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심상치 않다. 출범 당시 약속했던 ‘국익 중심 실용외교’와 ‘한반도 평화’는 어디로 갔는가. 최근 정부의 행보를 보면 미국의 요구에는 한없이 순응하면서도 한반도 평화의 주도권은 스스로 포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토(NATO)와의 방산 및 군사협력 확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움직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북한군 문제를 둘러싼 대응, 몽골 방문에서의 북핵 관련 공동성명 발표는 모두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기보다 대결 구도를 강화하는 방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 미국과의 조선산업 협력과 미 해군력 지원, 한미일 하와이 연합 해군훈련, 한일 군수지원 협력 검토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 대한민국 외교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더욱 깊숙이 편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 분야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요구에 맞춘 대규모 투자와 산업협력은 ‘상호 호혜’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있지만, 과연 우리 국민이 얻는 실익은 무엇인가. 미국은 자국의 조선업과 군사력 보강에 한국을 적극 활용하려 하고, 한국은 막대한 투자와 기술, 산업 역량을 내놓고 있다. 이것이 과연 대등한 협력인가, 아니면 미국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하는 것인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한반도 평화의 실종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주도적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고, 북(조선)과의 대화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한미일 군사협력은 확대되는데 남북 신뢰 구축은 뒷전이다. 평화를 말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키우는 정책은 결국 한반도를 다시 냉전의 최전선으로 되돌릴 위험이 있다.
문재인 정부 말기에도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와 한미 공조의 한계 속에서 남북관계가 급속히 경색됐다는 평가가 있었다. 지금도 비슷한 흐름이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국민은 묻고 있다. 또다시 미국의 전략에 발맞추다 한반도 평화의 기회를 잃는다면,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의 국익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는 사람이다. 동맹은 국익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미국의 눈치를 살피는 외교가 아니라, 국익과 평화를 최우선에 두는 당당한 자주외교다.
지금 이재명 정부가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미국의 요구를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외교가 아니라, 국익을 기준으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거부할 것은 거부하는 주권국가의 외교다. 그렇지 않다면 ‘실용외교’는 결국 미국의 전략을 뒷받침하는 명분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은 묻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고 있는가, 아니면 미국의 압박 앞에서 한반도 평화와 자주외교를 스스로 후퇴시키고 있는가.
이 질문에 정부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답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변화를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역사는 언제나 주권자인 국민이 나라의 진로를 바로잡아 왔다. 외세에 종속되는 외교가 아니라 국익과 민족의 미래를 우선하는 자주외교를 바로 세우는 힘 역시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주권자 국민의 자주광장이다. 이념과 정파를 넘어 대한민국의 자주권과 한반도 평화를 지키려는 국민적 목소리가 하나로 모여야 한다. 국민이 깨어 있을 때 정부도 흔들리지 않고, 국민이 행동할 때 외세의 압박도 국익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주권자인 국민이 자주광장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 이재명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휘둘리지 않는 당당한 자주외교와 평화외교를 펼치도록 견인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주권을 지키고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