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번째 편지 - <夏めく(나쯔메쿠)>와 <薄暑(하쿠쇼)>
이번 주 월요일인 5월 20일이 절기로 소만이었습니다. 소만(小滿)은 한자로 작을 '소' 가득 찰 '만'을 씁니다.
소만의 뜻을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해 가득 찬다"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왜 '만'자 앞에 '소'자를 붙였는지 설명이 없어 위키피디아에서 다시 소만을 찾았습니다.
소만이라는 절기를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입니다. 각 나라에서 소만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위키피디아를 보았습니다.
먼저 한국어 설명입니다.
"소만에는 식물이 잘 자라고 여름 기운이 들기 시작한다."로만 설명이 되어 있고 왜 '소'자와 '만'자를 사용하였는지 유래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다음 일본어입니다. "『暦便覧』には「万物盈満(えいまん)すれば草木枝葉繁る」" Chat GPT로 자세히 번역을 시켜보니 이런 뜻입니다.
万物盈満すれば : 만물이 가득 차면
草木枝葉繁る: 풀과 나무의 가지와 잎이 무성해진다
이 설명으로는 '소'자와 '만'자를 쓴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다음 중국어입니다. "《月令七十二候集解》:“四月中,小满者,物至于此小得盈满。" 다시 Chat GPT에 번역을 시켰습니다.
小满者 : 소만이라는 것은
物至于此 : 문자로는 '사물이 이 시점에 이르렀다'라는 뜻이지만, 그 의미는 '농작물이나 자연의 만물이 성장하여 일정 단계에 도달하였다'라는 뜻입니다.
小得盈满 : 문자로는 '작게나마 가득 찼다'라는 뜻입니다. 그 의미는 '아직 완전히 성숙하거나 완전한 상태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 성장하여 가득 차기 시작한 상태를 말합니다. 농작물의 경우, 알이 차기 시작하여 수확의 기미가 보이는 시점을 말하는 것'입니다.
역시 24절기를 만든 중국이 명칭에 대한 설명을 가장 잘하고 있었습니다. 24절기에는 작을 '소'자가 붙은 절기가 모두 4개 있습니다. 순서대로 보면 소만, 소서, 소설, 소한 등입니다. 그런데 소서에 대해서는 대서, 소설에 대해서는 대설, 소한에 대해서는 대한이 있는 반면 소만에 대해서는 대만이 없습니다. 이 점 역시 특이합니다.
인터넷을 찾다가 재미있는 표현을 찾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소만 시기를 <夏めく>라고 표현한답니다. 그 뜻은 <여름 같다>입니다. 더 자연스럽게 번역하면 <여름 느낌이 난다>입니다. 입하(5월 5일)부터 시작한 여름의 내음이 소만(5월 20일)에 와서 더 본격적으로 짙어진다는 뜻입니다.
어제는 최고 기온이 27.6도까지 올라갔습니다. 여름 같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소만과 관련해 정반대의 속담이 있습니다.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소만 무렵에 부는 바람이 몹시 차고 쌀쌀하다는 뜻입니다. 또 이런 속담도 있습니다. “소만 추위에 소 대가리 터진다” 이 역시 소만 추위를 뜻하는 표현입니다.
소만 닷새 전인 5월 15일 강원도에 대설특보가 발효되었습니다. 설악산 소청봉에 40cm의 눈이 쌓였습니다. 5월 중순 대설특보는 1996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소만은 이렇게 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는 시기이기도 한 모양입니다.
그래도 계절은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소만 때 사용하는 <夏めく>는 일본 광고에 자주 사용하는 문구인 모양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자세한 설명이 없어도 그 뜻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4절기 중 소만을 특별하게 취급하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소만의 시기를 <夏めく>로 해석하여 삶 속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인의 삶에 조금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일본에서는 여름인 더울 '서'자와 관련된 표현이 참 많습니다. 猛暑、酷暑、炎暑、厳暑、激暑, 劇暑 등 다양한 표현이 많습니다. 그중에 박서(薄暑)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엷을 '박'자에 더울 '서'입니다. 어떤 뜻인지 바로 아실 것입니다.
박서(薄暑)라는 표현은 소만 시기의 여름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걸으면 약간 땀이 날 정도의 초여름 더위'를 말합니다.
일본의 문학에도 薄暑 표현은 양념처럼 들어갑니다. 하이쿠 시인 구보타 만타로(久保田万太郎, 1889-1963)는 이렇게 薄暑를 사용하였습니다.
べんたうのうどの煮つけも薄暑かな (도시락 반찬의 우엉조림도 초여름의 더위구나). 도시락 반찬인 우엉조림에서도 초여름을 느끼게 된다고 표현한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봄을 대개 춘분(3.18)부터 하지(6.21) 전날까지로 봅니다. 그런데 5월 20일에 있는 소만 때부터 여름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를 더 이상 봄으로 묶어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저는 이 시기를 <봄과 여름 사이>라고 2023년 6월 7일 자 월요편지에서 명명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일본에서 사용하는 <夏めく>나 薄暑라는 표현을 전혀 모른 채 제 느낌으로 소만을 봄으로 분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여 소만을 <봄과 여름 사이>의 특별한 계절이 시작되는 날로 보았던 것입니다. 이 <봄과 여름 사이>는 하지 전날 끝이 납니다.
올해는 5월 20일부터 6월 16일까지입니다. <봄과 여름 사이>라는 계절 입장에서 보면 <소만>이라는 절기가 매우 중요한 절기입니다.
바쁜 세상살이를 살면서도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특히 24절기를 따라잡기 하면 인생이 조금은 여유 있어 지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夏めく>와 <薄暑>를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4.5.22. 조근호 드림
<조근호의 월요편지>
첫댓글 小滿의 뜻 잘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