 어디 아프냐?
태광 : 예?
김준석 : 너 왜 수업시간에 안자고 깨어 있... (하다가) 이게 아닌데?
태광 : (피식 웃고)
김준석 : 뭔 일이냐, 또?
태광 : (눈 깊어지며) 쌤.. 쌤은 세상에서 뭐가 젤 좋아요?
김준석 : 그건 왜?
태광 : 그냥 좋아하는 거 아니고,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걸, 안 보고 살 수 있나 해서요.
김준석 : (한숨 푹 쉬고, 회한으로) 살아는지더라. 근데... (하다가 툭) 왜, 니가 좋아하는 거 왜 못 보는데?
태광 : 걔가 저 말고 다른 사람 좋아해서요.
김준석 : (놀라서 보면)
태광 : 그리고 자꾸 미안해하는 거 보기 싫어서요.
김준석 : ......안 보고, 참으면서 살 수는 있지. 근데 좋아하는 걸, 니 맘대로 관둘 순 없지 않냐?
태광 : (보면)
김준석 : (농담으로) 왜? 요새 애들은 그런 게 그냥 막 되냐?
태광 : (피식 웃고) 어쨌든 참으면, 살 수는 있단 거네요.
김준석 : 근데,
태광 : (보면)
김준석 : (담담하게) 행복하진 않다!
태광 : (안다는 듯 끄덕이면)
김준석 : (가여워서 괜히 밝게) 야, 공태광 많이 컸다, 좋아하는 여자도 생기고?
태광 : (쑥스러워서) 에이... (하며 문쪽으로 가면)
김준석 : (쫓아가며) 야, 누구냐? 어?
#36. 학원 사무실. 밤
모두 퇴근한 학원 교사 사무실.
준석 책상에 앉아 컴퓨터로 뭔가를 하고 있다.
태광(E) : 쌤.. 쌤은 세상에서 뭐가 젤 좋아요?
준석, 뭔가를 클릭하면 세강고 기간제 교사 모집 공고 떠 있다.
한 참 바라보는 준석의 얼굴에서.
#37. 학원 강의실 앞. 밤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은비, 문 앞에 기다리던 태광과 눈이 마주친다.
#38. 공원 일각. 밤
태광, 은비 살짝 떨어진 채 걷고 있다.
태광 : (은비 옆으로 붙으며 눈 맞추는) 이사, 내일 가냐?
은비 : (눈 피하며) 아니, 며칠 있다가.
태광 : (피식 웃고) 너 계속 그렇게 나 피하다가 갈 거야?
은비 : (계속 못보고) 아니..
태광 : 야, 이은비, 나 니가 원하는 대로 맘 정리 할 거니까, 편하게 가, 그래도 돼.
은비 : (비로소 태광을 보면)
태광 : (거짓말이다. 눈 피하며, 괜히) 뭐? 뭐? 야, 너는 나중에 틀림없이 후회 할 거다. 나 차버린 거.
은비 : 공태광.. (하는데)
태광 : 야 됐고, 빨리 들어가. 정류장 바로 앞이니까 안 데려다준다?
은비 : (보고 있으면)
태광 : (밀면서) 가. 가라고..
은비, 천천히 발을 옮긴다.
태광, 점점 멀어지는 은비를 하염없이 보다가 천천히 뒤 돌아 걷는데,
잠시 후 돌아보면 안보일 지경으로 멀어진 은비.
안타까움으로 입술을 깨무는 태광.
#걷고 있는 은비, 멀리서 은비를 향해 달려오는 태광 보인다.
은비의 어깨를 꽉 잡고 서는 태광.
태광 : (다급하게) 야! 이은비, 김준석쌤이 진짜 좋아해도, 참으면 살 수는 있다 길래 오늘 너 만나서 그냥 내 맘도 끝내보겠다고
거짓말 하려고 했거든? 근데 니가 돌아서 가는 거 보니까 그러기 싫어졌어.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말한다..?
은비 : (눈물 그렁해서 돌아보려 하는데)
태광 : (어깨 잡아서 못 돌아보게 하고, 눈물 참으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널 안 좋아하는 방법을 모르겠으니까..
그냥 이렇게 있을게, 나는. 너는 미안해 할 필요도 없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데 그냥 내 마음, 알고만 있으라고..
은비 : (눈물 툭 떨구며 고개 끄덕이면)
태광 : (씩 웃는다.) 그래 됐다. 이제.. 진짜 들어가.
태광 은비의 어깨를 잡았던 손을 내린다.
은비, 천천히 걸음 옮기면, 그 뒷모습을 하염없이 보고 서 있는 태광에서. (F. O.)
#39. 은별의 방. 밤
그 때, 방으로 들어오는 은별, 곰 인형 보는 은비를 보고.
은별 : (코 막으며) 야! 너 그거 안 치워?
은비 : 어? 응! (상자에 얼른 인형 넣으면)
은별 : (귀엽게 피식 웃으며) 너... 한이안 좋아하지?
은비 : (놀라서 보면)
은별 : 야! 그럼 그런 거고 아님 아닌 거지. 뭘 놀래?
은비 : (미안한 눈으로 보면)
은별 : (다가가 마주 앉으며) 너 진짜 바보 아냐? 은비야! 내가 너 알고부터 제일 속상한 게 뭐였는지 알아?
은비 : ??
은별 : 내가 제일 사랑하는 엄마랑, 제일 그리운 내 동생이랑... 우리 셋은 왜 가족이 될 수 없을까... 그거 였어.
은비 : 언니...
은별 : 나 지금 정말 행복하고, 한이안이랑 나는 변함없이 좋은 친구고, 니가 그 마음 받아들이고 말고는, 니 선택이야.
은비 : ..... (생각에 잠기는)
#39-1. 수영장 락커룸. 오후 (이전 #32)
코치, 단호한 표정으로 서 있고, 이안, 코치에게 고집을 굽히지 않는.
코치 : 야 임마! 결원이 생기고 안 생기고가 중요한 게 아냐. 아무리 회복 속도 빠르고 통증이 다 가셨다고 해도
너 아직 경기 뛸 정돈 아니거든?
이안 : 코치님! 다 알아요. 메달 욕심내는 것도 아니구요. 맨 처음 선수생활 시작할 때 마음으로 뛰어볼게요. 허락해 주세요.
코치 : 괜히 자신감만 더 잃을지도 몰라 이 자식아!
이안 : 그래도 부딪혀 보고 싶어요.
코치 : ....... (더 이상 말리지 못하는)
#40. 구름다리. 낮
이안, 은비, 구름다리에 마주 서있다.
이안 : (아쉬운) 이렇게 빨리 가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은비 : 이사 가기로 결정하고 나서부터 시간이 더 금방 지나간 것 같아.
이안 : 경기는.. 보고 갈 수 있지?
은비 : 미안... 하필 전학 첫날이라 좀 어려울 것 같아.
이안 : ......그래? 할 수 없지...
은비 : (심각한 얼굴로 보면)
이안 : (이별을 예감 했지만) ....야! 너 왜 그래? 이제 나 안 볼 거냐?
은비 : 한이안! 나... 너 좋아해.
이안 : (놀라는)
은비 : 그런데,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누군지를, 먼저 생각할 때 인 것 같아.
그래서 니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구나 하고 느껴질 때 그 때,
그 마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이안 : (슬프지만) 그래... 내가 말했잖아. 나 더 오래 기다릴 수 있다고.
은비 : ...... (손 내밀며) 한이안! 잘 가!
이안 : ...... (담담히 손잡는다.)
은비, 손 놓으려 하면, 이안 놓치지 않고 힘주어 잡고 있는다.
이안, 은비 가만히 보다가 손 잡은 채 은비의 손바닥을 하늘 향해 돌리고,
그 위에 자신의 반대편 손을 올렸다 치우면 놓여있는 펜던트.
은비, 펜던트 보고 있으면.
이안 : 니 진짜 이름 찾아서, 나에 대한 마음이 확실해지면 그 때 다시 줘.
은비 : ......
이안 : (미소로) ....대신 꼭 줘야 돼! 이거, 내가 제일 아끼는 거거든?
은비 : (고마운 눈으로 본다.)
이안 : ....너도 잘 가라!
#41. 지방 도로. 은별모 차안. 낮
은별모 차 안, 은별모 운전 중이고,
옆자리에 은비, 새로운 학교의 교복을 입고 앉아 있다.
은별모 : 전학 첫 날인데 기분이 어때?
은비 : (초조한 얼굴로 시계 보는)
은별모 : 은비야?
은비 : (놀라서) 어? 엄마...왜?
은별모 : (예쁘게 흘기며) 어디 정신이 팔려가지구....무슨 일 있어?
은비, 고민스러운 얼굴에서.
#42. 수영대회장. 낮
경기를 앞둔 체육관.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전 펼쳐지고 있다.
객석에서 긴장한 듯, 두 손을 모으고 있는 이안부.
이안을 비롯한 선수들, 출발대기 중이다.
중계1(E) : 네! 남자 400미터 결승 경기를 앞두고 있는데요.
중계2(E) : 오늘이 한이안 선수 복귀전 무대 아닙니까?
중계1(E) : 그렇습니다. 부상으로 한동안 재활에만 전념했던 한이안 선수 과연 어떤 경기를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출발 신호 울리고, 선수들 힘차게 물로 뛰어 든다.
중계2(E) : 출발했습니다. 한이안선수! 출발이 나쁘지 않았어요.
중계1(E) : 네, 그렇죠? 모두의 우려를 씻고, 좋은 성적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 보겠습니다.
이안, 1등으로 첫 번째 반환점을 돈다.
중계2(E) : 한이안 선수! 선두로 치고 나가네요.
중계1(E) : 네, 아직까진 부상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이안, 힘차게 팔다리를 젓고, 2등과의 격차를 점점 벌려 가는데....
이안, 어깨의 통증 느껴지고, 오른쪽 팔을 주춤한다.
왼쪽 팔과 다리만으로 나아가려 애쓰고 있으면, 이안의 앞으로 치고 나가는 다른 선수들.
중계2(E) : 어떻게 된 건가요? 한이안 선수,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데요?
중계1(E) : 부상부위에 무리가 왔나요? 오른 쪽 어깨가 불편해 보이는데요? 3위, 네... 4위까지 뒤쳐졌습니다...
팔의 움직임을 멈춘 채, 물위에 잠시 그대로 떠 있는 이안.
관중들의 탄식소리, 이안부의 어두워진 표정.
#경기장 입구, 뒤늦게 도착해 뛰어 들어오는 은비. 멈춰 서있는 이안을 보고 가슴 아프다.
은비 : 힘내.....
중계2(E) : 한이안 선수! 지금 전혀 앞으로 나아가질 않고 있어요. 안타깝습니다.
중계1(E) : 기권을... 한 것 같은데요?
하지만 잠시 뒤, 다시 힘차게 움직이는 이안.
이안부, 기특하고 가슴 아파, 눈물을 훔쳐내고.
#관중석 구석에서 은비, 눈물 그렁해 보고 있다.
#선수들 이미 마지막 터치패드를 찍고 모두 도착해 있고,
이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물살을 가른다.
혼자, 반환점을 돌고, 혼자만의 경기를 계속 이어간다.
관중들 뜨거운 응원의 함성 보낸다. “한이안! 한이안!!!”
#이안, 도착지점 터치패드에 손을 대고, 담담히 물 위로 올라온다.
코치, 흐뭇하게 바라보며, 잘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중계2(E) : 네! 한이안 선수 도착했습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은데요?
중계1(E) : 관중들 보세요! 아름다운 꼴찌에게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이안, 기록을 확인하고 침통한 얼굴이 된다.
하지만 곧, 관중석의 은비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어 보이는 얼굴에서.
#중간 타이틀 <후. 아. 유?>
자막 <6개월 후>
#43. 복도 일각. 아침
걷고 있는 세강고 교복 차림 소녀의 뒷모습 당당한 발걸음으로 걷고 있다.
#44. 교실. 아침
시끌시끌한 교실.
문 열리고 김슬영 들어오면, 아이들 조용해진다.
김슬영 : 3반, 우리 반에 전학생이 한 명 왔다. (문 쪽 보며) 들어와.
아이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시하고 있으면, 성큼 교실로 들어오는 은비.
아이들, 깜짝 놀라 웅성거리고,
송주 : (반가움으로) 공별!!
시진 : 공별 동생 아니고?
기태 : 누구냐아...어?
아이들 서로 마주보고, 은비 한 번 보고 당황하고 있다.
교탁 앞에 선 은비. 긴장을 누르며, 아이들에게 인사한다.
은비 : (당당하게) 안녕! 내 이름은.... 고은비야!
송주, 시진 그런 은비를 향해 활짝 웃어주면, 은비도 안심 된다는 듯 밝게 웃는다.
아이들, 오오~ 자연스럽게 환영하는 분위기 된다.
은비 : 잘 부탁해!
그리웠던 2학년3반을 둘러보는 은비의 얼굴에서.
#45. 중앙 현관. 오전 늦은 등굣길.
태광 혼자 유유자적 학교로 향하는데, 울리는 문자메시지 수신음, 확인하면 이은비.
은비(E) : 옥상!!
태광 : (놀라 눈 커지고, 바로 뛰기 시작하는)
#46. 옥상. 오전
등에 가방을 멘 등교차림 그대로 옥상으로 뛰어 들어오는 태광.
팔짱을 낀 채 뒤돌아 서 있는 은비의 뒷모습.
태광, 보고 서 있으면 천천히 뒤 돌아보는 은비.
활짝 웃으며 한 걸음에 은비에게로 가는 태광.
태광 : (그리움과 반가움을 담아 큰 소리로) 야! 이은비!
은비 : (미소 지으며 그대로 서 있는)
달려온 태광, 좋아 어쩔 줄 모르겠는 마음 감추려 괜히 은비 턱을 살짝 잡아 밀며,
태광 : 야! 너는 사람 놀라게! (교복 보고) 전학 왔냐? 진짜로?
하는데, 태광을 스윽 흘겨보며, 뒷통수를 탁- 치는 은비.
순간 얼음이 되는 태광. 또? 고은별인가?! 내가 틀렸나? 싶어 눈만 껌벅껌벅..
은비 : 야 공태광! 죽을래?
태광 : (실망과 혼란으로) .....아니야? (은비를 이리저리 보며) 아닌데, 맞는데? 이은빈데?
은비 : 야! 나 고은비거든?
태광 : (멍하니 보는)
은비 그런 태광의 모습에 결국 웃음 터지고 태광, 에이씨!! 짜증내다가 웃고 만다.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47. 몽타주
#교정일각. 낮
김준석, 상기된 얼굴로 서류봉투를 들고 교무실 앞에 서 있다.
심호흡하고, 결심한 듯 교무실로 들어선다.
#자유로워 진 듯 교복 단추를 끝까지 풀어 헤친 민준, 벤치에 앉아 서투른 손으로 기타 코드를 연습하고 있다.
#그 옆으로, 쉴 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셔터음 송주, 사진사 앞에서 포즈 취하고 있고,
책 보다가, 송주를 흐뭇하게 보는 시진. 시진의 손에 ‘파티쉐’ 관련 서적 들려 있다.
사진사 : 컷!! 수고했어요! 학교 홍보모델만 하고 있긴 아깝네! 아주 프로야 프로!!
송주 : 감사합니다!
송주, 시진에게 다가와.
송주 : 이시진 뭐 보고 있었냐? (하고 시진의 책 표지 보며) 야! 너 저번 달까진, 웹디자인 한다고 하지 않았냐?
시진 : 아냐! 이번엔 진짜 확실해! 느낌이 왔어!
송주 : 그 때도 이렇게 말했던 거 같은데..?
송주와 시진, 장난치며 까르르 웃는 모습 위로.
은비(N) : 열여덟 살..... 꿈을 이루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그 꿈이 시작되기엔 딱 좋은 나이!!
#수영장
400미터 결승전이 열리고 있다.
힘차게 헤엄치는 이안, 제일 먼저 터치패드를 찍고, 물 위로 나와 경기기록 확인하고, 주먹을 내보이며 웃는다.
은비(N) : 넘어지는 것은 아프지만, 백번이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엔 딱 좋은 나이!!
#복도
기태, 해나 다정하게 어깨동무 하며 걸어가고 있다.
안주리 샘, 지나쳐 가면, 인사하는 둘.
안주리 못마땅한 듯 그 뒷모습 보다가.
안주리 : 으이구.... 내년 되면 대학가서 만나! 하고 헤어질 것들이!! 쳇!!
은비(N) :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이, 대학입시라는 커다란 숙제 앞에서 당장 허무하게 끝이 난다고 해도
우리는 열여덟 살이기 때문에...... 오늘이 이 세상에 마지막 날인 것처럼 뜨겁게 사랑하고, 또 뜨겁게 미워 할 수 있었다.
#태광의 집. 오후
출소한 공재호, 가방을 들고 초췌한 모습으로 거실로 들어서면
태광, 놀란 눈으로 보다가, 씨익 반갑게 웃고, 다가가 아버지의 가방을 받아 든다.
공재호, 태광이 어깨 다정하게 토닥토닥 두드려 준다.
#태광의 집
주방 식탁에 마주 앉아 어색하지만 함께 식사 하는 공재호와 태광.
은비(N) : 서툴고, 상처 받기 쉬운 나이기에 그 시절, 누구보다 아프고,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그 땐 참 행복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넘어져 있는 나를 향해 내밀어 주는, 누군가의 따뜻한 손.
#은별의 집 거실
은비, 주방에서 주스 한 잔 따라 나오는데,
은별모, 상기된 얼굴로 은비에게 다가온다.
은별모 : 은비야! 은별이한테 엽서 왔다!
은비 : 정말?
#48. 버스 정류장. 낮
정류장에 혼자 서 있는 은비 앞으로, 도착하는 버스 한 대.
버스 안, 이안, 무표정하게 정면보고 앉아 있다.
은비, 표정 밝아지며 서둘러 버스에 탄다.
이안의 뒷자리에 앉는 은비.
은비, 핸드폰 문자 찍는다. 핸드폰 창으로 글자 뜨며.
은비(E) : 뭐하냐?
이안, 핸드폰 확인하면, 고은비다. 표정 밝아지며 문자 찍는.
이안(E) : 학교 간다. 넌?
은비(E) : 나두.
이안(E) : 잘 지냈냐?
은비, 뒷자리에서 이안의 표정 살피며 웃고 있다.
은비(E) : 응!
이안(E) : (섭섭하고, 기대에 차) 경기... 못 봤어?
은비(E) : (봤지만, 장난스러운 미소로) 응... 미안! 잘했어?
이안(E) : (실망하고) 그럭저럭.
은비(E) : 치... 거짓말!
이안, ‘무슨 뜻이지?’ 하는 얼굴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은비 : 한이안! 축하해!
이안, 깜짝 놀라서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이안의 앞으로, 은비가 선물했던 펜던트가 툭 떨어진다.
이안,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보고 있으면.
은비 : (팔 내민 채) 팔 아파! 안 받냐?
이안, 행복한 얼굴로 은비를 보며 웃는다.
은비 역시 다정하게 이안을 보며 웃는다.
은비(N) :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사람씩만, 울고 있는 친구에게 다가가 손 내밀며 이렇게 말해준다면,
나, 또 우리는......어떤 시련이 와도 이겨내지 못할 것이 없다.
#49. 복도. 낮
시끌시끌하고 활기찬 복도, 시진 송주와 팔짱끼고 걷고 있는 은비, 발걸음 가볍고 즐거워 보이는.
아이들 : (E) 고은비!
누군가 이름을 부르자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무표정하던 은비의 얼굴, 햇살처럼 환하게 밝아지며.
은비(N) : 괜찮아.... 아파도 돼. 넌.... 열여덟 살이니까.....!!
<제 16회 끝>
첫댓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