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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갇힌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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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아뜨리에,.. 애송시 스크랩 누란樓欄에의 기억 / 송재학
동산 추천 0 조회 53 17.06.09 06:5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누란樓欄에의 기억 / 송재학

 

 

  땅의 이름은 누란이다. 사막 가운데 세월을 거쳐온

강물 흐르고 검은 부리 새들이 종일 탑을 쪼으며 호수

꿈 같은 푸른 비단을 펼쳤다 사람들은 양을 몰거나

모래소금을 찾고 은고기를 잡았다 아이는 서쪽의

파미르 고원에 널린 노을 바라보며, 이윽고 늙은이는

굽은 등 펴고 모래에 묻힌다 오랜 바람 짧은 노래는

그 땅의 물이나 소금이다 지는 노을 검은 거울 품으며

여인은 죽어도 지아비의 머리칼에 드러눕는다

죽음은 전쟁과 일식으로도 오지만 누란에서 죽음은

노래가 되는 것, 혹은 독풀을 머금고 사치한 비단을

두를 때 자신은 누란의 운명에 보태진다는 가열함이

있다 지금 모래무덤 파면 누란은 호박瑚珀이나

옛 노래 몇 절로 고여 있다 사람들이 선선?善 으로

옮긴 뒤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땅이란 뜻에 누란의

슬픔이 있다. 그 땅의 이름은 누란이다

 

 

 

 

*********************************************

 

이 시는 송재학의 첫 시집 <얼음시집>에 나오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정밀한 이미지와 단단한 시어들이 정교하게 얽혀 있어,

때로는 독해가 어렵기도 한, 그러나 약간의 난해함을

벗기고 나면 그 아래 극채색의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그런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핵심은 '노래'이다.

강물이 흐르고, 새가 탑을 쪼고, 호수가 펼쳐지는 것은

환각인데, 그 빈 아름다움의 배경이 바로 노래이다.

노래는 물이나 소금, 죽어가는 여인의 존재의 근거가

된다. 그 노래를 통해서만 누란의 사막에 오래 머문

존재들이 풀려나온다.

 

누란에서 모래와 바람에 묻혀 죽는 것들은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죽음은 노래가 되는 것" 이어서,

우리가 "지금 모래무덤 파면 누란은 호박이나 옛 노래

몇 절로 고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언젠가 돌아갈 존재들을 모래에 묻고, 바람으로

노래를 들려주는 사막의 슬픔, 시인은 시간이 잠재우는

그 슬픔의 덩이를, 지금 독자들에게 넌짓 밀어내고 있다.

 

/ 정한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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