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혜로 다가서는 주역
- 주역과 함께 하는 남진원의 시가 있는 일기 6. (2016.9.23.)
䷪
택천쾌(澤天夬)
… 시간이 흐르니 사물의 모습이 변한다. 모든 것은 분리되어 나타나지만 실상은 하나이다. 어제의 수많은 역사는 또 다른 현재의 모습이다. 주역의 변괘는 시시각각 오늘의 모습에 다름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 안에는 64괘가 모두 담겨 있다.
위태로우니 그 위태로움을 스승으로 삼는다
䷀ ➜ ䷫ ➜ ䷌ ➜ ䷉ ➜ ䷈ ➜ ䷍ ➜ ䷪
중천건 천풍구 천화동인 천택리 풍천소축 화천대유 택천쾌
양이 가득한 남성의 세계에서 이제 여성이 하늘 꼭대기에 앉은 택천쾌에 이르렀다. 중천건을 지나는 변괘에서는 더 이상 중천건 같은 남성의 힘을 발휘할 수는 없게 되었다. 자리를 여성에게 나눠줘야 하기 때문이다. 삭막함에서 부드러움의 세상으로 진화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화천대유에서는 여성이 군왕의 위치에서 5양을 부드럽게 이끌며 다스리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았다. 부드러움의 미학이 돋보이는 괘였다. ‘부드러워져러!’ 이것이 화천대유의 가르침이다. 택천쾌에 오면 여인이 최고의 지위에 올라 여성도 부드러움을 잃고 방종의 기세로 몰아간다. 이에 결단할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이 괘에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나왔다.
도전괘는 맨 처음 이야기 했던 천풍구이다. 천풍구가 소인의 시대를 열었다면 택천쾌는 소인의 시대를 마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본인은 그걸 모른다. 자만에 차 있기 때문이다. 주나라 문왕이 은의 주를 치기 전의 괘상이다. 여기서 음은 여인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소인배를 뜻하기도 한다. 권세의 힘만 믿고 멋대로 하여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이다.
그러나 잘만 쓴다면 엄청난 덕을 본다. 못이 하늘에 닿아 흘러내리니 녹(祿)을 고루 베푸는 형상이다. 백성들은 고루 고루 녹을 받으니 배불리 먹을 수 있어 태평성대가 되는 것이다.
또 음이 하늘 위에 있으니 불안하다. 그 위험을 나의 스승으로 삼으면 큰 덕을 배워 베풀 수 있다. 즉 반면교사가 되는 것이니 어찌 나쁘다고만 할 것인가. 예를 잃었기에 착종괘는 예를 따르는 천택리가 되는 것이다.
봄비는 하늘에서 내리는 물, 그 덕은 땅에 내려와 식물들에게 생명의 숨결을 보내준다.
봄 비
남진원
온 들판 새록새록
연초록 눈을 떠요
꿈꾸는 나뭇가지
상긋한 햇순 냄새
그 누가 비를 맞으며
꽃등을 켜고 있나.
어찌 매일 즐거운 일만 있으랴, 괴롭고 힘든 날도 있는 법.
나는 어렵고 힘들 때 그 어려움과 힘 듬을 스승으로 삼았다. 오늘도 집 뒤 풀을 매다가 잘못 땡삐 집을 건들었다. 땡삐들이 갑자기 몰려들어 옷 속을 파고 들어 장단지에 마구 쏘구 물어뜯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아, 벌침 맞은 거야!.’하며 위로했다. 좀 더 조심하며 일해야 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소인 같은 땡삐의 맹렬한 침에 혼났지만 이제 그 땡삐집을 없앨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땡삐는 자신들의 집과 생명이 나로 인해 없어질 것이라는 걸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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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석진: 대산주역강의, 한길사, 2011.
한중서: 역점육효전서, 명문당,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