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더> 감상문
‘약재상에서 일하며 아들과 단 둘이 살아가는 엄마(김혜자 役)는, 장성했지만 약간 모자란 아들 도준(원빈 役) 때문에 하루도 마음 놓을 날이 없다. 그러다 도준이 동네에서 일어난 여고생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몰리게 되자 아들의 누명을 벗기려 고군분투 한다.’ 이것이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언뜻 평범하고 단조로운 이야기로 보이지만 영화 속 디테일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그 동안의 작품들이 헌신적인 엄마와, 그에서 나오는 모성애를 그리는 것에만 그친 것과 달리, 스릴러적 요소들을 기반으로 엄마의 애착과 사랑을 나타냈다.
‘마더’에 나오는 어머니상은 지금껏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에서 숱하게 봐왔던 어머니의 모습 보다 훨씬 더 지독하다. 경찰과 변호사의 믿을 만 하지 않은 행동에 직접 사건을 뒤따라가며 피해자인 여고생 ‘아정’의 행적을 쫓고, 그녀와 관련된 사건을 알아낸다. 모든 것이 아들에 대한 믿음으로 시작된 행동이지만, 아들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안 후에도 진실을 감추려 유일한 목격자를 살해하고 집을 불태운다. ‘마더’ 속 엄마 역할은 이름도 없다. 오직 ‘도준의 어머니’로만 존재한다. 현실 속에서의 어머니도 이와 많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요즘엔 그런 인식이 약해졌다고들 하지만, 자식이 생긴 순간부터 내 아이가 전부가 되고 자식을 지키고 싶어지는 모성애는 어느 시대에나, 누구에게나 똑같다. 그러나 도준은 그런 엄마의 사랑을 철저히 배신한다. 갑자기 다섯 살 때 자신을 죽이려 했던 엄마의 이야기를 하고,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랬다’는 엄마의 말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반전의 키를 쥐고 있기도 한 이 장면은, 과거 일에 대한 죄책감으로 도준을 더 아끼게 됐다는 개연성을 만들어줌으로써 아들에 대한 지나친 애착을 가진 인물이라는 설정을 뒷받침 해주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다른 시선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내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도준은 어렸을 적 자신을 죽이려 한 엄마에 대한 복수를 한 것이 아닐까? 아정의 사정을 알고 일부러 “남자가 싫으니?” 같은 질문을 하고 살해한 후, 어머니가 비교적 상대하기 쉬운 할아버지를 유일한 목격자로 만들었다. 범인이 자신임을 광고하듯 이름을 새긴 골프공을 아정의 옆에 두고 갔으며, 현장 검증을 할 때 마스크를 벗고 해맑게 손을 흔든 것도, 목격자의 눈에 자신을 확인시키려는 행동으로 보였다. 어수룩한 척 했지만 경찰서에서 확인서에 도장을 찍고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극단적인 일을 저지르는 계기를 만들었다. 출소를 한 후 도준은 더 이상 바보연기를 하지 않는다. 두부를 먹고 “차 바꿨냐?” 같은 말을 내뱉으며 차에 탄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후에 같은 장면이 배치되는데, 그 장면들에서 도준의 행동은 전혀 다르다. 어머니를 안고 자고 밥을 먹을 때도 어머니의 손이 필요한 전반부의 장면과는 달리, 사건이 일어난 후 도준의 모습은 매우 정상적이다. 이제 더 이상 연기가 필요 없으니.
그리고 또 한 번, 아들은 엄마의 무조건적인 애착을 배신한다. 사건이 마무리 된 후 엄마에게 등을 돌리고 자는 장면 뿐 아니라, “동팔이는 왜 아정이를 옥상에다 올려 놓았을까?” 라는 질문에도 엄마는 아무렇지 않은 척 자식의 치부를 덮어주지만, 도준은 터미널에서 침통을 건네며 자신이 마치 엄마를 구원해준 양 행동하며 끝까지 엄마의 사랑에 답하지 않는다.
물론 내 생각이 전부 맞다고 하기엔 걸리는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않았고, 그게 ‘마더’의 매력인 것 같다.
영화의 맨 앞과 끝에 나오는 춤 추는 장면은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애절하고 처연한 느낌을 준다. 어쩌면 이런 모순 되고도 슬픈 것이 진짜 ‘마더’의 모습이 아닐까. 오직 ‘원빈’이라는 배우 때문에 보게 된 영화지만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