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우 목사의 저서, <피로교회를 넘어 필요교회로>는 제목이 책의 주제를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러한 책을 대할 때마다 선입견처럼 생기는 우려가 있다. 총론 수준에서는 문제를 선명하게 지적하지만, 각론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제대로 다루지 않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생길 때가 많은 것이다. <피로교회를 넘어 필요교회로>는 이같은 우려가 얼마나 부질없는 선입견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동시대 구체적인 이야기로 한국사회와 한국교회를 분석한다
이 책은 핵심 질문에 대해서 동시대 사람들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답을 주고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성실하고 세밀하게 살피고 있기에, 이 책은 동시대성과 구체성과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지 않다. 책 표지 하단에 자리한 “예수님의 피로 산 교회는 왜 피로교회가 되었을까?”라는 질문은 매우 도발적이지만 동시에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의 핵심을 찌른다. 이 질문을 논문 작성에 필요한 연구 질문의 형식으로 생각해 본다면, 저자가 입증하고 제시해야 할 답변은 매우 거대한 담론이 될 가능성이 많다. 또한 왜 그리스도께서 피로 사신 교회가 어떻게 피로교회가 되었는지에 대해서 그 원인을 조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연구자의 증명 부담이 너무나 큰 작업일 뿐만 아니라 적절한 방법론을 찾는 것 역시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교회를 듣는다!’라는 주제로 20~50대의 성도 100명, 목회자 100명 정도의 사람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후 이후 심층 인터뷰까지 추가로 진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교회 안의 사람들의 “솔직하며 유쾌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설문조사의 답들을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제시하는 양적 연구의 일반적인 모습에서 탈피하여, 심층 인터뷰에서 얻은 결과에 대한 질적 연구를 수행하여 연구 질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을 찾으려 한 것도 이 책의 뛰어난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 이야기들과 한국사회의 대중문화, 문학작품, 영화와 드라마, 사회과학 도서 등을 탐구한 내용들을 씨줄과 날줄로 삼아 오늘날 한국교회 성도들과 한국사회 구성원들에게 적실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데도 성공하였다. 예를 들어, 저자는 “실천 현장은 교회를 넘어 세상으로 확장된다”와 같은, 이 책에서만 등장하는 언어로 설명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교회의 정체성을 교회 내에서만 찾지 말고 세상의 필요에 대한 반응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질문한 청년의 말과 연결해서 기술한다. 따라서 독자들은 교회 공동체의 실제 청년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서 저자의 주장이 현실에서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언어로 느낄 수 있다.
피로교회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 책의 장점은 거시적 관점에서 한국교회의 문제를 다룬 책들의 약점을 훌륭하게 극복했다는 것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많은 경우 거대 담론을 다루는 책들은 문제 제기와 주의를 집중시키는 것에는 성공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스탠리 하우어워스(Stanley Hauerwas)는 교회가 성경의 내러티브, 즉 예수 내러티브에 충실한 성품의 공동체가 되어 구성원들이 하나님 나라 백성에 합당한 성품을 함양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우어워스의 주장은 기독교 ‘성품 윤리’가 제시할 수 있는 이상적인 해답이지만, 이 해답이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현실 속에서 구체적이고 적실성 있는 해답처럼 여겨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성품은 추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사회, 즉 ‘이야기를 가진 사회’(storied society)를 통해 형성된다”라는 하우어워스의 주장이 곧바로 한국교회의 성도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으로 설득력 있게 제시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국교회 성도들에게는 그의 주장이 현실 속에 뿌리를 내린 생생한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신학적 주장과 한국교회 현실과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환불원정대’의 노래 <DON’T TOUCH ME>와 드라마 <나의 아저씨> 등을 인용하여 일상의 언어로 자신의 논지를 전달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이야기 공동체로서의 교회의 모습을 동시대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일상의 언어로 제시하였다. 또한, 저자는 다양한 신학자들의 글과 관점을 바탕으로 굳건한 신학적 토대 위에 논지를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공동체의 본질을 회복할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책의 정수를 담고 있는 ‘온전한 일과 쉼이 회복되는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위한 선언문’은 한국교회에 필요한 비전 선언문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연우 목사가 쓴 <피로교회를 넘어 필요교회로>는 현실에 뿌리박은 생생한 이야기로 한국교회의 문제와 대안을 구체적이고 적실성 있게 제시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이야기 공동체로서의 교회, 연습 공동체로의 교회를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실 속에서 구현해 나가는 꿈을 꾸고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그리스도께서 피로 사신 교회가 어떻게
피로교회가 되었는지....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