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한국인의 황금혓바닥”
워싱턴포스트 한국의 영어열기 조명
워싱턴 포스트가 여름 방학동한 영어 과외에 매달리는 한국 학생들을 중심으로 영어학습의 과잉 열기를 조명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일(현지시간) ‘영어가 한국인의 황금 혓바닥이 되고 있다’는 서울발 기사를 통해 조기유학생들이 한국에 돌아와 영어학원을 다니는 등 방학에도 쉴새없이 공부해야 하는 한국의 과열 영어학습을 다뤘다. 포스트의 기사를 소개한다.
매사추세츠의 힐사이드중학교에서 8학년을 마친 민규는 방학을 맞아 일주일전 한국에 돌아왔지만 타이트한 공부일정에 시달리고 있다 . 그는 이날 하루에만 600단어를 외우고 SSAT 수학문제 10페이지와 영어시험도 봐야 한다.
“내가 해야 하는것을 할뿐이에요”라며 교실 의자에 앉는 민규 옆에는 간식으로 수박을 준비한 엄마가 있다.
민규는 한국에 돌아와 기쁘지만 집이 있는 천안대신 서울의 작은 스튜디오에 기숙하며 ‘학원(hakwon)’이라고 불리는 사설교육기관에서 공부한다. 이곳에서는 SSAT를 비롯, SAT, TOEFL, GRE, GMAT 코스가 마련돼 있다.
학원들은 강압적인 교육방침을 갖고 학생들이 틀린답을 낼 때는 때리기도 한다.
“천안에는 이런 학원들이 없어요. 나도 아이를 방학동안 이런 곳에서 공부하게 하는것이 마음이 안좋지만 어쩌겠어요.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 SSAT점수를 높여야 하는데…” 민규 엄마의 말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영어정복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물질적 풍요와 교육을 중시하는 유교적 영향이 ‘교육 엑소더스’현상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해외유학을 떠난 초중고학생은 2만4천명으로 2001년에 비해 3배나 증가했다.
유학을 보낼 수 없는 부모들은 영어 캠프에 보내거나 영어를 쓰는 베이비시터를 고용한다. 심지어 임산부들도 태아가 영어에 익숙해지기를 희망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지난해 영어 사교육비로 156억달러를 지불했다.
미국에서 사립학교에 두명의 자녀를 보내는 김모씨는 등록금과 보호자 비용, 과외 등으로 일년에 21만달러(약 2억원)를 쓰고 있다. 그녀는 “한국에서 학원을 보내면서 드는 비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면서 “내 친구는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면서 돈을 더 쓸 때도 있지만 영어 발음은 네이티브 수준인 우리 아이들과 당연히 비교가 안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두번째로 큰 신한은행은 송금과 컨설팅 학교선택의 정보를 제공하는 ‘해외학습센터(Study Abroad Center)’를 운영하는데 지난 4월현재 160개로 두배가 늘었다.
최근 해외부동산구입에 대한 제한이 풀리면서 많은 부모들이 미국의 학교 근처에 집을 사고 있다.
서울과 LA 뉴욕을 오가는 항공편도 이즈음엔 자리를 만드는게 너무 힘들다. 코네티컷에 아이를 유학시키는 한 아빠는 “좌석확보가 한마디로 전쟁”이라면서 “아이를 학교일정에 맞추기 위해 일등석을 사야했다”고 푸념했다.
조기유학생들을 위한 비즈니스도 번창하고 있다. 주말이면 학교와 공항, 집 등을 오가는 교통편과 향수병을 달래기 위한 심리치료 등도 제공된다.
뉴저지에 자녀를 유학시키는 신한은행의 한 아빠는 “부활절 휴일에 아이가 가디언(보호자) 집에 머무는 비용을 700달러를 썼다. 이건 정말 웃기지도 않은 일”이라고 흥분했다.
영어 학습을 위해선 조기교육이 중요하다고 부모들은 말한다.
7살짜리 딸을 영어전용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이모씨는 “딸이 태어난지 6개월 됐을 때부터 영어를 가르쳤다”면서 “주중에는 영어책을 읽어주는 과외를 시켰고 영어를 하는 베이비시터를 하루 3시간에 100달러를 주고 고용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이가 잠들 때는 디즈니 자장가를 들려줘 영어로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덧붙였다.
영어트레이너가 있는 ‘유아용 체육시설(Toddler Gyms)’과 주부들이 영어로 노래하고 영어책을 읽는 영어 문화센터도 인기다.
한국의 신문들은 주말 섹션에 영어 향상을 위한 코너를 싣고 ‘당신의 자녀가 오늘 영어에 얼마나 노출됐는가?’ ‘하버드의 꿈을 이루자’는 슬로건을 내건 영어학원과 스타 강사광고로 넘쳐난다.
토플을 시행하는 148개국가중 한국은 지난해 13만명이 응시해 테스트 비용으로만 2030만달러를 지불했다. 그러나 한국의 스코어는 148개국중 104위에 그쳤다. 한국 공립학교의 교육은 기본에 머물고 소수의 학생은 유학을 떠난다.
민규같은 아이들은 이런 경험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민규는 “미국에서는 스포츠활동도 충분히 하고 친구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어요. 하지만 한국에선 운동도 할 수 없구요. 매일 학원을 밤 11시까지 다녀야 해요”하고 말했다.
그러나 가족관계는 훼손되고 있다. 민규 아빠는 항상 “우리 가족들이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없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민규 엄마는 “그대신 우리 아들이 글로벌한 세계에 서 살고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희생을 감수하는거죠”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