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속초 종합보세구역 지정, '북방교역 뱃길'부터 열어야-강원일보

[설악산/상지비]

속초~자루비노~훈춘을 잇는 뱃길을 여는 방안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관세청이 속초해양산업단지를 종합보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산단에 입주해 있는 기업에 대한 관세 면제 혜택이 두루 주어지게 됐다.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한다. 그러나 속초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잇는 `백두산 항로'에 취항해 있던 여객선이 지난해 6월 운항을 중단한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교역과 국제관광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인 조치를 취했음에도 정작 선박 운항 재개 기미는 보이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닌가.

보세구역은 외국물건 또는 일정한 내국물건에 대해 관세 부과가 유보되는 곳이다. 외국인 투자 유치, 무역 진흥 등을 위해서다. 원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만들어 수출할 때 관세를 면제해 준다. 또한 이 구역에서 국내 타 지역으로 반출할 경우에도 원료관세 또는 제품관세 중 한 가지만 내게 된다. 국제교역 촉진을 위해 마땅히 시행해야 할 제도다. 이런 구역이 전국에 30여 곳이다. 그러나 도내에는 첫 지정이다. 속초해양산단이 명실상부한 북방교역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갖춰진 것이다. 그런 만큼 지역의 제반 여건도 합당하게 맞춰 나가야 한다.

국제교역 활성화를 위해 종합보세구역을 지정받았는데 정작 뱃길이 단절돼 있고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북방항로가 단절된 것은 지난해 6월이다. 무려 2년6개월 만에 선박 운행이 재개됐었으나 1년3개월 만에 다시 멈춰 섰다. 가뜩이나 운행이 힘겨웠는데 `세월호 침몰사고' 여파로 관광경기마저 얼어붙은 탓이다. 중국 관광객의 중-러 비자 비용 과다, 러시아 터미널의 통관 절차 지연 등에 의한 여객·물류 부족이 운영난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런 국가 간의 협력 사안을 원천적으로 풀어내야 항로가 재개될 수 있는 것이다. 지역에서 아무리 애써봐도 한계에 부닥치게 되는 사안이다. 북방교역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부 당국에서 나서야 할 일이다.

보세구역은 통관 편의를 위한 중간 기착지다. 게다가 종합보세구역에는 보세창고, 보세공장, 보세전시장, 보세건설장, 보세판매장 등이 두루 들어서야 제구실을 하게 된다. 여기에 전제되는 조건이 있다. 국내 수송·통행 편의, 즉 교통시설 확충이다. 특히 수도권과의 수월한 통행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동서고속도로 동홍천~양양 구간 조기 개통,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조기 착공이 선결과제다. 정부 당국이 절실하게 재인식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