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적 생존 불안과 존중불안
한국인들을 이기주의자로 만들어
기본소득 ‘돈의 노예’에서 벗어나
‘대동 세상’ 열어가는 사회 대개혁
사회개혁을 방해하는 이기주의의 정체
사회개혁의 과제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심리학적 입장에서 사회개혁의 최우선 과제는 사람들을 고통에서 해방시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세계 1위가 된다 해도 사람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면, 그런 사회를 바람직한 사회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복적으로 강조하지만, 한국인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 두 가지 불안은 고립적 생존 불안과 존중 불안이다. 사람들을 고립적 생존 불안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개인의 생존을 개인이 책임지는 사회제도를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제도로 개혁해야 한다. 사람들을 존중 불안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개인 간 불평등문제(개인 간 서열 경쟁, 개인 간 내전)를 해결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계급 간 불평등문제(양극화)를 해결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개혁의 가장 큰 방해 요인은 주로 돈에 대한 과도한 욕망으로 표현되는 이기주의다. 다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기주의자는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자기가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이기주의자는 자기 집값이 오르는 것에는 아주 민감하지만 사회개혁에는 거의 관심이 없는 사람인 것이다. 이기주의는 필연적으로 사람들 간의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기 때문에 이기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사람들 사이의 연대와 단결이 불가능해진다.
사람들이 개인으로 파편화되어 있으면 그들의 시야는 ‘자기’라는 협소한 울타리에 갇히게 되며, 자기한테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 혹은 능력이 없다는 무력감과 패배주의에 빠지게 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국민의 능력이나 힘은 그들이 뭉쳤을 때 현실화된다. 개인으로 파편화되어 있는 한 그들은 세상을 바꿀 수 없는 순종적이고 무력한 존재일 뿐이다. 이것은 한국인들이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사회개혁이 요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랫 서열 지위 상승 싫어하는 윗 서열의 이기주의
한국인들을 이기주의자로 만드는 원인은 고립적 생존 불안과 존중 불안이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중에서 무엇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좋을까? 대답은 전자이다. 한국 사회는 개인 간 서열 경쟁, 개인 간 내전으로 인해 인간관계가 극단적으로 악화되어 있다. 다층적 위계 사회인 한국에서 개인 간 서열 경쟁과 전쟁은 단지 개인 사이의 관계만이 아니라 집단 사이에서도 벌어진다. 이기주의자들이 서열 집단을 이루고 있거나 각종 이슈나 이권을 매개로 무리를 지음으로써 다양한 집단들이 갈등하고 충돌하고 있는 곳이 한국 사회이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했던 ‘인국공 사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상위 서열 집단은 하위 서열 집단의 지위 상승이나 처우 개선에 반대한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다층적 서열 피라미드 사회 혹은 개인 간 서열 경쟁 사회에서 하위 집단의 서열 상승은 곧 자기 집단의 서열 하락을 의미하고, 윗서열한테 무시당하며 살기에 내가 무시할 아랫 서열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불평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으면서도 불평등을 반대하기보다는 오히려 용인하는 심리가 강한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서 개인 간 혹은 집단 간 불평등(존중 불안)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예를 들면 노년층에게 유리한 정책은 청년층이 반대하고, 여성에게 유리한 정책은 남성들이 반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이기주의로부터의 해방 없이는 불평등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기주의의 한 기둥을 무너뜨릴 기본소득
사회개혁은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져야 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연대하고 단결할 때 가능해진다. 기본소득은 한국인들을 이기주의에서 해방시키고 하나로 뭉치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돈을 벌지 못하면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불안과 공포는 사람들을 이기주의자가 되도록 강요하는 주범이다. 기본소득은 생존 불안을 크게 줄여주거나 없애줌으로써 사람들을 이기주의에서 벗어나도록 해줄 것이다. 기본소득은 무엇보다 이기주의를 떠받치고 있던 두 개의 기둥(고립적 생존 불안과 존중 불안) 중에서 하나를 무너뜨린다. 어떤 이들은 그럴 경우 이기주의가 단지 반 정도만 약화될 것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건물을 떠받치던 두 개의 기둥 중에서 하나가 무너지면 그 건물이 붕괴되기 마련이고, 두 바퀴로 달리던 자전거의 바퀴 하나가 없어지면 그 자전거는 더 이상 달리지 못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기본소득은 생존 불안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기주의를 결정적으로 약화시킬 것이 확실하다.
절대다수의 한국인들은 강요된 이기주의자 혹은 수동적 이기주의자다. 즉 이기적으로 사는 것이 즐겁고 행복해서 자발적으로 이기주의자가 된 것이 아니라 고립적 생존 불안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기주의자가 된 사람들이다. 평범한 사람들한테 어느 정도로 돈을 벌고 싶냐고 물어보면, “돈을 엄청 벌어 대저택을 사고 기어이 수영장을 만들겠다”거나 “돈을 많이 벌어 외제차와 명품에 묻혀 살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그들은 대부분 먹고 사는 걱정 안 해도 괜찮을 정도만 벌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생존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생존 불안으로 인해 이기주의자가 된 사람들은 기본소득으로 인해 그 불안에서 해방되면 이웃들과 잔혹한 서열 경쟁을 해야 하는 비인간적인 삶을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생존 불안에서 벗어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잔인한 서열 경쟁을 거부할 것이라는 말이다. 생존 불안에서 해방된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만하면 됐다. 이제 그만하자. 그만 싸우자”라고 말하면서 잔인한 서열 경쟁을 거부할 것이다. 이것은 이기적인 검투사의 삶에서 벗어나 사람다운 삶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8월 23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ECC에서 열린 제22차 기본소득 지구 네트워크 대회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8.23. 연합뉴스
기본소득이 다른 한 기둥마저 무너뜨리는 원리
기본소득은 사람들을 단지 생존 불안에서만 해방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 불안도 크게 약화시킬 것이다. 기본소득으로 인해 돈에 대한 병적인 욕망이 약화되면 돈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돈 중심 세계관이 약화될 것이고 그 결과 돈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병적인 풍조가 바뀌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존중 불안에 시달리는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한국 사회가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평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기본소득으로 인해 돈에 대한 욕망과 돈 중심 세계관이 약화되면 다수의 사람들은 사람의 가치를 돈이 아닌 사회에 기여하는 정도, 도덕성, 인격 수준 등으로 평가하게 될 것이다. 사람의 가치가 사회적 기여도에 의해 평가되면 존중 불안 문제는 해결된다. 사회 혹은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훌륭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더라도 졸부들처럼 타인들을 차별하거나 깔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들이 사회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을 환영하며 그들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한마디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제자리를 잡으면 존중 불안 문제가 제기되지 않으며, 사람들 속에서 훌륭한 사람이 되려는 건전한 욕망을 촉발한다는 것이다.
돈에 대한 욕망과 돈 중심 세계관이 약화되면 돈과 서열을 악용해 병적인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 어려워진다. 마음이 병든 사람들은 건전한 인간관계와 공동체 속에서만 가능한 진정한 기쁨과 행복을 알지 못한다. 그들이 알고 있고 누릴 수 있는 것은 병적인 쾌감뿐이다. 이로부터 마음이 병든 사람들은 돈과 서열을 악용해 병적인 지배통제욕, 학대욕, 과시욕, 우월욕, 인정욕 등을 충족시키는 것에 목을 매는 정신병적 쾌감의 중독자가 된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이 돈에 대한 욕망에서 해방되면 병적인 쾌감을 맛보기가 어려워진다. 돈 자랑은 돈에 대한 욕망이 강한 사람, 돈 많은 사람을 부러워하거나 높게 평가하는 사람한테나 효과가 있지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반응을 초래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궁극적으로 마음이 병든 사람들에게서조차 서열 경쟁의 동기를 약화시킬 것이다.
기본소득은 대동세상으로 가는 최우선적 개혁과제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기본소득은 고립적 생존 불안만이 아니라 존중 불안까지 큰 폭으로 약화시킴으로써 절대다수의 한국인들을 이기주의와 돈에 대한 병적인 욕망에서 해방시킬 것이다. 사람들은 개인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다시금 이웃의 손을 잡을 것이고 공동체를 복원해나가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될 것이다. 기본소득은 한국인들을 신자유주의가 강요한 각자도생의 생존 철학에 등을 돌리게 만들 것이다. 각자가 치열한 개인 간 서열 경쟁, 개인 간 전쟁을 통해서 생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힘을 합쳐 사회를 개혁함으로써 생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길, 인간의 길이 있다는 깨달음을 줄 것이고, 나아가 대동세상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힘차게 연대하고 단결하게 해줄 것이다.
국민들이 다시 하나로 뭉치기만 한다면 그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 기본소득은 사회 대개혁으로 나아가는 시대를 열 것이다. 기본소득이 최우선적 개혁과제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첫댓글 기본소득~
이기주의와 돈에 대한 병적인 욕망에서 해방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