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는 사람 농부
한국 유기농 초창기부터 한살림생산자 16명의 이야기
시장의 셈법과 다른 마음 씀씀이로
미생물까지 존중하는 농사를 지어 온 농부가 있다
- 한살림, <살리는 사람 농부> 출간
출간일: 2014년 10월 20일 / 가격: 14,000원
책 크기: 신국판 303쪽 / ISBN: 978-89-964602-3-7 03810
출판사: 도서출판한살림 / 지은이: 김성희
《살리는 사람 농부》는 2008년부터 4년 남짓 동안 계간지 《살림이야기》 www.salimstory.net 에 연재된 ‘땅땅거리며 살다’를 통해 만난, 생명이 살아 있는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던 사람들, 또 그와 다를 바 없는 마음으로 가축을 기르고 소금을 만들며 김을 길러낸 한살림 생산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길을 열어 온 이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살리는 사람 농부》에 등장하는 농부들은 대개 한살림 초창기부터 생명농업을 일궈온 분들이다. 그들이 무농약 농사를 시작할 때는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무슨 보상이 따로 있었던 것도 아니다. 같은 동네에서 관행 재배한 사과가 가락동 도매시장에서 비싸게 팔리는 걸 알았지만, 차마 제초제를 뿌리지 못해 늘 소출이 적었던 상주의 어느 농부는, 곤궁한 생활을 보다 못한 중학생 아들이 “반만 농약을 쳐 생활비를 벌고 반은 아버지 고집대로 농약을 치면 어떻겠는지” 권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말 못하는 가축도 생명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살림의 깐깐한 축산 원칙을 마련해 온 분들은 “이렇게들 고기를 많이 먹으면 우리 땅이 견뎌낼 재간이 없다”고 걱정했다. 하나같이 시장의 셈법과는 다른 마음 씀씀이다.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정부의 ‘인증제도’가 도입된 것은 불과 2001년부터다. 한살림이 독자적인 취급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온 지 15년이 지난 뒤다. 이제 시장에 친환경인증마크를 달고 있는 농산물이 흔히 만날 수 있다. 한살림을 보면서 출발한 생협들도 여럿 생겼다. 시중에는 친환경농산물만 유통하는 유통업체들도 생겨나고 대형할인마트에는 따로 친환경농산물만 취급하는 코너도 생겼다. ‘친환경유기농’은 이제 더 이상 자연을 대하는 태도나 특별한 가치관을 나타내는 말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나 물품의 외양이나 ‘인증기준’을 충족시켰는지 여부만으로는 물품이 어떻게 길러졌는지, 그 물품에 담긴 내력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살리는 사람 농부》는 사고파는 관계를 넘어 서로 이해하고 기댄 채 살아가는 생명의 모습 그대로, 먹을거리를 기르고 나누면서 우리 사회를 조금씩 그러나 근본적으로 바꿔 온 이들의 간절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살리는 사람 농부》의 지은이와 사진작가는 밭에서 농부를 만났다. 같이 밭에 들어가 바지를 걷어 올리고 일을 하면서 이야기를 듣고, 온종일 주변을 맴돌면서 상대의 마음을 읽고 그 표정까지 담아내려고 애썼다. 지은이는 “생명 있는 것들을 가여워하는 농부들의 마음을 엿보아 마음이 설?다”고 한다. 1970~80년대, 정부가 권장하는 대로 남들처럼 농약을 치다가 자기 몸이 아파, 차마 계속 농약을 치지 못한 이들, 비록 시작은 자기 몸이었지만 나아가 먹는 이와 밭에 살아 있는 것들까지 생각하게 된 이야기가 벅차서다. “서울의 현실은 날로 각박해지고 우리 농업과 농촌을 둘러싼 현실도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있지만, 그래도 세상에 희망이 있다”고 말할 만하지 않은가.
[책 속으로]
"원래 제초제는 안 쳤고, 이화명충이나 매미충약도 끊었더니 첫해에는 반이나 거뒀나? 그 다음해에는 조금 낫고, 한 삼 년 동안은 제대로 소출이 없었어요. 농사지은 쌀도 어디 따로 낼 데가 없으니까 그냥 정부수매에 일반 쌀과 섞어서 낼 수밖에 없었고... 당시만 해도 유기농을 실천하는 일은 단순히 줄어드는 소출을 감내하는 것만이 아니라 '빨갱이' 소리를 들으며 갖은 협박과 회유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35쪽
"
이것들은 다 우리가 지은 거예요. 산나물은 새벽에 마을 뒷산에 올라가 뜯은 거고. 요새는 고사리가 많이 나요. 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라. 우리는 밖에 나가면 밥을 사 먹기가 참 힘들어요. 아마 대통령도 이래 먹고 살지는 못할 거라. 엊그제 뉴스 보니까 얼갈이배추가 한 단에 80원에 팔린대요. 이러다가 언젠가는 아무리 돈을 줘도 제대로 된 먹을 걸 구할 수 없는 시대가 올 것 같아요." -196쪽
"닭들은 해준 만큼 어김없이 보답해. 사람은 안 그럴 때도 많잖아. 그런데 닭을 계속 키우다보면 내가 닭을 키우는 건지 닭이 나를 부리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니까." -261쪽
[지은이 소개]
김성희
시민단체 등에서 일하다가 귀농을 하기 전 잠시 머물며 배우려고 들어온 한살림에서, 10년 넘게 줄곧 일하고 있다. 묵묵히 자기 신념에 따라 땅을 가는 농민들과 그들의 진심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소비자들이 조금씩 주변을 변화시켜 온 한살림운동에 희망이 있다고 믿고 있다. 한살림 20년사인 《스무 살 한살림 세상을 껴안다》, 고 박재일 선생 추모 자료집 《한살림답게》, 한살림물품이야기 《햇살과 바람 정직한 땀의 결실》, 계간지 《살림이야기》 등을 기획하고 편집하면서, 한살림운동이 지향하는 바를 사회에 알리는 일을 해 왔다.
[차례]
1장 땅을 살리다
우리 땅 생명을 늘린 우렁이농법 - 충북 음성 최성미마을 최재명
나부터 살자고 유기농사 지었지 - 충남 세종 고송공동체 이병주
어디 농민이 땅을 놀린답디까? - 충북 괴산 칠성유기농공동체 경동호
2장 씨를 뿌리다
누군가는 이 농사 유지해야 나중에 더 많은 이들이 먹겠지? - 경북 상주 햇살아래공동체 최병수
사람이 꽃 되고 꽃이 사람 되듯이 - 충북 영동 옥잠화공동체 서순악
‘하느님 95%, 내가 5%’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생명농업 - 제주 큰수풀공동체 임선준·임동영
3장 밭을 갈다
기도하고 명상하면서 식물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며 - 전남 진도 김종북
협동이 희망의 근거이다 - 경남 고성 공룡나라공동체 김찬모
‘내용 있는 밥’ 나누어 먹고 함께 쉬는 그날 향해 - 전북 변산 산들바다공동체 이백연
4장 북을 돋우다
내가 살기는 좀 재미있게 살아 - 경북 의성 쌍호공동체 김정상
작은 마을공동체라면 해볼 만하다 싶었죠 - 충북 괴산 솔뫼공동체 김의열
호텔보다 더 편안한 삶, 흙에서 일군다 - 제주 한울공동체 신만균
쉼 없이 공부하고 느낀 만큼 행동해요 - 경기 파주 천지보은공동체 김상기
5장 하늘과 땅 바다가 함께
한 알의 밀알처럼 괴산에 뿌린 씨앗 - 충북 괴산 한살림축산영농조합법인 안상희
소금다운 소금을 먹게 한 이 - 전남 신안 마하탑 유억근
시상에 부러울 게 읍써! - 전남 해남 참솔공동체 김형호
- 저자
- 김성희 지음
- 출판사
- 한살림 | 2014-10-20 출간
- 카테고리
- 정치/사회
- 책소개
- 한살림생산지 16명의 이야기 『살리는 사람 농부』. 2008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