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km 날아 일본 EEZ 안쪽 낙하
한.미.일 공조에 반발 의도적 도발
윤 대통령 '강력한 대북 제재' 지시
미.일 '용납 못할 도발' 강력 규탄
북한이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한 발을 발사했다.
고각으로 발사된 미사일은 동해 상공 6100km까지 솟구쳤다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해상에 떨어졌다.
이날 발사된 ICBM은 최고 고도와 비행 궤적 등을 감안할 때 최대 사거리 1만5000km인 '화성-17형'으로 추정됐다.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경우 미국 동부를 포함한 본토 전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성능이다.
여기에 북한이 이날 ICBM을 일본 열도 바로 옆에 떨어뜨렸다는 점에서
최근 한.미.일 3국과의 대북 공조 강화에 맞서 미국과 일본을 동시에 겨냥해 의도적 도발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10시15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 한 발을 쐈다.
비행 거리는 1000km, 최고 고도는 6100km에 속도는 마하 22에 달했다.
미사일은 이날 오전 11시23분쯤 일본 홋카이도 인근 오시마섬 서쪽 210km 해상을 낙하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의 핵심인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날 ICBM의 속도는 통상 ICBM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의 속도인 마하 20을 넘어섰다.
오히려 이날 ICBM은 지난 3월24일 북한이 '화성-17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ICBM(비행거리 1080km, 최고고도 6200km)과
거의 흡사한 궤도로 비행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화성-17형 개발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미,일 3국은 북한의 도발을 강력 규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긴급 국가안보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에서 '한,미가 합의한 대북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을
적극 이행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며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한 대북 규탄과 제재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에이드리엔 홧슨 미 백악관 NSC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북한의 ICBM 실험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도 상황 보고를 받았으며, 미국은 미 본토와 동맹국인 한국,일본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북한의 도발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철재.박태인 기자
북 ICBM 사거리 1만5000km, 미 MD(미사일 방어)망 우회 타격 가능해져
북 '화성-17형' 발사 성공 가능성
북극 비껴 날아가도 미 전역 타격
바이든 '전략적 인내' 폐기 압박 의도
시진핑 방관도 도발 강행 배경인 듯
한.미, F-35A 띄워 발사대 타격 훈련
북한이 18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북한이 그동안 의욕적으로 개발을 추진해 온 '화성-17형'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화성-17형이 비행 거리 등 성능 측면에서 '화성-15형' 등 북한이 보유한 기존 ICBM과는 차원이 다른 파괴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1만5000km라는 최대 비행 거리는 미국 서부뿐 아니라 수도인 워싱턴DC 등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거리인 만큼
한.미 양국도 북한이 과연 화성-17형 기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예의 주시해 왔다는 점에서 향후 파장 또한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날 북한이 발사한 ICBM의 궤적은 지난 3일 발사된 ICBM과는 차이가 난다.
당시 미사일의 최고 고도는 1920km, 비행거리는 760km에 속도는 마하 15였다.
군 당국은 이를 근거로 북한이 1단과 2단 추진체 분리까지는 성공했지만 이후 우주로 나갔다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ICBM의
정상 비행엔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최고 고도 6100km, 비행거리 1000km로 분석된 이날 ICBM의 비행 궤적도 2017년 11월 북한이 발사한 화성-15형
(최고 고도 4475km, 비행거리 950km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신형 ICBM인 화성-17형 실험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2020년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당 75주년 열병식 때 처음 선보인 화성-17형은 길이가 22~24m로 세계에서 가장 긴 미사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선 '괴물 ICBM'으로 불리기도 한다.
최대사거리도 화성-15형은 1만3000km인 데 비해 화성-17형은 1만5000km에 달한다.
2000km가 더 늘어난 경우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게 된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이날 ICBM에 대해 '정상 각도인 30~45도로 쏘면 최대 1만5000km를 비행할 수 있는 미사일'이라며
'이 정도 거리면 북한 아무데서나 발사해도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도 이날 '비행 궤도를 바탕으로 계산할 경우 탄두와 중량 등에 따라 사거리가 1만5000km를 넘을 수
있으며 이 경우 미 본토가 사정권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해 북한도 사거리 1만5000km급 미사일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난해 1월 5~7일 열린 북한 노동당 8차 대회에서 '1만5000km 사정권 안에 있는 임의의 전략적
대상들을 정확히 타격 소멸할 수 있는 명중률을 더욱 제고해 핵 선제.보복 타격 능력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성-17형 개발에 올인하는 데는 또 다른 전략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제가 그것이다.
아시아 대륙에서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때는 북극을 지나가는 게 지름길이다.
그래서 미국은 냉전 시대부터 북극과 가까운 알래스카주에 장거리 탐지 레이더 시스템을 운용해 왔다.
지난해엔 탄도미사일 방어용인 최신형 장거리 식별 레이더(LRDR)를 알래스카주에 배치하기도 했다.
적국의 ICBM을 파괴할 수 있는 지상 기반 요격미사일 (GBI)도 알래스카를 근거지로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도 GBI를 전개해 놓고 있지만 주력은 알래스카주에 있다.
권 전 교수는 '1만5000km급 미사일이라면 북극 주변의 MD망을 비껴가며 날아도 미 본토 어디 곳이든 닿을 수 있다'며
'북한이 사거리 늘리기에 혈안인 또 하나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아직 ICBM 재진입 기술을 완전히 확보하진 못한 만큼 이날 ICBM을 실질적 위협으로 삼기엔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이 ICBM 탄두를 대기권 밖에서 터뜨리기만 해도 이때 발생하는 전자기펄스(EMP)로 미 중심부의 지휘 통제 체계는 물론 민.관 각 분야의 전자 시스템을 망가뜨리면서 미국 경제를 한순간에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이번 ICBM 발사가 보여준 성능에 미국 등 국제사회가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북한이 이날 사실상 미국 본토 타격용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일본의 EEZ를 겨냥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미.일 3국의 공조 강화에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는 점에서다.
북한의 지난 17일 최선희 외무상 명의의 공개 담화를 통해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할수록
그에 대한 정비례해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최 외무상은 한.미.일공조를 겨냥헤서도 '미국과 추종 세력들에게 보다 엄중하고 현실적이며 불가피한 위협으로 다가설 것'이라며 '반드시 후회하게 될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의 의중을 대변하는 최 외무상이 '미국과 추종 세력'을 언급한 직후 미,일을 동시에 겨냥해
강행된 이날 도발이 김 위원장의 직접 지시에 따라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이날 ICBM 발사는 한.미.일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미.일 정상으로부터 대북 문제 해결에 대한 적극적 역할을 요구받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게 김 위원장이 무모한 도발을 강행한 배경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이날 북한의 ICBM 도발은 한.미.일 3국의 대북 확장억제 강화에 맞대응한다는 의지를 표출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정책 폐기를 압박하려는 것'이라며 '특히 시 주석이 대북 역할 주문에 확답하지 않은 것도 ICBM 발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 가운데 한.미 양국은 이날 이후 북한의 ICBM 도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스텔기 전투기인 F-35A를 동원해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TEL) 타격 훈련과 연합 공격 편대군 비행을 실시했다.
합참은 한국 공군 소속인 F-35A가 이날 강원도 필승 사격장에서 정밀 유도 폭탄인 GBU-12 페이브웨이로 TEL 모의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밝혔다.
한국 공군의 F-35A 4대와 미 공군 F-16 전투기 4대도 동해에서 스트라이크 패기키(공격 편대군)를 자며 비행했다.
스트라이크 패키지는 단일 공격 임무를 위해 서로 다른 능력을 지닌 항공기로 꾸려진 편대의 집단을 뜻한다. 이철재.강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