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3월의 산행] ☆… 강골(强骨) 수락산(水落山), 그 역사의 숨결을 따라 (2)

[호산아]

[2012-3월의 산행] ☆… 강골(强骨) 수락산(水落山), 그 역사의 숨결을 따라 (2)

▶ 2012년 3월 4일 (일요일), 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 1번 출구 : 호산아와 우복

▶ <산행> 수락산역(지하철 7호선) 1번 출구→덕성여대생활관→은빛아파트→능선오름길→445고지→매월정(453m)의 시편→깔딱고개→암벽오름길→배낭바위→철모바위(620m)→수락산주봉(642m)→홈통바위(슬라브)→[요기]→능선길 하산→(노강서원)→궤산정→서계 박세당 묘역(행랑채)→수락식당(막걸리 한 사발)→장암역(7호선)

▶ 아아, 김시습(金時習)! 살아서 더욱 처절했던 생애의 시편들

☆… ‘매월정’ 부근에는 김시습의 한시(漢詩) 작품을 여기저기 목판에 새겨 놓았다. 한 편 한 편 읽어보니 구구절절이 김시습의 아픈 생애가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그는 뛰어난 학자였고 고매하고 신선한 문인이었다. 우선 <蘆原卽事>(노원에 있었던 일)라는 작품을 본다. 그는 경주 금오산에서 상경하여, 노원의 수락산 부근에 다다라 그 경치를 읊은 것이다. 평화롭고 고즈넉한 풍경을 정제된 언어로 형상화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평온하기 이를 데 없지만, ‘십리 길 하늬바람 벼꽃에 분다’와 같은 구절에서 필자의 쓸쓸한 심경이 묻어난다.

        草綠長堤小逕斜 (초록장제소경사)    풀 푸른 긴 언덕에 오솔길 비껴 있는데

        依依桑柘有人家 (의의상자유인가)    옹기종기 뽕밭 속에 사람 사는 집이 있다

        溪楓一抹靑煙濕 (계풍일말청연습)    시냇가 단풍 온통 씻겨 푸른 안개에 젖었는데

        十里西風吹稻花 (십리서풍취도화)    십리 길 하늬바람 벼꽃에 분다.

        ― <蘆原卽事> (노원즉사) / 노원에 있었던 일

☆… 수양대군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여 임금이 된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었고, 그는 그 부당한 체제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시대의 이단아였다. 패덕한 왕조, 비리로 점철된 세상을 등지고 추상(秋霜)같은 절조로 한 시대를 살아간다. 그것은 스스로 택한 국외자였다. 그는 간고한 삶 속에서도 그야말로 살아있는 양심이었다. 후세 사람들은 사육신과 관련하여 그를 ‘생육신’이라 칭하지만,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었다. 그는 삭발입산하여 깊은 산중에 칩거하다가 광인처럼 풍찬노숙하며 방랑길을 떠돈다. 작품 <贈峻上人>(짚신 신고 발길 닿는 대로)과 <椵峴>(갈림길에 서면)에는 그 당시 김시습의 내면 풍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 너덜너덜 떨어진 짚신을 신은 초라한 행색, 앞길은 늘 첩첩산중이다. ‘마음에는 집착이 없’는 초연한 방랑이므로 비굴하게 육신[形役]의 노예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안개와 산새와 그리고 봄바람 등 들꽃과 같은 순수 자연과 생명적 교감을 한다. 그의 작품은 아픔 속에서 피어난 시심(詩心)의 꽃이다.

        終日芒鞋信脚行 (종일망혜신각행)    온 종일 짚신 신고 발길이 닿는 대로

        一山行盡一山靑 (일산행진일산청)    산 하나 넘고 나면 또 산 하나 푸른데

        心非有像奚形役 (심비유상해형역)    마음에 집착이 없거늘 어찌 육신의 종이 되며

        道本無名豈假成 (도본무명기가성)    도는 본래 이름 할 수 없거늘 어찌 이름을 붙이랴

        宿霧未晞山鳥語 (숙무미희산조어)    간밤의 안개 촉촉한데 산새들은 지저귀고

        春風不盡野花明 (춘풍부진야화명)    봄바람 살랑이나 들꽃이 환하다

        短筇歸去千峰靜 (단공귀거천봉정)    지팡이 짚고 돌아가는 길 일천 봉우리 고요하고

        翠壁亂煙生晩晴 (취벽란연생만청)    푸른 절벽에 어지러운 안개 느지막이 개었네.

        - <贈峻上人> (증준상인) / 짚신 신고 발길 닿는 대로

☆… 정처 없는 방랑의 길은 외롭고 고단하다. 그래도 사람 사는 마을이 그립지만 그에게 그곳은 어둠으로 다가오고, 흐르는 시냇물은 세상의 시류처럼 혼탁하기 짝이 없다. 앞길을 가로막는 것은 첩첩 산봉이다. 한 줄기 길은 나 있어도 다시 갈림길에서 그는 또 막막하다.

        驟雨暗前村 (취우암전촌)    소나기 쏟아져 앞마을 어둑하고

        溪流徹底渾 (계류철저혼)    시냇물도 온통 혼탁하구나.

        疊峰遮客眼 (첩봉차객안)    첩첩 산봉우리 나그네의 눈을 막고

        一徑入溪源 (일경입계원)    깊은 골짜기 향해 한 줄기 길은 나 있네.

        靑草眠黃犢 (청초면황독)    파란 풀밭에 누런 송아지 잠들어 있고

        蒼崖叫白猿 (창애규백원)    푸른 낭떠러지엔 흰 잔나비 울부짖고나

        十年南北去 (십년남북거)    십 년 세월 남북으로 떠다녔건만

        岐路正銷魂 (기로정소혼)    갈림길에만 서면 곧 애가 타누나.

        ― <椵峴> (가현) / 갈림길에만 서면

☆… 김시습은 계유정난 이후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된다. ‘雪岑’(설잠)이라는 법호를 썼다. 금오산은 지금의 경주 남산으로 신라 불교의 성지이다. 그는 금오산실에 은거하면서 한국문학사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 받는 『金鰲新話』(금오신화)를 쓴다. 부조리한 세상을 등지고 어지럽고 아픈 심사를 달래기 위해서였을까. 괴기(怪奇)와 생사를 초월하는 남녀의 인연, 그리고 시적 풍류가 넘치는 문체로 짜인 한문소설 다섯 편이 『金鰲新話』라는 책 속에 묶여져 전하는 데 그것이 우리나라 고전소설의 효시이다. 거기에는 <萬福寺樗蒲記>(만복사저포기), <李生窺墻傳>(이생규장전), <醉遊浮碧亭記>(취유부벽정기), <龍宮赴宴錄>(용궁부연록), <南炎浮洲志>(남염부주지) 등 다섯 편의 한문단편이 실려 있다. 한시 <題金鰲新話後>(제금오신화후)는 이 작품을 쓴 감회를 시(詩)로 표현했다.

        矮屋靑氈暖有餘 (왜옥청전난유여)    작은 집에 자리 까니 따스한데

        滿窓梅影月明初 (만창매영월명초)    막 떠오른 달빛에 매화 그림자 창에 가득

        挑燈永夜焚香坐 (도등영야분향좌)    등불 켜고 긴 밤을 향 사르며 앉아

        閑著人間不見書 (한저인간불견서)    세상에 없던 새로운 책을 썼노라.

        玉堂揮翰已無心 (옥당휘한이무심)    벼슬할 생각은 이미 접었고

        瑞坐松窓夜正深 (서좌송창야정심)    깊은 밤 소나무 창 아래 단정히 앉았네.

        香揷銅甁烏几淨 (향삽동병오궤정)    향로에 향을 꽂고 깨끗한 책상에 앉아

        風流奇話細搜尋 (풍류기화세수심)    풍류 넘치는 진기한 이야기 골똘히 찾았지.

        ― <題金鰲新話後> (제금오신화후) / 금오신화를 짓고

☆… 성종이 등극한 이후, 김시습은 상경하여 한양의 동봉(東峯)에 해당하는 수락산 기슭에 우거(寓居)한다. 이곳 노원과 수락산에서 그는 10여 년을 지내게 되는데 그는 당시의 수락산의 수려한 풍경과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서정적인 마음을 시로 표현하고 있다.

        長堤細草何毿毿 (장제세초하삼삼)    긴 둑의 가여린 풀 어찌 이리 삼삼한가.

        萋萋風際香馣馣 (처처풍제향암암)    우거진 풀밭에 바람일면 향기도 그윽하네.

        江淹別浦色愈碧 (강엄별포색유벽)    강엄이 이별하던 포구에는 빛 더욱 푸르고

        李白漢曲思何堪 (이백한곡사하감)    이태백 한강의 구비 생각 어이 견디랴.

        蒙茸壟上沒黃犢 (몽용롱상몰황독)     풀 무성한 언덕 위엔 송아지 누워있고

        蔥篟橋邊含翠嵐 (총천교변함취람)     강 푸른 다리 옆엔 푸른 아지랑이 끼어 있다.

        惹得王孫多少恨 (야득왕손다소한)     왕손(王孫)의 많은 한 불현듯 솟아

        淡煙疏雨懷江南 (담연소우회강남)     옅은 안개 가랑비에 강남이 그립다.

        ― <蘆原草色> (노원초색) /노원의 풀빛

        一點二點落霞外 (일점이점낙하외)    한 점 두 점 떨어지는 노을 저 멀리

        三點四點孤鶩歸 (삼점사점고목귀)    서너 마리 외로운 따오기 돌아온다.

        峰高剩見半山影 (봉고잉견반산영)    봉우리 높아 산허리의 그림자 덤으로 본다.

        水落欲露靑苔磯 (수락욕로청태기)    물 떨어지니 청태 낀 돌 드러나고

        去雁低回不能度 (거안저회불능도)    가는 기러기 낮게 맴돌며 건너지 못하는데

        寒鴉欲棲還驚飛 (한아욕서환경비)    겨울 까마귀 깃들려다 도로 놀라 날아오른다.

        天涯極目意何限 (천애극목의하한)    하늘은 한없이 너른데 뜻도 끝이 있는가.

        斂紅倒景搖晴暉 (렴홍도경요청휘)    붉은 빛 머금은 그림자 맑은 빛에 흔들린다.

        ― <水落殘照> (수락잔조) / 수락산의 남은 노을

☆… <梅月亭>(매월정)에서 동쪽으로 바라보면 수락산 연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 건너편의 산채는 하나의 거대한 바위덩어리, 산은 암벽으로 급한 경사면을 이루고 있다. 그 산봉의 맨 앞에 불쑥 솟은 바위가 배낭바위이고 그 뒤의 오른 쪽이 투구바위, 그 왼쪽이 수락산 정상의 암봉이다. 정상의 바위에는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그렇게 수락산의 주능은 남쪽으로 이어져 내려가 덕능고개를 지나서 불암산 암봉으로 달려간다. 그래서 <梅月亭>은 수락산 전체를 가장 멋지게 조망할 수 있는 명소인 것이다. 인간 매월당 기개와 수락산 암봉의 기골이 만나는 지점에서 생각한다. 매월당이 아프게 살다 간지 50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 인간의 정신은 어디로 진화했는가. 우리 사회는 어디쯤 가고 있는가. 오늘날의 삶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나만의 기우(杞憂)일까.

▶ 수락산 정상(頂上)으로 가는 길,

☆… 다시 산행을 계속한다. 이곳 <매월정>에서 급경사로 이루어진 암반 길을 타고 300m 정도 아래로 쏟아지면 안부 깔딱고개에 이른다. 고개의 오른쪽은 수락골에서 올라오는 길이요, 왼쪽은 장암동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목이다. 이제 이곳 깔딱고개에서, 매월정 산봉에서 본 대로, 수락의 주봉을 향해 본격적으로 바위를 타고 올라야 한다. 산에는 사람이 많다. 바위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한 줄로 이어져 있다. 울긋불긋한 등산복의 다양한 색깔이 줄을 이루며 올라간다. 가파른 슬라브 바위에는 철봉을 박아서 안전시설을 해놓았지만 만만한 코스가 아니다. 아주 가파르고 험난한 곳은 자일이나 폭넓은 나무계단을 설치해 놓았지만 조심스럽게 올라가야 한다. 차분한 마음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경사가 워낙 급하고 군데군데 낭떠러지 길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한 발이라도 잘못 내디디면 치명적인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아찔하고 위험한 등산로기 이어진다. 산은 거대한 하나의 바위덩어리이면서 곳곳에 기묘한 암괴들이 그 멋진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또 바위틈에 뿌리 내린 크고 작은 소나무들이 어우러져 더욱 고절(高節)한 멋을 풍기는 절경이다. 숨 가쁘게 올라가면서도 요소요소에 나타나는 아름다운 풍경은 가히 나그네의 눈길을 머물게 한다.

☆… 그렇게 가파른 바윗길을 한참을 올라가니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암봉이 나타난다. 이름 하여 배낭바위이다. 그 형상에 꼭 배낭처럼 생겼다. 아주 미끈하고 멀쩡하게 생긴 거대한 화강암 배낭이다. 앞을 가로막는 절벽이다. 그런데 그 바위의 오른쪽으로 나무계단이 있어 안전하게 주능의 정상으로 올라 갈 수 있었다. 아득히 올려다 보이는 절벽 바위에 만들어놓은 가파른 계단 길, 바위와 어우러져 있는 소나무들이 참 우아하고 기품이 있다. 하늘에는 서서히 구름이 물러가면서 여린 햇살이 내리고 있다. 드디어 주능선에 도착했다. 오른쪽에 투구(철모)바위가 있고 그리로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면 치마바위와 도솔봉으로 이어진다.

▶ 수락산(水落山) 정상(頂上, 642m)

☆… 우리는 북쪽 길을 잡아 주봉(主峰)으로 향했다. 금방 주봉에 도착했다. 태극기가 봄바람에 펄럭이는 국기봉이다. 주봉은 능선의 길목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정상이 상·하행으로 교차되는 길목이다. 사람들은 정상에서 잠시 머물고 간식을 들고 사진을 찍는다. 어쩔 수 없이 시장바닥 같은 상황이다. 도봉산, 북한산, 불암산, 관악산, 청계산 등 서울 근교의 이름 있는 산이면 어딜 가나 이런 모습이다. 정상 바위 아래 비좁은 산길에 ‘멜로나’와 ‘비비빅’을 파는 장수가 있는데 호객소리가 당당하다. 그 앞을 지나던 우복이 바람처럼 말한다. “아이스케키 하나 드실래요?” 내심 뜨악했다. 산에서 이런 장사꾼들이 상행위하는 것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은 우복이 우정 군것질하기를 권해 왔기 때문이다. 순간, 멈칫! 그러나 시간을 끌지 않고 응답했다. "좋지!" 그것은 우복의 정성어린 마음의 표현이었다. 그래서 산정의 인파 속에서 나는 비비빅, 우복은 멜로나를 각각 손에 들고 아이들처럼 깨물어 먹었다. 입안에 녹아드는 달콤한 맛이 상쾌하다. 이렇게 먹는 맛도 참 별미(別味)구나!~ 그렇게 잠시 땀을 식힌 후 산행을 계속해 나갔다. 이제 우리는 장암골로 하산한다.

▶ 수락산의 명소(名所), 홈통바위 슬라브의 짜릿한 하강(下降) 

☆… 수락산의 주능선을 중심으로 동쪽은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이요, 서쪽은 서울특별시 노원구와 경기도 의정부시 장암동이요, 정상에서 부근에서 동쪽으로 내려가면 별내변 청학동 유원지. 우리는 장암역으로 가기 위해 정상에서 북쪽 능선을 따라 하산했다. 수락산 정상이 워낙 우뚝한 암봉으로 치솟아 있으므로 하산 길은 아주 가파른 경사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홈통바위(일명 기차바위)로 알려진 암반은 아주 급박하지는 않았지만 긴 슬라브 경사면은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가 스산하다. 그 길이가 길고 그 느낌이 아득하여 일단 많은 사람들이 긴장하는 구간이다. 사실 이곳은 예부터 사고가 자주 일어났던 곳이다. 슬라브 중간에 폭 40~50cm 정도의 홈통이 일자(一字)로 파여져 있는데 옛날에는 이곳을 통하여 오르내렸다. 지금은 홈통 좌우에 두 개의 고정자일이 설치되어 있어 이것을 이용하여 산행을 한다. 정상에 오를 때도 그랬지만 지금의 하산 길도 가파른 암벽을 지나야 하므로 수락산은 일반 등산객에게는 늘 긴장해야 하는 산이다. 초보자는 다리가 떨리는 구간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스릴을 좋아하는 산꾼들에게는 스스로 즐기는 묘미가 있다. 우리는 일단 경사가 심한 슬라브 구간을 내려와 간단하게 요기를 했다. 비닐 천막을 치고 라면과 막걸리를 파는 산중노점이 있길래, 이번에는 내가 우복에게, “따끈한 라면이나 먹고 갈까?”하고 제의했다. 사실 나도 평소 산에서 파는 음식물을 사먹지 않는 입장이지만 아까 산정에서 나눈 아이스케키의 달콤한 우정에 대한 화답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그리고 사실 오늘은 날씨도 음산하고 썰렁한 데다, 온 산에 사람이 많아 산길도 번잡하고, 마땅한 요기를 할 장소도 없고 하여 그냥 그 비닐천막집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아, 뜨거운 컵라면 한 그릇,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 하산 길, 금란(金蘭)의 마음

☆… 하산은 계곡이 아닌, 장암역으로 내려가는 능선 길을 택했다. 길은 완만하고 대부분이 흙길이었다. 다행히 내려오는 길에서는 오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 길은 한적하고 아주 조용한 분위기였다. 우복과 호산아, 단출하게 둘이서 걷는다. 길목마다 산과 자연을 화제로 두런두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늘 산을 좋아하고 산을 아끼는 사람으로서 산(山)에 대한 소중함, 그 순수한 자연의 가치를 이야기했다. 그냥 하루를 즐기는 유락의 산행보다는 그 산곡마다 깃들어 있는 인간의 삶과 역사에 대하여 이해하고, 그것을 음미한다면 훨씬 의미 있는 산행이 될 것이라는 내 평소의 생각을 말했고 우복 또한 공감했다. 순정한 마음이 통하면 인생은 아름답다. 금란(金蘭)의 우정은 한 마음으로 의기투합하는 믿음이다.

☆… 기실, 인간의 지나친 욕망이 빚어내는 행태를 보면 사람 사는 자리가 우울해진다. 인간의 편견과 무지가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아프게 하고, 그것이 또한 인간에 대한 실망과 불신으로 전락하면 우리의 생애는 아주 씁쓸하고 정나미가 떨어진다. 인간이 아무리 미완(未完)의 존재라 하더라도, 조금만이라도 앞뒤를 가리고 서로를 따뜻하게 배려한다면 진정 인생은 행복할 수 있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서로 소중한 가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산은 자연이고 자연은 그 자체로 순수한 것, 어쩌면 사람의 마음은 수시로 변하지만 산을 늘 변함없음으로 하여 저렇듯 의연하니 그것이 믿음이다.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마음이 그래야 한다. …

☆… 우리가 좋아하는 산(山)을 비롯하여, 자연의 모든 것은 귀하고 소중한 것이다. 문명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현대인의 무절제한 욕망, 자연을 유락의 대상으로만 보는 몰지각한 행태는 거시적으로 보면 지구환경적 비행이다. 자연(自然)과 자원(資源)은 그냥 마구잡이로 소모하거나 훼손해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들이 자원을 이용하여 살고, 또 지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연에 근거하여 생명을 유지한다. 그러나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자연 또한 그 생명력에 한계가 있다. 자연이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과도한 욕망이 절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의 아름다운 후손들을 위하여 진정코 ‘아낌의 철학’이 매우 절실한 때이다.

<계 속>

[너와나]

수락산을 여러번 갔지만 이렇게 많은 의미로 느끼는건 처음 입니다 관심과 관찰 ...
더 많이 공부 하ㅐ야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