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거실 소파 바로 뒤편에 마련한 다이닝 룸. 미르코 바리치의 화이트 톤 그림과 부드러운 곡선이 강조된 식탁의 조화가 자연스럽다. 식탁 상판은 견고한 스쿠피라 나무로, 다리는 브론즈로 만든 것이고, 의자는 짙은 빛깔이 매력적인 모라도 나무로 만든 것이다. 모두 이탈리아 프로메모리아 제품이다. 2 서양 가구와 동양 가구가 공존하며 클래식하고 아늑한 느낌을 전하는 부부 침실. 대나무 기둥이 인상적인 침대는 김용남 씨가 잠시 외국에 거주할 때 벨기에에서 구입한 것이고, 그 옆의 전통 2단 장은 시할머니께 물려받은 것이다. 3 부드러운 가죽으로 감싼 심플한 책상 세트로 거실 창가에 서재를 만들었다. 책상 세트는 모두 이탈리아 프로메모리아 제품으로 김용남 씨가 국내에 론칭한 브랜드다. 4 단순함과 자연스러움을 살린 아들 방의 침대는 김용남 씨가 제작한 것. 나무 책장과 테이블은 오래 전부터 사용하던 것을 아들에게 물려준 것이다.
기존 아파트보다 확실히 천장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이전 아파트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방문의 ‘키’는 천장과 맞닿도록 높이고, 방문 폭 또한 키에 맞춰 이상적인 비율로 재정비했다. 문과 천장 사이에 있던 벽을 허물고 모든 문짝을 새로 제작한 ‘공사’. 누가 보면 얼마나 큰 하자가 있어 멀쩡한 문짝을 다 뜯어냈을까 싶겠지만 문 크기를 변경함으로써 똑같은 구조의 옆집보다 훨씬 넓고 시원스럽게 보인다. 천장에 맞닿도록 수직으로 시원시원하게 뻗어 올라간 문이 높은 천장과 공간감을 함께 강조한 것. 발코니를 확장하면서 거실이 된 창호 밑 자투리 공간은 창턱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만들어 책장을 배치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두 아들까지 네 식구가 사는 집이니 살림은 늘어날 대로 늘어 났을 텐데 어디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거실 벽 한 면을 가득 메우는 방대한 양의 CD와 DVD는 살짝 들어간 벽체 안에 만든 슬라이딩 문을 단 책장 안에, 각종 운동 기구는 창문과 기둥 사이에 남은 공간을 찾아 만든 수납장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숨은 공간을 샅샅이 찾아내고 알뜰히 활용한 결과. 거실과 마주하는 주방은 슬라이딩 유리 파티션 하나로 깔끔하게 분리되면서 한층 세련된 면모를 자랑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 꼭 있어야 할 것에 대해 그는 또 한 번 세심한 배려를 더했다. 모두 최상의 재료를 사용한 것. 그냥 무늬만 나무여서도, 느낌만 대리석이어도 안 된다. 손잡이 하나도 월넛과 어우러지는 컬러와 질감, 문 크기와 비례와 맞아떨어져야 한다. 부엌 아일랜드 상판 전체를 커버하는 대리석은 그가 3개월 넘게 ‘찾아 헤매다’ 극적으로 만난, 딱 이 집에 어울리는 ‘디테일’이라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작업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신중하게 개조하고 나면 앞으로 10년 이상 그 어떤 유행이 강타한다 해도 뒤떨어지지 않고 빨리 낡지도 않고 불편하지도 않습니다.”
예술 같은 가구와 미술 작품이 만드는 품격 매끄럽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정제된 공간. 이 집을 소개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은은하면서 고고한 기품을 전하는 가구다. 밑바탕을 잘 그려놓은 만큼 공간의 의미를 돋보이게 하고 아울러 그 자체도 빛을 발할 수 있는 가구.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김용남 씨는 가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1 긴 복도 중간에 벤치형 가죽 의자를 놓고, 안젤로 베레게스의 나무 조각 작품을 매치해 작은 쉼터로 꾸몄다. 2 화가 김차섭 씨의 푸른 빛깔의 세계지도 그림과 브라운 톤의 가구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가구를 그저 소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생활 필수품이면서도 훌륭한 조형 작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자에 앉아 있을 때도, 이를 바라볼 때 모두 똑같이 행복해야 하는 것이죠.” 옹골찬 원목의 부드러움이 일품인 식탁, 편안하게 등을 받쳐주는 패브릭 소파, 곱게 무두질한 견고한 가죽으로 감싼 서재 책상, 이리저리 움직이기 쉽고 접었다 펼 수 있는 기능성 뛰어난 책상과 침대…. 부엌에서 침실, 아이들 방까지 이 집에 자리한 가구는 모두 그가 오랜 기간 직접 사용하고 가구에 대한 안목을 키우면서 낙점한 ‘예술 작품’이다. 가치 있는 가구는 절대 놓치지 않는 그는 ‘잘생긴’ 모던 디자인부터 단아하니 화려한 한국 전통 자개장까지 다양한 디자인과 전통을 지닌 가구를 컬렉션했고, 서로 다른 외양을 지닌 가구는 묘하게도 하나의 스타일로 어우러진다. 시각적인 자극보다는 만지고 싶은 마음이 드는 세심한 손길로 완성된, 기본기 탄탄한 가구가 그가 추구하는 디자인이다. 그리고 김용남 씨는 여기에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본다. 가구도 돋보이고 집안 분위기도 한층 격조 있고 세련되게 만드는 미술 작품을 조화시키는 것. 미술 전시회와 갤러리를 슈퍼마켓 드나들듯 하며 안목을 키운 결과 집안 곳곳에는 다양한 작가의 상설 전시가 열린다. 현관 입구에서부터 손님은 맞이하는, 클립으로 만든 독특한 강아지 조형작 품부터 자연스러운 나무의 느낌과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블루 톤의 지구본 그림, 부부 침실에 놓인 전통 자개 합과 어우러지는 김응로 화백의 수묵화…. 어느 하나 가구와 어울리지 않는 것 없고 공간에 깊이를 더하지 않는 것이 없다.
“물론 오랫동안 미술에 관심을 갖고 수집을 한 결과입니다. 작품을 볼 때 항상 ‘어울림’을 염두에 두다 보니 특별히 어느 장르, 작가에 치우침 없이 고루 보고 선택할 수 있었죠. 전통 민화에서 팝아트, 조각부터 판화까지. 그래도 작품들의 공통점을 들자면, 역시 제가 추구하는 공간 디자인처럼 편안하면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깃든 것이라는 점입니다.”
화사한 색조 화장도, 반짝이는 귀고리가 없어도 은근한 매력을 풍기는 여인처럼 단아하고, 보면 볼수록 매력이 샘솟는 김용남 씨의 공간. 그의 집에서 펼쳐지는 전망은 분명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겠지만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가치에 충실하는 집안 풍경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지금처럼 한결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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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집이너무 횡하다...그게 매력인가요??ㅎㅎ
심플한느낌이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