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현재 거리두기로는
백신 접종해도 5차 유행 올것"
◆ 갈길 먼 코로나 극복 ◆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1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청 재난상황실 직원이 모니터에 표시된 확진자 수를 보고 있다. 1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2223명을 기록했으며 이날까지 국내 누적 확진자는 21만6206명이다. [박형기 기자]
지난 10일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역대 최대인 2223명을 기록했다. 광복절 연휴, 여름 휴가철 본격화로 방역 긴장감이 느슨해진 데다 전파력이 높은 델타 변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갈 경우 백신 수급난까지 겹쳐 4000~6000명까지도 확진자 수가 폭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11일 "작년 1월 최초 발병 이후 '처음 있는 일' "이라며 "최근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고 사업장, 실내체육시설, 교회, 요양병원 등을 중심으로 집단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일주일간 국내 감염 사례의 주요 변이 검출률은 75.6%로 전주 대비 8.0%포인트 늘었다. 이 중 델타 변이 검출률은 73.1%로 전주보다 11.6%포인트 높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거리 두기 지침은 델타 변이 발생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한 번 2000명을 넘어서면 하루 4000명, 6000명 확진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은 "델타 변이 확산으로 전 국민 70%가 접종을 완료해도 5차 유행이 올 것이며 집단면역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요양병원·요양시설의 면회 기준을 조정해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이하 지역에서는 접촉 면회를 잠정 중단하고 4단계 지역은 방문 면회를 금지하기로 했다.
[김시균 기자]
확진자 10명중 7명이 델타변이…당국, 더 센 거리두기 '만지작'
"이러다 5000명"…정점 안보이는 4차 대유행
한달전 30%이던 델타 검출률
8월 첫째주 73%로 '폭증'
비수도권 비중도 44% 달해
7말8초 이동 늘며 지역전파
백신 부족 상황까지 겹쳐
정부 "8월중순 2300명 정점"
미리 예측했지만 대응 못해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으로 일일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대 기숙사에 설치된 경기도 제14호 생활치료센터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차가 분주히 오가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2000명대를 훌쩍 넘어선 것은 우세종이 된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지방 확산세 증가, 장기화된 백신 부족이라는 '3각 파도'가 맞물려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지난 세 차례 유행과 다르게 방역 조치의 억제 효과가 충분히 안 나는 것은 초기 감염력이 크고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된 데다 국민의 이동량 저감 효과가 예전처럼 뚜렷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여름휴가철로 인해 지역사회에서 2·3차 전파가 일어나고 있는 국면"이라며 "7월 말~8월 초 집중된 휴가철 이동량 증가의 후속 여파로 확산세가 더 증가할 것인지, 다른 변화를 보일지를 이번주까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대유행의 최대 원인인 델타 변이는 전국 곳곳으로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일주일 동안 발생한 전체 확진자 중 일부를 무작위 추출해 유전자 분석을 거친 델타 변이 검출률은 7월 1주 차만 해도 30.8%에 불과했다. 그러다 3주 차에 48%로 절반에 근접했고, 8월 1주 차에는 73.1%로 폭증했다. 국내 코로나19 변이 확진자 대부분이 델타 변이에 걸렸다는 의미다.
실제로 주요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자 중 델타 변이 확진자 수는 압도적이다. 최근 한 주간 국내에서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인도 등에서 유래한 변이 바이러스 4종에 감염된 확진자는 총 2641명으로, 이 중 델타형 변이가 전체의 96.7%(2555명)였다. 나머지 3.3%는 영국 유래 '알파형' 변이(84명)와 브라질 유래 '감마형' 변이(2명)였다.
백신 접종자가 감염되는 돌파감염 사례의 상당수가 델타 변이여서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더라도 델타 변이 확산이 사그라들지 않을 경우 지금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정부도 "이른 시간 내에 감소 추세로 접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현 사태의 엄중함을 시인했다.
여기에 비수도권 확진자 비중마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18일 비수도권 확진자 비중은 31.6%였는데, 8월 10일 0시 기준 44.6%로 크게 올랐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지방으로 이동한 인구가 많고, 방역 경각심이 느슨해진 상황이라 비수도권 확진자 비중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 거리 두기를 4단계로 강화하면서 비수도권을 3단계로 유지했던 게 '풍선효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백신 부족으로 인한 접종 속도 지연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7월분 모더나 백신 65만회분이 도착하지 않았고, 8월에도 850만회분의 절반 이하만 공급되는 등 백신 수급난이 지속돼 확산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노바백스 백신도 하반기 4000만회분을 계약했으나 연내 도입은 이미 물 건너간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을 한 달 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손 놓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12일 8월 중순까지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2300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방역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 확산세에 비해 거리 두기가 약하다고 보고 좀 더 강력한 방역 조치를 주문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델타 변이 확산에 비례해 거리 두기 수준을 지금보다 대폭 올려야 한다"며 "지금은 물리적인 거리 두기 강화 이외에 할 수 있는 조치가 사실상 전무하다"고 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4단계 조치로 시간을 버는 사이 백신 접종률을 빨리 높였어야 하나, 그러지 못한 것도 화근이 됐다"면서 "델타 변이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고 백신 접종률을 최대한 빨리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참모회의에 참석해 "최근의 확진자 수 증가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 현상으로 우리나라는 여전히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을 유지하고는 있다"면서도 "지금까지 성공적 방역의 주인공인 국민의 협조를 다시 한번 당부드리며, 정부도 감염 확산 상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성현 기자 / 김시균 기자]