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서둘러야 재앙 막는다
은퇴부부 '걱정생활비' 314만원
'연금액 적절성' 44국중 42위
일자리 시장서 72세까지 고된 삶
'자산 80%가 부동산...세금 압박
주택연금 등 부동산 현금화 필요'
중소기업 영업본부장을 지냈던 백모 씨(65)는 9년 전 퇴직 직후 아파트 경비 일을 시작했다.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아무 소득 없이 지내야 하는 '은퇴 크레바스(절벽)'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경비 월급 180만 원으로는 생활비와 중학생 자녀들의 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자녀들의 대학 진학을 앞두고 퇴직금에 대출 4000만 원을 보태 숙박 사업에 나섰다.
백씨는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들의 등록금과 생활비로만 최소 1700만 원이 들어가 대출을 내면서까지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살기 바빠서 노후 준비라고는 국민연금 100만 원 정도 나오겠지 생각한 게 전부였다.
이렇게 힘든 줄 알았으면 미리미리 준비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대다수 고령층은 백 씨처럼 은퇴 후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해 힘든 몸을 이끌고 끊임없이 일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5~64세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나이는 평균 49.3세였지만
노동시장에서 퇴장하는 실질 은퇴 나이는 72.3세로조사됐다.
그만큼 한국의 노후소득 보장 체계가 미흡하다는 뜻이다.
'한국 연금 제도 44개국 중 38위'
5일 글로벌 컨설팅기업 머서가 발표한 '2022 글로벌 연금지수'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C등급(51.1점)을 받아 조사 대상 44개국 중
38위에 그쳤다.
특히 연금액의 적정성과 정부 지원, 연금 자산 성장 등을 평가한'적합성' 항목(40.1점)은 42위였다.
머서는 '한국 15~64세 연령층의 노인 부양 부담률은 2052년 77%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인 인구 의존도 부분에서 0점을 줬다.
한국은 1층 국민연금과 2층 퇴직연금. 층 개인연금으로 이어지는 '3층 연금' 구조를 갖췄지만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금 도입 시기가 늦고 금액도 적어 노후 생호라 보장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55~79세 인구 가운데 공적.사적연금을 받은 사람은 49.4%에 불과했고 월평균 수령액도 69만원에 그쳤다.
부부 2명을 기준으로는 138만 원으로,으퇴 이후 걱정 생호라비(올해 가계금융복지조사)로 조사된 314만 원의 44%에 그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은 3층 연금을 제대로 준비하기 힘들었던 세대'라며
'부족한 연금에 교령층의 질 낮은 고용 문제까지 결합돼 훨씬 힘든 노후를 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집값 올라 노후 세금 폭탄...쓸 돈이 없어'
중소기업에 다니다가 2년 전 은퇴한 김모씨(62)는 매달 받는 국민연금 170만 원을 고스란히 보험료로 쓰고 있다.
지난해 암 수술을 받은 뒤 실손의료보험 등 건강 관련 보험료 지출을 크게 높인 탓이다.
김씨는 현재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나오는 월세 50만 원과 도서관에서 블로그 등을 가르치며 받는 월급 50만 원으로 생활비를 겨우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와 오피스텔 가격이 뛰면서 올해 처음 종합부동산세 1000만 원을 내게 생겼다.
김 씨는 '그동안 월세로 받은 것보다 더 많은 세금 폭탄을 맞았다'며 '당장 생활비도 부족한데 세금은 어떻게 내야 할 지
잠이 안 온다'고 했다.
부동산에 쏠려 있는 재산 구조와 노후에 급증하는 의료비도 한국 고령층의 노후를 위협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 비중은 64.4%나 된다.
미국(28.5%), 일본(37.0%) 등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고령층 자산의 79~81%가 버동산에 쏠려 있는 가운데 최근 집값 급등으로 세금 부담이 늘면서 은퇴 세대의 노후를 짓누르고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집은 있는데 현금이 부족한 은퇴 세대는 주택연금 등을 통해 부동산을 현금화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세대는 '3층 연금'에 적립하는 돈이 선진국에 비해 결코 적지 않기 떄문에 연금 전반의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도형.윤명진.신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