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500억 배분한 지방소멸대응기금… 5500억은 못 썼다
지난해 7500억 배분한 지방소멸대응기금…퍼줘도 집행 못 하는 예산, 왜?
서울과 세종을 제외한 전국 지자체에 지급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제때 사용되지 못하면서 지난해 5500억원이 불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낙후 지역 발전을 위해 정부가 준 돈의 70% 이상이 지역사회에 투입되지 못하면서 기금 도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평균 집행률 26%… 0%인 지역도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국정감사용 재정경제 분야 보고서’를 보면 2022년도분 지방소멸대응기금 집행률은 평균 26.1%에 불과했다.
정부가 지원한 7477억원 가운데 1950억원만 관련 사업에 쓰였다.
광주와 울산, 제주는 한 푼도 쓰지 못해 0%의 집행률을 기록했다.
올해 6월 기준으로도 기금 집행률은 37.6%에 그쳤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지난해 처음 시행됐다.
정부는 인구 위기를 맞은 지역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10년간 10조원을 지원한다.
▶신규 사업 행정절차 지연이 주 원인
저조한 기금 활용은 사업 시행을 위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행정절차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또 대부분 신규 사업이다 보니 초반에 투입되는 예산이 적다는 점도 낮은 집행률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처음부터 목적과 동떨어진 사업으로 채워질 우려가 제기됐다.
공중화장실 시설 개선, 야경 랜드마크 조성 등 인구 증가를 위한 정책으로 보기 어려운 곳에 많은 사업비가 책정됐기 때문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1회계연도만 이월할 수 있다.
지난해 못 쓴 잉여금은 올해 안에 사용하지 못하면 행정안전부에 반납해야 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투자심사, 실시설계 용역 등 사전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부지 매입이 지연된 점도 낮은 집행률의 이유로 파악된다”면서 “기금 배분을 위한 평가 시 집행률을 중요하게 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성과 강요로 무관한 사업 수두룩
지난 4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2023 저출산고령사회 서울신문 인구포럼’에서도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실효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한국행정연구원 이재호 기획조정본부장은 “지역의 역량과 자율성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으로 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과주의 일변도인 기금 배분 평가 방식에 대한 지자체의 불만도 상당하다.
지자체 인구 대응 부서에선 정부가 집행률과 단기 성과만을 강요하다 보니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마름모형 평가 등급 체계를 올해 피라미드형으로 바꿔 대부분의 지자체를 최하위 등급으로 분류한 것도 과도한 경쟁을 부추긴다고 항변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야 예산 내시가 내려왔고 올해에만 인구정책 5개년 계획 등 용역을 3가지나 진행했다”면서 “기금 배분에 목을 매느니 다른 공모사업을 노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